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 마련 구체적 논의없는 탄소중립, ‘허황된 말잔치’
적극적 투자·시장구조 개혁 통해 미래 성장동력 삼아야 

[에너지신문] 기후당사국총회(COP, Conference of Parties)28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UAE가 의장국을 맡고 전 세계가 모여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다양한 협상이 시도됐다. 그러나 결국 말잔치에 불과한 거 같다.

블룸버그(Bloomberg)에서 COP28을 평가한 기사의 타이틀은 ‘COP28에서 빠뜨린 큰 주제는 돈(The COP28 deal is missing one big thing: Money)’이었다. 

말잔치라고 하는 이유는 결국 돈 문제를 빼놓고 화석연료 퇴출을 논의한 것은 아무런 실행력이 없기 때문이다.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을 순조롭게 가기 위해서는 개발도상국이 경제개발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줄이도록 선진국이 투자하고 재원을 도와줘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재원 마련과 비용분담의 논의 없이 어떠한 탄소중립도 진행되기 어렵고 결국에는 기후위기를 막지 못하는 결론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COP28은 결국 화석연료 퇴출(phase-out) 등은 결정하지 못하고 화석연료 이행감축(transition away) 정도로 합의를 도출하고 다들 박수치고 어느 쪽도 만족하지 못하지만 각자 승리한 듯한 표정으로 회의장을 나섰다. 

석유를 포함한 모든 화석연료를 줄이자고 약속했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화석연료를 줄이는 점이 합의됐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하며 합의를 이끌어낸 점을 축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로 이틀 뒤에 의장있었던 술탄 아흐메드 알 자베르(Sultan Ahmed Al Jaber)은 석유산업을 유지하기 위한 투자를 곧바로 발표하며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이미 화석연료 이행감축이라는 정신은 온데간데없는 듯 자기 갈 길을 가고 있다. 

이렇듯 COP28은 말잔치였고, 앞으로 COP29도 또다른 거대 산유국인 아제르바이젠에서 개최될 예정이므로 또 한 번의 말잔치와 입바른 소리 정도로 끝날 것이 거의 확실하다.  

2024년 국제에너지 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11월에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후보로 나와서 경쟁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당선 시 자신이 펼칠 정책 agenda 47(의제 47)를 정리해서 발표하고 있다. 

가장 첫 번째 정책은 파리협약 탈퇴와 미국에 가장 저렴한 에너지와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약속이다. 결국 당선되면 미국 내에 있는 모든 석유와 천연가스를 새롭게 개발, 시추할 것이고 미국 시민들에게 가장 저렴한 화석연료로 전기를 생산하고 난방을 공급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남아도는 석유와 천연가스는 전 세계로 수출, 부를 축적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라고 당당하게 밝히고 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이산화탄소를 저감, 지구온난화를 막겠다는 지구촌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그동안 노력하고 투자한 기업들은 상당히 곤란한 지경에 빠질 수밖에 없다. 

바이든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친환경 산업 부양을 위해 추진해 온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도 그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과연 그가 당선될지는 미지수이지만 현재 지지도를 보면 미국 국민들은 바이든의 무한 확장 재정정책과 미국의 경제발전이 아닌 타국의 전쟁에 쏟아붇고 있는 재정에 대해 매우 아까워하는 모양새다. 

방향성은 다르지만 민주당과 공화당 되든 미국의 국익이 우선이고 미국 시민의 생활편의가 가장 먼저이다.

EU는 탄소국경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를 시행하기로 하고 현재 시범운영 중이다. 

EU로 수입되는 제품에 내재된 탄소배출량에 따라 탄소국경세를 부과하겠다는 EU산업보호 정책을 들고 나왔다.

탄소를 더 배출하려면 EU 영내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기업들로부터 탄소누출(carbon leakage)를 막기 위함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비교우위가 없어 동북아시아나 타지역에 빼앗긴 제조업을 EU 영내로 다시 불러드리고자 하는 정치적, 경제적 의도가 숨어 있다고 할 수 있다.

▲ 지난해 11월 3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개막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사진 UN 홈페이지 캡쳐.
▲ 지난해 11월 3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개막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사진 UN 홈페이지 캡쳐.

이제부터는 탄소가격이라는 일종의 탄소관세장벽을 통해 다른 지역의 제조업도 그만큼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라는 것이지만 결론적으로는 EU산업화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이러한 정책의 거시경제적 파급효과는 EU 저소득층의 삶의 질 하락으로 종결될 것이다. EU는 영내에서 생산을 안할 뿐이지 탄소가 내재된 제조업 제품을 중국이나 다배출 국가로부터 수입해서 소비하고 있다. 

즉 소비는 줄일 생각이없고 EU에서 생산되지 않을 뿐 저렴한 물건을 다른 생산지에서 수입해서 생활하고 있다. EU가 탄소가격만큼 수입품 물가를 올린다면 의식주가 다 올라서 EU 저소득층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친환경 선진국이자 재생에너지 선진국인 독일과 덴마크 등은 우리보다 전기요금이 4배가 비싸기 때문에 소비자들이나 기업들은 너무 비싼 에너지요금 때문에 삶의 질이 낮아지고 기업들은 경쟁력을 잃고 에너지비용이 저렴한 미국이나 다른 나라로 떠나는 실정이다.

특히 독일은 높은 에너지 요금과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에너지가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못해 수시로 석탄을 통해 40% 이상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독일 경제는 현재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침체의 길로 가고 있고, 유럽과 미국의 생산성 차이는 점차 더 벌어지는 모양새이다. 에너지는 더 이상 투입요소가 아니라 생산성과 경제성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중국은 코로나19 이후 경기가 위축되고 경기침체의 국면으로 빠져드는 모양새이다. 중앙집권적인 경제체제가 드디어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부동산 경기는 나쁘고 저출산과 고령화는 심화되어 수요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국가가 관치금융으로 이끌어 오던 부동산 중심의 자본확장이 한계를 보이고 있고, 이제는 미국과의 무역전쟁과 안보전쟁 국면에서 생존의 전략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그 과정에 대비하려면 중국은 에너지 생산을 안정적으로 늘려야만 자국 제조업을 지키고 무역규제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현재 중국의 전력사용량은 미국, 인도를 합친 것보다도 많고, 석탄발전소 설비용량도 1290GW가 넘는 수준이다. 

아직도 석탄발전소를 늘리고 있으며 전력소비도 여전히 화석연료 발전량이 70% 정도 차지한다. 하지만 중국은 재생에너지 잠재량도 풍부하고 공산당 정부는 적극 송배전망 투자와 수용성 등을 해결해 줄 수 있다.

또한 친환경 전환도 우리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무역에 의존하는 기업들의 친환경 니즈를 맞춰주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국민들은 저렴한 화석연료에 의존하지만 수출 기업들에게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우선 공급할 수 있는 설비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면서 2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EU와 미국의 친환경 무역압박을 이겨내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이기도 하다. 중국 나름의 대의명분도 챙기고 미국과의 경제전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국가주도의 전략을 차근차근 추진하고 있다. 

국제에너지 시장의 변화는 엄혹한 경제전쟁 상황이며 자국의 이익을 챙기기 위한 다양한 전술전략의 장이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2024년에도 대변혁의 과정일 것이고 다양한 자국의 이익을 위한 치열한 눈치싸움의 연속일 것이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무탄소 설비 확대는 되돌릴 수 없는 추세여서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의 원소재, 부품, 완제품까지 중국의 영향력은 더 커지고 중국은 수출을 늘리면서 주도권을 유지하려고 버텨나갈 것이다. 

풍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결국 유럽의 풍력업체은 수출을 확대하고 산업을 재편하는 데 압장설 것이다. 

미국은 본토에서 충분한 석유와 천연가스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저렴한 에너지를 소비하고 남는 자원은 해외로 수출하면서 충분한 부를 축적할 것이다. 대규모 자본 축적을 통해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와 SMR(Small Modular Reactor)등도 적극 투자할 계획이다.

재생에너지를 통한 그린수소를 통한 무탄소 기술개발과 대형 허브 구축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 미국의 잠재력이자 미래 성장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자국산업을 지키고 미래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에너지를 산업으로 대우하고 그에 합당한 시장질서를 재편하고 있는가? 우리는 그저 물가안정의 한 부분일 뿐이고 기업의 저렴한 에너지 공급 설비일 뿐이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무적 위험도는 이미 한계점을 넘어서고 있고, 시장의 원칙을 위배한 결과는 후세대에 대한 부담 전가만 남았을 뿐이다.

이제는 재원 마련과 비용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없이는 탄소중립이니 에너지전환이니 산업육성이니 하는 허황된 말장난은 더 이상 실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대로는 주요 기간 산업도 지킬 수 없고 에너지 산업도 유지가 불가능하다. 

우리 실정에 맞는 안정적인 에너지 신산업으로써의 혁신성장을 추진해야할 때다. 에너지산업에 적극적인 투자와 시장구조 개혁을 통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을 넘어서서 에너지산업을 미래 한국경제의 주요한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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