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게 에너지가 없었다면, 오늘과 같은 삶도 없었을 것"

[에너지신문] 김신종 고려대학교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는 행정고시 22회 합격 이후 산업자원부 및 환경부 등에서 오랜 기간 공직에 몸담았던 에너지 분야의 전문가다. 본지는 에너지의 기원에서부터 미래 에너지 전망에 이르기까지 김신종 교수의 해박한 지식과 날카로운 통찰력이 담겨 있는 ‘김신종의 에너지 이야기’를 연재한다./편집자주

▲김신종 고려대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

① 에너지란 무엇인가?

인류의 생존에 필요한 3대 재화는 식량, 에너지, 물이다. 에너지란 무엇인가? 이 질문으로 에너지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에너지는 영어로는 에너지(energy), 독일어로는 에네르기(energie), 우리말로는 힘(동력), 중국어로는 능원(能源)이라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뜻글자를 사용하는 중국인들이 용어 선택에 가장 능한 것 같다. 능원(能源)을 풀어서 보면 ‘무엇을 가능하게 하는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인 사례로 들어가 보자. 목마른 사람이 물 한 모금을 마시기 위해서는 현재의 물 없는 곳에서 물 있는 곳까지 걸어가서 작은 그릇을 이용하든지 손바닥을 이용하든지 물 한 모금을 떠서 마침내 이것을 입으로 가져와 마시게 된다. 최소 세 가지 이상의 동작을 취해야 하는데 무엇이 이런 동작들을 가능하게 하는가?

신학자들은 사람은 땅에서 비롯한 육체와 하늘에서 비롯한 영혼의 결합이며, 죽게 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고 한다. 그런데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사람이나 물체를 움직이게 하는 그 원동력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 원동력(또는 활력)은 생명현상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영혼도 아니고 마음도 아닌 생명, 만물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힘(生氣), 얻으면 움직일 수 있고 잃으면 움직임을 그치게 하는 그 생명의 배후에는 무엇이 있을까?

물리학자들은 모든 물질의 기본입자가 가지고 있는 정보는 상대와 결합하는 순간 입자라는 유형의 물질적 결합만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가지고 있는 정보가 모아져서 하나의 통합된 정보를 창출해 낸다고 한다. 나아가서 물질이 결합되는 단계에 따라서 보다 고차원의 정보를 만들어 간다고 한다.

그렇다면 물질의 본질인 ‘힘(energy)’과 ‘정보(information)’에서 생명의 시발점을 찾고자 하는 발상은 무모한 것일까? 생명은 특정한 물질들이 아주 특수한 형태로 뭉쳤을 때, 원래 비생명체였던 물질들의 정보가 서로 결합되어 생명체에서나 볼 수 있는 통합적 정보의 구조를 가지게 되는 신비현상(神秘現象)이다. 이 신비현상을 현상으로 존재하게 하며 또 활동하게 하는 것을 현대물리학에서는 ‘에너지(氣)’라 하고, 신학에서는 ‘창조주(神)’로 설명하고 있다.

현대물리학 이외에도 만물의 생성, 운행, 소멸의 근거를 에너지(氣)에 관련시키는 기(氣)철학이 있다. 이는 중국 전국시대의 도교의 비조 장자(莊子)가 창시했고, 북송의 성리학자 장재(張載: 호는 횡거)가 이론화시켰으며, 조선성리학으로 전수돼 퇴계 이황의 주리론(主理論: 理氣二元論)과 화담 서경덕과 율곡 이이의 주기론(主氣論: 理氣一元的二元論)으로 전개됐다. 이후 18세기에 이르러 실학자 혜강 최한기가 ‘기학(氣學)’에서 오랜 논의를 집대성하기도 했다.

한편 기독교신학에 의하면 창조주는 ‘삼위일체 유일신’이며, 창세이전 신적작정(예정)에 따라 천지가 창조됐고, 이후 우주 만물은 신의 섭리에 따라 창세부터 종말까지 통치, 보존, 동류된다고 한다.

모든 생명의 유지에는 끊임없는 에너지의 공급이 필요하다. 생명체가 그 정체성을 유지 할 수 있는 것은 외부 환경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에너지원(源)을 받아들여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명체는 생존을 위해 외부로부터 어떤 형태로든지 영양을 섭취하기 위해 필사적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인체의 모든 세포는 어떤 기능을 하든 반드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데, 그 에너지는 세포 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라는 이름의 체내발전소에서 생산된다. 즉 세포는 음식에서 흡수한 포도당, 아미노산, 지방산과 같은 영양소와 산소를 원료로 공급받아 에너지를 생산하고, 노폐물인 이산화탄소(CO2)와 물(H2O)은 순환계를 통해 몸 밖으로 내보낸다.

물질은 다른 물질과의 결합, 분리 혹은 화학적 반응을 하지만, 외부 물질이나 에너지를 흡수해서 자기에게 필요한 특수한 성분으로 재생산하거나 복제하는 능력은 없다. 오직 생명체만이 재생산과 복제 능력이 있으며, 특히 인간만이 생명 유지뿐만 아니라 이를 넘어서 외부 물질을 적극 활용, 이른바 문화와 문명을 건설하는 에너지를 생산하고 사용할 줄 안다. 그리하여 인류는 농업혁명을 일으켰고, 농업혁명에서 산업혁명으로, 산업혁명에서 정보화혁명으로 발전하는 역사를 전개할 수 있었다.

인간은 에너지를 통해 자신의 의지를 이 세계에 구현할 수 있다. 에너지는 인간의 정신을 인간 외부에 실현하는 원동력이다. 인간이 불, 물, 석유, 전자, 원자를 활용해 에너지를 만들지 못했다면, 인류의 삶이 결코 오늘날과 같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저자소개>

►제22회 행정고시 합격
►산업자원부 에너지산업심의관
►환경부 대기보전국장
►산업자원부 전기위원회 사무국장
►산업자원부 에너지자원정책실장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
►현 고려대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

저작권자 © 에너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