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지식 네트워트, 국제 허브 역할”

전문성과 핵심역량이 연구 독립의 길

신재생에너지, 수출효자산업 육성해야

에너지 구조개편, 방법ㆍ속도 조절 필요

에너지 절약 위해 가격기능 정상화해야

국가 에너지ㆍ자원 정책 수립의 국내 최고 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
1986년 9월 1일 설립된 에너지경제연구원의 김진우 원장은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설립부터 뿌리를 내린 전통 에너지 전문 연구원 출신이다.
현재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국가 에너지기본계획, 온실가스 마스터플랜, 에너지이용합리화 기본계획,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주요 국가정책에 주도적 역할을 맡고 있다.
이에 본지는 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을 만나 에너지산업에 대한 그의 생각과 에너지산업 발전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편집자 주

▲ 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올해 중점 추진한 내용과 향후 계획은.

작년 취임과 더불어 저는 연구원의 비전을 ‘에너지 미래를 선도하는 세계 수준의 전문연구기관’으로 설정했습니다. 또한 이의 실현을 위해 연구원의 경영목표를 정했습니다.

연구역량을 결집해 국가 에너지정책을 선도하고 세계 일류 수준의 연구성과를 창출하며, 에너지 지식 네트워트의 국제적인 허브 역할을 수행해 나가는 기관으로 설정했습니다.

이를 위해, 올해에는 무엇보다도 먼저 연구원의 연구기반을 확충하고 내실화하는 데에 주력했습니다.

에너지모형의 고도화, 에너지정보ㆍ통계인프라 구축, 전문기관과의 네트워크 강화 등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이를 토대로 앞으로는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해 에너지부문의 국가의제 및 정책대안을 선제적으로 발굴?제시하는 등 에너지정책을 선도하는 기능을 대폭 강화할 예정입니다.

경영측면에선 투명경영과 신뢰경영을 더욱 굳건히 하겠습니다.

지난해 취임 시 ‘일할 맛 나는 연구원, 신나는 연구원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소통이 가장 중요합니다. 임기가 다하는 시점까지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 에너지경제연구원의 경우 공기업, 민간기업 등 다양한 기관에서 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민간이나 공기업의 연구용역 비중이 차츰 줄고, 정부 연구가 많아지고 있는데요. 최근의 동향과 향후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의 독립성 확보방안은.

근래에 들어 정부의 핵심 추진과제에 관련된 정책개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습니다. 특히 최근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저탄소 녹색성장 및 기후변화대응 전략, 해외자원 개발 및 에너지산업의 해외진출 전략에 관한 정부 정책연구가 확대됐습니다.

아울러 국가에너지 통계 및 정보 확충, 중장기 에너지수급 전망, 적정 에너지믹스 도출, 국가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자원외교 및 국제에너지 협력?협상전략 도출 등 국가 정책수립 기반과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연구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연구의 독립성 확보는 에너지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합리적, 선도적 정책개발과 대안제시에 달려 있습니다. 즉 연구의 전문성과 핵심역량을 높이는 것이 연구의 독립성을 실질적으로 확보하는 길이 됩니다.

▲ 최근 그린에너지산업이 세계 녹색성장을 선도하기 위해 꼭 해결해야할 과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린에너지산업이라 하면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청정화, 에너지이용효율화 산업 등을 포함하는 넓은 범위의 산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이들 산업분야에서 선발국에 비해 성과가 미흡하다고 할 수 있으나 그만큼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은 크다는 얘기가 됩니다.

세계 신재생에너지 시장규모는 날로 커져 2009년 3469억달러로 반도체시장 규모(2267억달러)를 초과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속도로 성장할 경우 세계 신재생에너지 시장은 2015년 60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며, 2009년 시장규모 5000억달러인 철강 산업과 1조1600억달러인 자동차산업 규모를 곧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선발주자인 독일, 덴마크, 미국 등은 원천기술을 무기로 중국, 인도 등은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의 80% 이상을 선점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0년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일부 선진국과 중국에 의해 독차지 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09년 기준으로 세계 태양광시장 점유율 1%, 풍력시장 점유율 0.1%를 차지하는데 그쳐 세계시장을 향한 기술개발과 수출산업화를 위한 과제가 많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산업 육성을 통해 녹색성장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산업의 잠재력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시장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 유도, 뛰어넘기(leapfrogging) 전략을 통한 차세대기술 선점과 신재생에너지원별 클러스터 조성을 시급히 착수해 국내에 견조한 가치사슬을 형성하고, 산업체계화를 이루어야 할 것입니다.

신재생에너지산업이 해외로 도약하는 발판을 조기에 마련해 국내 기후변화 대응뿐 아니라 반도체·조선 산업에 이어 수출효자산업으로 육성해야 할 것입니다.

▲ 일본 원전사태이후 원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중 원전에 대한 비중을 어떻게 가져가는 것이 올바른 방향인지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아울러 플랜트 산업의 핵심으로 원전을 꼽고 있는데 이에 대한 평가와 발전방향을 제시한다면.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수급의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일정 수준의 원전비중 유지는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다만 일본지진 이후 원전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안전성 강화대책을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일단 국내 전문가그룹 및 국제기구(IAEA)의 가동중 원전의 안전성은 확인되었습니다만, 향후 발생할지도 모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한층 더 높은 수준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1조이상의 투자가 이미 결정됐습니다.

산업적 측면에서 원자력발전은 고도의 기술이 집약된 산업입니다.

원전 1기는 보통 100개 이상의 개별적 기능을 가진 계통으로 구성되며 전기·기계·토목·화학·금속 등 관련산업의 부품이 약 5백만개가 들어갑니다.

그동안 원전의 국산화를 추진해 오면서 원전산업 기술발전과 관련 분야의 기술인력 양성에도 크게 기여했습니다. 그 결과로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건설 및 운영기술을 보유하게 됐고 독자적인 원전수출 경쟁력을 갖춘 상태입니다.

일본사태 이후 각국의 원전추진 속도가 주춤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만, 세계적인 에너지수급 추이를 볼 때 중장기적으로 원전플랜트의 수출 가능성은 높다고 하겠습니다.

수출 대상국과의 우호적 협력관계 유지, 그리고 국내적으로는 지속적인 원전산업 육성, 인력양성이 필요합니다.

▲ 원장님은 에너지산업 구조개편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전력, 가스 등 에너지산업의 구조개편 방안에 대한 견해는.

최근 에너지산업은 개방화 및 국제화 추세와 더불어 자율적 시장기능과 자발적 수요반응을 중시하는 등 에너지환경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의 에너지정책도 시장의 수급이 가격에 연계되는 시장메커니즘을 도입하고 경쟁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들이 있습니다.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내 에너지산업의 구조개편을 통해 효율향상과 시장메카니즘의 확대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조개편의 기본적인 방향은 경쟁가능한 부문과 비경쟁적인 네트워크 부문으로 분리해 두 부문이 유기적으로 조화되게 함으로써 효율적인 산업운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국내 관련산업 여건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구조개편의 방법과 속도에 대해서는 우리의 상황에 맞게 조절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현 상황하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될 미래의 에너지산업 구조를 염두에 두고 당면과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단계적이고 지속적인 정책추진이 중요하다 할 것입니다.

당장은 왜곡된 에너지요금의 현실화, 정상화가 가장 시급한 문제이며 궁극적으로는 전력 및 가스 산업의 가격이나 공급의 안정성을 보장하면서 유효경쟁을 위한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구조개편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 최근 중동사태 등으로 인해 또다시 고유가 기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향후 유가전망을 어떻게 보고 계시며 우리나라의 대응전략은 어떻게 짜는 것이 올바른 방향인지요.

기후변화에 대응해 화석연료 사용을 축소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흥국을 중심으로 석유수요의 지속적인 증가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반면에 석유공급은 생산비용이 저렴한 기존 대형유전이 노후화됨에 따라 생산비용이 높은 오일샌드와 초중질원유 등 비전통원유와 심해유전 생산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수급상황을 감안할 때, 향후 국제유가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의 기준유가 시나리오는 원유가격이 현재가 기준으로 2035년 배럴당 135달러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고유가 시대에 대비한 대응전략으로 해외유전개발 투자를 늘리고, 에너지 이용효율을 향상시키는 대책들을 꾸준히 추진해야 나가야 하겠습니다.

또한 태양광, 풍력, 수소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의 개발과 보급 확대를 위한 투자를 늘려서 석유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국제유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에너지 소비절약을 강조하는 한편 강제적인 소비제한 조치 등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이 실효를 거둘수 있기 위한 제언을 부탁드립니다.

에너지절약은 에너지서비스 수요를 어떻게 최소의 에너지투입으로 충족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강제적 소비제한 조치 등은 에너지서비스 수요를 근본적으로 줄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과거와 같이 홍보 및 규제를 통한 에너지 소비절감은 일시적이고 제한적 효과를 거둘 수 있으나 근본적인 수요절감 효과를 거두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근본적인 에너지소비 절감을 위해서는 에너지기술 개발을 통한 경제적인 고효율제품 보급 확대와 더불어 경제주체들의 자발적인 에너지절약 투자와 합리적 이용을 유도하기 위한 경제적인 유인체계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의 절약정책의 문제점 내지 한계는 생산원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현재의 에너지가격체계에 의해 상당부분 비롯되고 있습니다.

경제구조의 고도화로 전력과 도시가스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반면, 낮은 에너지가격은 에너지절약 투자를 저해하고, 비합리적인 에너지소비 증가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에너지절약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가격기능의 정상화와 함께 비용-효과적인 에너지절약 수단의 확충과 자발적인 투자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 강화가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기술개발에 대한 지원 확대를 통한 경제적인 저감수단을 확대하고, 에너지절약 투자 등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와 체계적인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 에너지산업 발전을 위한 조언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부분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시고 이에 대한 견해는.

에너지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합리적 에너지소비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장기능의 강화와 재무건전성을 제고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시장기능의 강화는 에너지시장에서 시장메커니즘의 구축뿐만 아니라 공정한 경쟁촉진을 위한 기반조성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에너지공기업들도 재무건전성이 확보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경쟁적 환경 하에서 효율성 제고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여 자생력을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에너지가격의 정상화와 수요반응을 통해 에너지소비를 합리화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입니다.

최소한 에너지공급 비용을 제대로 반영하는 가격체계의 재정비와 함께 경제적 유인에 의한 소비절약 유도를 통해 효율적인 에너지공급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본 원전사고 이후 에너지안보가 주요 정책이슈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산업 기반의 지속적 확충과 에너지 기술개발 확대 등을 통한 공급안정성 제고도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해외자원개발을 통한 석유 및 가스의 자주개발률 향상 및 에너지공급 인프라의 확충과 더불어 신재생에너지 투자 및 기술개발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 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 학 력
▷ 학사 : 서울대학교 농경제학과
▷ 석사 :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 석사, 박사 : 미국 University of Colorado at Boulder (자원/환경경제학, 계량경제학)

■ 경 력
▷ 한국동력자원연구소 책임연구원 (1980~1986)
▷ 에너지경제연구원 근무 (1986~현재)
- 전력연구단장(2000~2001), 연구조정실장(2002~2004), 네트워크산업연구단 본부장(2005~2007), 전력가스연구실장(2007~2009), 에너지정보통계센터 소장(2009~2010), 원장 재직 중(2010~현재)

■ 주요 활동경력 (현재)
▷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
▷ 2013 대구 WEC 조직위원회 기술프로그램위원장
▷ 온실가스?에너지관리위원회 위원
▷ 해저광물자원개발 심의위원회 위원
▷ 전력거래소 비용평가위원회 위원
▷ 한국에너지재단 이사
▷ 한미재계회의(Korea-US Business Council) 위원

■ 자문 전문분야
▷ 에너지경제, 전력 및 원자력 정책, 녹색성장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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