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김신종 고려대학교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는 행정고시 22회 합격 이후 산업자원부 및 환경부 등에서 오랜 기간 공직에 몸담았던 에너지 분야의 전문가다. 본지는 에너지의 기원에서부터 미래 에너지 전망에 이르기까지 김신종 교수의 해박한 지식과 날카로운 통찰력이 담겨 있는 ‘김신종의 에너지 이야기’를 연재한다./편집자주

▲ 김신종 고려대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
▲ 김신종 고려대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

석탄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면, 19세기 덴마크의 작가 안데르센의 동화 ‘미운 오리새끼’가 떠오른다. 어느 오리 새끼가 다른 오리 새끼와 달리 못 생기고 하는 짓도 어설퍼서 어미로부터도 미움을 받고 집에서 쫓겨나다시피 한다. 집밖에서도 거듭 홀대받던 오리 새끼는 곡절 끝에 성장, 드디어 자신이 다른 오리와 달리 날 수 있으며 기품있는 백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산업혁명 이전 수천 년 동안, 공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260~280ppm으로 거의 일정 수준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18세기의 산업혁명으로 석탄사용이 급증하자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크게 증가했다. 이산화탄소는 전체 온실가스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석탄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가장 많은 화석연료 중에서도 으뜸이어서, 주지의 사실대로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돼 사용 억제 대상이 되고 있다.

IPCC ‘제4차 보고서(2007년)’는 지난 150년간 지구의 평균온도가 0.6~0.9℃ 상승했으며, 인류의 경제활동이 계속해서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할 경우 1990년에서 2100년 사이 대기온도가 평균 2℃ 더 상승하고, 이로 말미암아 해수면은 평균 50cm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해수면은 대략 10~20cm 상승했으며, 온실가스는 300ppm에서 380ppm으로 증가했고, 최근에는 400ppm을 상회했다. 만일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금세기 말에는 650ppm이상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에 부존된 석탄은 대부분 무연탄으로, 1980년대 중반까지 국민경제 성장을 주도한 민생연료의 핵심이었다. 민생연료이기에 석탄 및 연탄가격에는 사회정책 차원에서 정부의 보조가 있었으며, 매년 판매가격을 정부가 결정, 고시해 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석탄광산이 심부화되고 경제성을 상실하자 1988년 이후 감산과 폐광을 병행 추진하는 ‘석탄산업 합리화정책’을 추진하게 됐다.

1988년 347개 탄광에서 6만 2300명의 근로자가 2430만톤을 생산하던 무연탄을 2015년에는 5개 탄광에서 3178명의 근로자가 176만톤 생산했다. 그 결과 총에너지에서 무연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1973년 30.6%에서 1988년 18.9%, 2003년 1.0%로 현격히 줄어들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주종(主宗) 에너지원이었던 석탄은 이제 우리나라 에너지믹스에서 유명무실한 존재가 되고 말았다.

국내 무연탄산업이 사양화하자, 국내소요 석탄은 대부분 해외수입 유연탄으로 대체됐는데 주요 수입원은 호주, 중국,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이다. 그간 정부와 업계는 중국 석탄의 수입의존도를 줄이고 호주, 인도네시아, 러시아산 석탄의 구매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노력해 왔다.

한때 성시를 이루던 사북, 태백, 정선 등 산탄지역에서 1988년 이래 한동안 수차례의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정부는 특별법(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 이 지역에 내국인의 출입이 허용되는 카지노(강원랜드)를 건설했으며, 한전 민영화에도 불구하고 발전용탄 수요를 정부가 보장하고 폐광대책비를 대폭 인상했다. 석탄가격지원금으로 10년간 총 1조원을 투입. 3000명 이상의 고용효과가 있는 대체산업을 육성키로 했었다.

그간 태백시와 중앙정부는 석탄산업을 대체할 제조업 창업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지역은 산간 오지여서 산업용 용지가 부족하고, 원·부자재 조달이 곤란하며, 소비지가 멀리 떨어져 있고, 노동력 조달마저 곤란한 실정에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제조업 기반이 빈약한 국내 석탄 생산지역에 누가 투자할 것인가? 투자하면 살아날 수 있을까? 수익성 있는 사업 아이템은 정말 없는 것인가? 그간 최선을 다했는가? 관계자 모두가 자문해볼 문제이다.

아울러 석탄산업 합리화사업의 희생양이 된 한국석탄공사의 구조 조정은 과도한 부채, 자본잠식, 노동조합의 저항 등으로 지금까지 미뤄져 왔다. 누적 결손의 원인은 1988년 석탄산업 합리화정책에 따라 생산량과 인원을 급격히 줄이느라 퇴직금 부담이 과다했고, 당시 퇴직금 재원을 금융권 차입에 의존했기 때문에 재정지원 없이는 원금은커녕 이자조차 자력으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석탄공사의 경영 정상화 방안으로 다음 2개 대안을 제시해 본다. 첫째, 국고(國庫)에서 다수 공기업의 주식(지분)을 덜어내 공사의 은행 채무와 상계 처리 하는 방안과 둘째, 석탄공사가 단독 또는 컨소시엄 형태로 북한의 석탄 매장지역에 진출해 무연탄을 생산, 국내로 반입하는 방안이다. 이제 이런 대안들을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아닌가 싶다.

한편 ‘청정 석탄기술(Clean Coal Technology)’은 석탄을 고체 상태로 태우지 않고, 기체나 액체 상태로 물성(物性)을 변화시킨 후 태우는 기술을 총칭한다. 지금까지 선진국에서 개발되었거나 개발되고 있는 기술은 △연소전 전환기술(Pre-combustion & Conversion) △연소기술(Combustion Technology) △오염물질 관리기술 △석탄액화기술 △석탄기화기술 등이 있다.

이중 석탄액화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 기술은 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국들에 비해 석유가 태부족했던 독일이 최초로 개발한 후 오늘날 미국과 일본이 Pilot Plant를 가동 중에 있다. 특히 1970년대 1,2차 세계 석유파동 당시 남아공이 아랍 국가들의 제재에 맞서 석탄액화 제품 ‘Sasol’의 개발에 성공, 현재 자국 주유소에서 가솔린, 디젤 등과 나란히 시판하고 있다.

현재 인류는 화석연료를 과다 사용하여 기후온난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화석연료 중 석탄은 인류가 장차 3세기 동안 써도 모자라지 않을 만큼 부존량이 풍부할 뿐 아니라, 석유나 가스와 달리 세계적으로 고루 분포되어 있어 분쟁의 소지 또한 매우 낮다. 만약 인류가 청정석탄기술의 범용·상용화에 성공한다면 우리는 ‘미운 석탄’의 아름답고 우아한 비상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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