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수 (재)한국보일러사랑재단 이사장

우리나라는 경제규모로는 세계 11위, 에너지 소비로는 세계 10위, 석유 소비로는 세계 7위다. 경제규모에 비해 많은 에너지, 특히 석유를 소비하는 나라 중의 하나인 것이다. 또한 1인당 에너지소비량은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들을 추월하고 있는 실정이다.

에너지 소비가 많은 이유는 아무래도 석유, 화학, 철강, 시멘트 등 에너지 다소비업종의 비중이 크고 에너지 절약이 어려운 납사나 코크스용 유연탄과 같은 원료들의 비중 또한 크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사회 여건상 자동차나 가전기기 보급대수의 급격한 증가 및 이들 가전기기의 대형화가 한 몫 거들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에 비례해 국민 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경제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짐에 따라 수많은 회사들이 입주해 있는 대형 건물들이 늘어나고 이들 건물에서 냉난방에 관한 욕구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핵가족화에 따른 아파트의 급속한 증가는 개별 냉난방 및 중앙식 난방이 크게 보급됨에 따라서 점점 에너지소비량이 증가하는데 한걸음 다가가고 있다.

회사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나 자동차의 보급대수가 늘어나는 것과 같은 현상으로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는 것은 그만큼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뜻이기에 어떤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이다.

하지만 건물의 에너지 절약은 회사 오너부터 말단 직원까지 그 건물에 속해 있는 모든 구성원들이 합심해서 습관화 해야 한다.

특히 건물의 산업용보일러 냉난방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기능인, 기술인들의 의식고취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한층 에너지절약의 길은 한층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본다.

전국적으로 산업용보일러 및 냉난방 분야에 종사하는 기술자가 약 60만명 정도 된다. 이들을 에너지절약에 동참시키는 차원에서 동기부여를 해야 할 것이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말처럼 이러한 현장 기술자들이 다함께 동참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한다면 한사람, 한사람이 에너지절약의 선구자가 돼 진정 에너지절약의 근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에너지는 아낄 수 있는 곳에서 아껴야 한다. 말만으로는 절약이 실현될 수 없으며 선전물, 선전문구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심정으로 진정 에너지가 무엇이고 왜 아껴야 하는지에 관한 근본적 대책이 절실한 것이다.

이러한 대책 중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할 것은 국가기술자격증을 보유한 에너지 기술인들에 대한 지속적인 에너지절약 교육과 업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산업용보일러, 공조냉동분야 국가기술자격 종사자들에게 특수교육의 기회를 부여해 연수교육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에너지를 일선에서 직접 담당하는 관리자들과 국가기술자격증 취득자들에게 어떤 혜택이 조금이라도 돌아가는 기회가 만들어진다면 이들은 앞장서서 절실한 마음으로 에너지절약에 동참하리라고 본다.

에너지분야 국가자격증을 보유한 기능인들이 맡고 있는 업무의 중요도에 비춰볼 때, 열악한 근무환경과 상대적으로 낮은 보수 등은 이들의 사기를 떨어뜨려 결국 에너지절약에 대한 의욕 감퇴로 연결될 수 있다.

실제로 산업용보일러 조종 분야는 3D 업종으로 인식되고 있어 대학을 졸업한 젊은 인재들이 취업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떠한 분야든 대를 이어 업무 노하우가 전수되고 발전하는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20~30년 뒤에는 아무도 산업용 보일러를 맡을 사람이 없을 지도 모른다.

요즘은 기술의 발달로 조종자가 필요 없는 무인 냉난방시스템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고용주(건물주) 입장에서 본다면 한사람의 인건비를 줄일 수 있어 환영받겠지만 과연 아무리 첨단기술이 사용된 자동화시스템이라도 사람의 손길 없이 인공지능에 건물의 온도제어를 맡긴다는 것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만약 치명적인 결함이나 오작동이 발생할 경우 충분히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며 조종자가 없다면 긴급상황에서의 대처도 기대할 수 없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거두절미하고 국가기술자격증 취득자 중에서 에너지관리기사, 에너지관리산업기사, 보일러기능장, 보일러산업기사, 보일러기능사, 공조냉동기사, 공조냉동산업기사, 공조냉동기능사, 가스기사, 가스산업기사, 가스기능사 및 배관분야에 종사하는 자격증 취득자를 우대하는 풍토를 국가에서 마련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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