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전력이 지난해보다 더 적은 규모의 배전유지보수비를 책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가 파악한 바로는 올해 배전망 유지보수비용은 약 700억원 가량. 지난해 800억원보다 100억원이 적은 규모다.

지난 4년간 배전 유지보수 비용은 계속 축소되고 있다. 만성적인 한전적자가 결국은 송배전 유지보수비용 삭감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그 기간이 4년에 이른다는데 문제가 있다.

송배전망의 유지보수는 전기안전 보수진단 기술의 향상으로 변압기, 노후전선 등 전력기기의 주기적인 교체가 이뤄지지 않아도 어느정도는 사전 예방이 가능한 수준까지는 올라왔다. 예산절감을 위해 사용연한은 한계에 이르렀지만 교체하지 않더라도 몇 년은 더 사용가능하다는 진단이 나왔다면 사용을 연장하는 것이 경영이론상 맞다.

지난 2003년 미국 북동부 지역에서 발생한 송전선로 과부하로 인한 대정전사고는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노후 송배전망을 제때 유지보수하지 않아 발생한 당시 사고로 인해 미국은 100억달러, 캐나다는 23억 캐나다달러의 손해가 발생했다. 사고 금액의 1000분의 1만 투입해 평소 유지보수를 했더라면 그 당시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아무튼 미국은 그 이후 전력계통을 철저히 관리하는 기준을 만들고 관리전담 기구를 설치하는 등 대책을 세워 오늘에 이르고 있다.

송배전 유지보수 예산은 경영논리로 삭감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경영논리라면 삭감해서는 안된다. 돈 몇푼 아끼려다 전국민이 입게될 대정전과 같은 사고를 초래한다면 수백배 수천배 더 큰 손실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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