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을 계기로 사우디가 추진하는 네옴시티 프로젝트 중 250억달러에 달하는 사업을 한국 기업이 수주할 것이라는 낭보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올해 1%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측되는 우리 경제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50년간 양국이 다져온 신뢰, 우리나라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1호 영업사원’을 자처한 윤석열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가 어우러져 일군 쾌거다.

사우디 정부는 탈석유, 첨단기술, 문화관광, 친환경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비전 2030’을 추진 중이다. 

비전 203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포함해서 키디야 프로젝트(스포츠·문화·예술의 도시 건설), 홍해 프로젝트(글로벌 관광도시 건설), 로쉰 프로젝트(세계수준의 통합 주거도시 건설), 다리야 프로젝트(역사·문화 명소 건설) 등 총 5개의 ‘기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중 사업규모와 공사비 측면서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단연 으뜸이다.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사업 면적은 2만 6500km2로 서울시의 44배이고, 사업비는 약 5000억달러(약 67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네옴시티는 900만명이 거주할 수 있는 직선 도시를 건설하는 ‘더라인’을 비롯해 친환경 산악 관광단지(트로제나), 럭셔리 아일랜드(신달라), 첨단산업 수상도시(옥사곤) 건설 등 총 4개의 프로젝트로 구성돼 있다. 

한국기업은 이중 약 34조원 규모의 터널, 건축구조물, 항만 등 인프라 구축사업 입찰에 참여했고 수주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가 처음 중동으로 진출한 1973년부터 1985년까지 총 700억달러에 달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GDP 대비 연평균 9.3%에 달하는 규모다. 

중동의 오일머니는 우리가 사회간접자본을 구축하는데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했으며, 오일쇼크 기간에도 10% 내외의 고도성장을 이어갈 수 있게 한 버팀목이었다. 

사우디뿐만 아니라 UAE와 맺은 투자 양해각서(MOU)와 카타르와의 수출 MOU가 현실화 된다면 중동지역과 벌이는 사업규모는 1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중동지역으로부터 벌어들일 수 있는 외화 규모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아졌지만 저성장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는 한국경제의 돌파구가 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실적부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가격 급등, 고금리에 따른 이자상환부담 등이 가중되면서 침체의 늪에 빠진 우리 건설사들에겐 재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다. 

과거 70~80년대에는 저비용 단순 시공 인력을 투입하는 도로 및 건축공사가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빌딩 정보 모델링(BIM), IoT, AI, 신재생에너지, 수소산업 등 다른 산업과 보완적 전문성이 요구되는 첨단 건설사업으로 변모했다. 

그만큼 산업연관효과도 높고 부가가치 유발효과와 고용 유발효과도 클 수밖에 없다. 단순히 외화벌이를 겨냥한 ‘제2 중동붐’이 아닌 도약의 기회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다.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우선은 인력이 문제다. 수주를 하더라도 현장에 투입할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다. 중동에 진출하는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금융·재정적 지원도 절실하다. 

기술적 경쟁력이 있다하더라도 원가 및 가격경쟁력이 없다면 시장에서 버티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상외교 및 고위급 관료 회담을 정례화해 상시로 소통할 수 있는 정상외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사업 수주 지원뿐만 아니라 사업 시행 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다양한 애로사항을 해결하는데 정부가 적극 나서줘야 한다. 

‘제2 중동붐’을 외화벌이 차원을 넘어 우리경제가 재도약하는 발판으로 삼기 위해선 정부와 민간이 함께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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