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1.5, 4차 계획기간 앞두고 보고서 발간
산정방식 변경시 배출허용총량 거의 1억톤↓

[에너지신문] 2030 NDC 달성을 위해 배출권거래제 총량 1억톤을 줄이고, 전환부문을 100% 유상할당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후환경단체 플랜1.5는 10일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배출권거래제 제4차 계획기간 개편방안’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배출허용총량 △유상할당 △시장안정화조치 △상쇄 등 배출권거래제 4차 계획기간의 주요 쟁점에 걸쳐 개선방향을 총체적으로 제시했다.

느슨한 배출허용총량...빠르게 축소해야

보고서는 우선 1,2차 계획기간을 거쳐 현재 운영 중인 3차 계획기간에도 주요 다배출기업이 남아도는 배출권을 팔아 막대한 수익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5년 배출권거래제 도입 이후 포스코 등 10개 다배출 기업이 배출권 판매수익으로 약 4747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잉여 배출권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배출허용 총량이 느슨하게 설정됐기 때문이라는 게 플랜1.5의 설명이다.

현행 할당계획에 따르면 배출허용총량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국가 부문별·연도별 감축목표의 감축 후 배출량에 ETS 적용대상 비중(국가 배출량 대비 EST 적용대상 배출량 비율)을 곱해 부문별·연도별 배출허용량을 산출하고 이를 합산, 전체 계획기간 배출허용총량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4월 수립된 탄소중립 기본계획은 부문별·연도별 감축목표를 느슨하게 설정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감축 부담의 75%를 현 정부 임기 이후인 2028~2030년으로 미뤘고, 산업부문의 부문별 감축목표를 기존(△14.5%, 2021년 NDC 상향안)보다 대폭 후퇴(△11.4%)시켰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현행 방식에 따라 국가 부문별·연도별 감축목표에 연동, 배출허용총량을 산정할 경우 4차 계획기간의 총량은 25억 2700만톤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또 배출권거래제의 고질적 병폐인 느슨한 총량의 문제가 4차 계획기간에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현행 방식에서 벗어나 배출허용총량을 더욱 빠르게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30년 부문별·연도별 감축목표에 따라 2030년 배출허용량을 산정하고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연도별 배출허용량을 선형으로 감축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시나리오에 따라 4차 계획기간 동안 연도별 배출허용량의 선형감축률은 4.8%가 되고 현행 방식에 대비해 전체 배출허용총량을 1억톤 가까이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 환경부는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23일부터 14일간 입법예고했다. (사진은 2017 대한민국 환경사랑 공모전 사진부문 동상-최삼영 공존의 가치, 자료제공: 한국환경공단)
▲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 없음.

현행 유상할당비율 10%에 그쳐...변화에 대응하자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배출권 무상할당 비율을 정할 때 ‘탄소 배출에 가격을 부과하는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 동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과거에는 다배출업종에 배출권을 무상 할당해 탄소누출을 막고자 했으나, 글로벌 탄소가격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EU CBAM과 같은 탄소무역장벽이 등장하는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려면 유상할당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다.

현행 유상할당 비율은 법정 최저수준인 10%로 설정돼 있다. 그러나 환경부의 ‘감축기술 혁신에 따른 배출권거래제 발전방안 연구’에 따르면, 3차 계획기간의 실질 유상할당 비율은 4.38%에 그쳤으며 특히 산업부문의 실질 유상할당 비율은 0.48%에 불과했다. 이는 산업부문 배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철강, 정유, 석유화학, 반도체, 디스플레이, 시멘트 등 주요 다배출업종(탄소누출업종)에 대해 정부가 배출권을 전부 무상할당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먼저 전환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을 100%로 상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환부문은 상대적으로 한계감축비용이 저렴하고 감축 잠재량이 높다. EU, 미국 RGGI, 캘리포니아, 캐나다 퀘벡 등 해외 주요 배출권거래제는 전환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을 100%로 설정하고 있다. 전환부문 100% 유상할당은 배출권 가격 정상화, 전력 믹스 개선, 경매 수입 증가 등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환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을 높이면 전력생산단가가 상승해 전기요금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보고서는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전환부문 100% 유상할당에 따른 전기요금 상승분을 약 9.79원/kWh으로 추산한 연구 결과를 인용, 최근 2년간 누적된 전기요금 인상분이 51.0원/kWh(2022년 19.3원/kWh, 2023년 31.7원/kWh)에 이르는 점을 감안했을 때 전기요금 인상 수준은 우리 경제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통해 전력믹스가 개선되고 전환부문 배출량이 감소하면 유상할당 확대로 인한 전기요금 상승 요인은 더욱 줄어들 수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산업부문에서도 4차 계획기간에 현행 10%인 탄소비누출업종의 유상할당 비율을 단계적으로 상향하고, 전부 무상할당 대상인 탄소누출업종의 유상할당을 개시할 것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산업부문 배출량이 배출권거래제 시행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온 문제를 개선하고, 탄소누출에 대한 글로벌 대응방향이 변화하는 상황에 대응하려면 산업부문에도 유의미한 탄소가격을 부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감축 수단과 기술이 마련됐으나 제도적인 유인이 부족한 반도체·디스플레이 불소계 가스, HFC 등 특정 배출활동에 대해서는 별도의 할당계수를 적용해 추가적인 감축을 유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가격안정성 담보하는 ‘가격상하한제’ 도입 필요

국내 배출권 가격은 2020년 초 4만원 선을 돌파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향, 지난해 7월에는 7020원을 기록하며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9월 이월제한 완화 등의 조치를 담은 ‘배출권거래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정부 발표 이후 배출권 가격은 잠시 1만원 이상으로 오르는 듯했으나 1월 현재 다시 8000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보고서는 적정 탄소가격을 형성하려면 배출권 가격 하락의 근원적 병폐인 느슨한 배출허용총량과 낮은 유상할당비율을 우선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행 시장안정화 조치는 세부기준이 공개되지 않고 자의적으로 운영돼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며, 가격 안정성을 담보하는 명시적인 가격상하한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이미 뉴질랜드, 미국 RGGI, 캘리포니아 등은 정부 재량권을 배제하고 배출권 가격에 근거해 공급량을 조절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가격상하한제를 도입, 예측가능한 수준에서 적정 탄소가격을 유지함으로써 할당 대상 업체들이 중장기적으로 한계감축비용을 평가하고 비용효과적인 감축사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상쇄배출권 사용 한도는 ‘현행 유지’ 바람직

보고서는 외부사업을 통해 확보한 감축량을 배출권으로 전환할 수 있는 상쇄 제도와 관련해서도 개선방향을 제시했다.

외부사업 등록 건수나 상쇄배출권 발행량을 보면 제도가 활성화된 것으로 보이나, 실제로는 2012년 이전에 등록돼 이미 추진 중인 국내 CDM 사업이 전체 상쇄배출권 발행량의 76%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CDM 사업은 실질적으로 배출권거래제 시행 이후 추가적인 감축을 발생시키지 않은 셈이며, 오히려 상쇄배출권 발행량만큼 할당대상업체의 추가 배출을 허용하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정부가 4차 계획기간에 상쇄배출권 사용 한도를 5%에서 10%로 확대할 것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고서는 상쇄 제도가 국가 감축목표 달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현행 한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정부 보조금 지원 사업, 국책사업, 추가성이 매우 낮은 사업, CDM 재활용 사업 등 부적격 사업들을 전수조사해 외부사업 승인을 철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부적격 사업의 예시로 한국전기연구원의 SF6 회수 사업이 10년의 유효기간이 종료된 이후 사업 방식을 ‘SF6 재생 및 판매’에서 ‘SF6 파괴’로 일부 변경, 재승인 받은 사례를 꼽았다. 이러한 외부사업 승인 과정에서 사업의 재활용에 대한 면밀한 검증이 진행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창민 플랜1.5 소속 변호사는 “정부도 주요 다배출업종의 유상할당 제외, 산업부문 배출권 과잉할당으로 인해 기업의 감축 유도가 미흡했다는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며 “올해로 10년차를 맞은 배출권거래제가 4차 계획기간을 계기로 느슨한 배출허용총량, 낮은 유상할당 비율과 같은 근원적 문제를 개선하고 2030 NDC 달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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