시장 참여자 확대 등 ‘4대 개선방안’ 발표
위탁거래 중개 도입·이월제한 완화 등 골자

[에너지신문] 환경부가 지난 20일 발표한 ‘배출권 거래시장 활성화 방안’은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선안을 담고 있다.

거래 참여자를 늘리고 상품을 다양화하는 한편 배출권 이월 제한, 상쇄배출권 전환 의무기한 등 규제 완화 내용도 담았다.

환경부는 온실가스 감축은 규제보다 시장원리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 온실가스를 줄인 기업이 실질적인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 투자를 유도하고 기후산업 육성의 계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 환경부는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23일부터 14일간 입법예고했다. (사진은 2017 대한민국 환경사랑 공모전 사진부문 동상-최삼영 공존의 가치, 자료제공: 한국환경공단)
▲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 없음.

배출권 시장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추진 배경

배출권거래제는 시장 기능을 통해 적정 탄소 가격을 설정,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는 제도로 작동하는 거래시장으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 2015년 배출권거래제 도입 이후 거래량은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배출권 가격은 그간 누적된 과잉할당에 더해 코로나19 등에 따른 배출량 감소로 2020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 7월 24일 기준 7020원/톤으로 역대 최저 수준에 도달했다.

거래량은 적은데 가격 변동성이 높아 참여기업 입장에서는 메리트가 크게 줄어든 것이 배출권거래 시장의 현주소다.

이는 리스크 증가에 따라 탄소감축 투자를 저해시키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할당량 대비 거래량이 9% 수준에 불과하고, 변동성은 주식시장의 4배 이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배출권 거래·이월 등에 대한 제한이 많아 자유로운 배출권 운용을 저해, 시장의 자체 조정 대신 가격 변동시 정부의 시장개입이 불가피한 구조적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이에 환경부는 배출권 시장기능을 제고해 비용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방안 마련에 착수, 이번에 그 결과물을 공개한 것이다.

현재 배출권 거래 시장은 할당대상 기업 700여개사 외에 제3자의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또 배출권 현물(단일상품)의 직접 거래만 허용됨에 따라 거래 편의성이 낮아 할당대상 기업 대부분은 배출권 거래에 소극적이다.

2022년 기준 배출권거래소에 가입한 697개사 가운데 82개사(12%)는 거래내역이 없으며 384개사(55%)의 경우 1년 중 1개 달에만 거래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가격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선물시장이 개설돼 있지 않고, 배출권을 활용한 금융상품 개발을 제한, 투자 유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 초기부터 가격 변동성 위험 회피 수단으로 선물거래가 활발했던 EU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EU의 선물 비중은 80%를 넘는다.

현 배출권 거래 제도의 문제점으로 꼽히는 차기연도 이월 제한은 원래 배출권이 남는 대부분의 기업이 시장을 매도하는 대신 이월하는 것을 선호함에 따라 배출권 부족 기업이 배출권을 구하기 쉽도록 2019년 도입됐다.

그러나 배출권이 부족한 기업보다 남는 기업이 많은 상황에서 남는 배출권 일부를 의무적으로 매도하게 함으로써 배출권 제출시기에 가격이 급락하는 등 가격 변동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배출권 가격이 일정 수준 도달 시 배출권할당위원회 의결을 거쳐 시행되는 ‘시장안정화 조치’는 세부기준이 공개되지 않아 예측가능성이 저해되고, 조치수단 또한 가격 상·하한가 설정 등에 국한돼 실질적인 효과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거래시장 ‘정상 작동’ 위해 손질 나서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환경부는 거래 참여자를 늘리고 거래 상품 또한 다양화해 할당 대상업체 위주의 폐쇄적 시장에서 합리적 탄소가격 설정을 위한 개방적 시장으로 개선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먼저 ‘배출권 위탁거래’를 도입, 시장 참여자의 단계적 확대를 추진한다. 할당대상 기업의 거래 편의성을 높이고, 제3자 참여 확대를 위한 법적 기반으로 배출권 위탁거래(중개업)를 도입하는 것으로 올해 배출권거래법 개정을 통해 첫 선을 보인다.

내년부터 증권사 외 자산운용사 등 금융기관의 거래를 우선 허용하고, 2025년부터는 시장 여건에 따라 개인 등으로 단계적 확대가 이뤄질 예정이다. 확대 대상 및 시기는 금융기관 참여에 따른 시장 영향을 면밀히 평가, 결정된다.

이와 함께 내년부터 ETN(상장지수증권), ETF(상장지수펀드)와 같은 배출권 연계 금융상품을 출시하고 2025년 선물시장을 도입하는 등 상품 다양화에 나섰다.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기관의 배출권 연계 금융상품 출시를 허용, 민간의 간접투자를 활성화하고, 배출권 가격변동성 완화 및 배출권 투자 시의 위험회피 수단을 제공하기 위해 선물시장을 도입하는 것이다.

환경부는 이월 제한을 완화하고 예측가능한 시장안정화 조치를 도입하는 등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대신 민간 중심의 자율적 시장으로 개편하는 내용도 발표했다.

먼저 수급 안정화를 위해 배출권 이월제한 기준을 완화하고 외부사업 감축실적의 상쇄배출권 전환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으로 올해 할당계획을 변경했다.

이에 따라 배출권이 남는 잉여업체는 순매도량의 1배에서 최대 3배까지 이월이 가능하고, 반대로 부족한 업체의 경우 부족한 양보다 더 매수한 경우 전량 이월이 가능토록 했다.

상쇄배출권 전환기한도 기존에 인증 후 2년 이내 전환에서 인증 후 5년 이내 전환으로 개선했다. 또 배출권 수급 상황을 분석, 매년 유상할당 경매물량을 조정하고 중장기적 ‘한국한 시장안정화제도(K-MSR)’ 도입방안을 내년에 마련할 예정이다.

K-MSR(Market Stability Reserve)은 배출권 수급 상황에 따라 정해진 규칙에 의거, 연간 경매량을 조정하는 제도다.

이와 함께 올해 관련 고시 개정을 통해 시장조성자를 추가 지정하고 이들의 가격변동성 완화 노력에 대한 인센티브도 확대한다. 또 법적 시장안정화 조치의 시행시기 및 방식 등을 공표, 시장 참여자의 예측가능성을 제고한다.

배출권 거래 참여를 유도하고 견실한 감독체계를 구축, 거래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개선도 이뤄진다. 올해부터 증권사의 배출권 보유에 대한 위험도 평가값을 유사한 금융상품과 동일한 수준으로 하향 조정(32%→18%)한다.

또 제3자 참여 확대 및 위탁거래 시행에 앞서 환경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간 협업을 통해 금융시장과 유사한 수준의 거래 감독체계를 내년부터 구축하고, 배출권거래 이해도 제고를 위해 위탁거래 등 사전교육 실시(2023년), 배출권거래제 관련 정규교육 과정 신설(2024년) 등도 추진된다.

“단기거래량 확대 위한 미봉책” 비판도

그러나 일부 환경시민단체들은 이번 발표가 기업들의 배출권 구매 수요를 확대시키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아닌 단기 거래량 확대를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현재 배출권 거래시장에서 배출권 가격이 폭락하고, 거래량이 낮은 근본적인 이유는 기업들의 배출량 대비 배출허용총량이 너무 느슨하게 설정되어 있어 배출권 구매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가 창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할당 취소를 통해 배출허용총량을 축소하지 않고 참여자 확대 및 이월 제한 등의 조치만 시행하는 것은 ‘산업계 눈치보기’라는 것.

환경부는 이번 발표 이전에도 상향된 NDC에 맞춰 할당량을 조정한다고 했으나 무상할당량을 조정 대신 정부가 자체 보유한 예비분을 축소하거나 가격하한제의 기준이 되는 하한가격을 오히려 낮추는 등 시장의 활성화에 역행하는 조치를 취해 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환경부는 지난 13일 제3차 할당계획 변경(안) 공청회에서 상향된 2030 NDC에 따라 3차 계획기간 할당량을 조정할 경우 약 1200만톤의 감축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해당 물량을 할당 취소가 아닌 정부가 보유한 예비분에서 차감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혀 실제로는 감축 의사가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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