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신재생에너지 시대, 직류의 재발견

[에너지신문] 에너지전환이 국가적 과제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한전 전력연구원. 특히 단순 R&D에서 벗어나 개발된 신기술의 상용화 및 해외수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본지는 새해를 맞아 전력연구원 핵심 연구진들이 직접 연구 성과를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편집자주

‣ ‘신재생에너지 시대’ 다시금 주목받는 직류

콜럼버스의 미 대륙 발견 400주년을 기념해 성대하게 열린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 클리브랜드 대통령이 버튼을 누르자 25만개의 전구가 불을 밝혔다.

행사에 사용된 전기는 테슬라의 교류 전기였고 이후 에디슨의 직류 전기는 내리막을 걷게 된다. 에디슨은 직류 방식이 전력손실이 적다고 주장했지만 교류는 전압 변경이 쉽고 원거리 전송 비용이 저렴해 미국은 테슬라의 교류 방식을 표준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와 디지털기기 보급 확대로 직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00여년 전 전기 생산을 책임졌던 석탄, 가스, 수력은 회전하는 터빈을 사용하므로 처음부터 교류 전기가 만들어졌고 그대로 교류 전송을 하는 것이 유리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과 수소연료전지는 직류 전기를 생산한다. 대부분의 디지털장비도 직류를 사용한다. 당장 손에 있는 휴대폰도 직류를 사용하는 디지털기기이며 2022년까지 국내 43만대가 보급되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도 직류를 사용한다.

하지만 현재 전력시스템은 교류 전송이 표준이기 때문에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에서 얻은 직류 전기를 교류로 바꿔 전송하고 디지털기기 내 장착된 교류-직류 컨버터를 통해 직류로 다시 전환한다. 단계별 변환효율이 90%라고 가정하더라도 3단계를 거치면 약 30%의 전력손실이 발생한다.

변환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손실을 줄이기 위해 대규모의 전력을 소모하는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에서 직류 시스템을 선제 도입하고 있다. 지난 2008년 KT 남수원센터의 경우 직류 배전망을 적용, 13.2%의 효율 향상을 실증한 바 있다.

인터넷 접속과 운용을 담당하는 IDC는 전기 먹는 하마로, 5개의 IDC는 경기도 광주시 전체의 가정용 전력사용량과 유사한 전력을 소비한다. 안정성·신뢰성 보장을 위해 전원시설, 냉각장비, 공조시설이 24시간 가동되기 때문이다.

‣ 직류 전송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들...치열한 표준화 싸움

2019년 4월 3일 23시, 세계 최초로 5G의 상용화가 국내에서 시작됐다. 5G는 4G에 비해 지연시간이 1/20로 줄어들고, 속도도 향상된 무선 통신기술이다. 빠른 반응이 필요한 드론, 원거리 로봇 수술, 자율주행 전기차 등의 디지털기기 성능이 크게 향상되고, 새로운 제품들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5G 기반의 디지털 시장이 생겨나고 직류 전기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표준화에 대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직류는 전압이 낮으면 저항 손실이 커지고 전선도 굵어져 비용이 증가한다. 반대로 전압을 높이면 아크나 감전의 문제가 발생한다. 교류는 1초에 수십번 0V가 되기 때문에 아크가 금방 멈춘다. 하지만 직류는 아크가 그치지 않아 화재 위험성이 크다. 이러한 적정 전압, 안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직류배전망 실증시험 및 표준화가 필수적이다.

일본 NTT는 2007년부터 직류 배전망 실증사업을 추진했으며, 직류 380V로 캠퍼스 규모의 실증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전력기술연구소는 다양한 전압의 직류 공급이 가능한 지능형 다기능 변압기를 개발하고 2009년 시제품을 제작했다. ABB는 선박 내에 직류배전망을 구성하여 연료소모량을 10%이상 절감했다. 그러나 직류배전망에 대한 관심이 많지만 대부분 실증사업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 세계 최대 직류(DC) 에너지자립화섬인 서거차도.
▲ 세계 최대 직류(DC) 에너지자립화섬인 서거차도.

‣ 한국전력의 직류배전 개발 및 구축 현황

다양한 형태의 수용가에서 직류 시스템 대한 연구가 증가함에 따라 전력사 측면에서도 직류 수용가의 출현에 대비해 직접 직류전원을 공급하는 직류배전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따라서 한전에서는 2009년 ‘스마트 배전시스템 개발’ 연구에서 직류 배전시스템의 타당성을 검토했으며 직류 배전시스템 개발을 위한 법적, 제도적 사항을 검토한 바 있다.

또한 최적 직류배전 토폴로지 결정 및 핵심기술 개발전략 수립을 위해 2010년에 ‘직류 배전 표준모델 설계 및 핵심기술 개발 전략수립’ 연구를 수행, 직류배전 적용에 따른 배전계통 영향 평가 및 기술개발 로드맵을 수립했다.

2014년에는 전력사 관점에서 수용가의 직류전원 수요에 대응하고 고품질 전력공급과 신재생에너지원의 효율적 연계가 가능한 저압 직류배전망 설계와 이를 위해 사용되는 요소기기 설계를 위한 연구를 수행했다.

이 연구를 통해 저압 공급전압을 ±750V 직류로 선정하고 비접지 방식의 저압 직류 배전계통을 표준모델로 제안했다. 그리고 양방향 조류제어가 가능한 직류 배전선로용 전력변환기를 설계했으며 시제품 제작 후 성능시험을 한전 전력연구원 내에 구축된 LVDC Test-Lab을 통해 진행했다. LVDC Test-Lab은 ±750V 직류 배전계통 모의를 위한 선로모의장치, 인공고장장치, 모의부하장치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후 한전은 ‘저압 직류배전 실증인프라 구축 및 실계통 적용 연구’를 통해 저부하 장거리 교류 고압선로를 저압 DC 배전선로로 대체함으로써 실계통에 저압 직류배전을 적용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저압 직류배전의 실계통 적용에 앞서 한전의 고창 전력시험 센터에 저압 직류배전 실증시스템을 구축하고 저 부하 장거리 실계통 적용을 위한 저압 직류배전의 안정성 및 신뢰성 검정 시험을 수행했으며, 2016년에는 국내 최초로 가공 저압 직류배전 시범선로를 한국전력공사 광주전남본부의 실제 배전선로에 구축 및 운영 중이다.

이 선로는 12경간 이상 장거리, 30kW 이하의 저부하 말단 공급 고압 배전선로로써 수목접촉 등으로 인한 선로 고장 발생 가능성이 높은 ABC 케이블 설치 개소이다. 저압 직류배전 선로로의 전환을 통해 고압 배전선로의 수목접촉 등으로 인한 고장을 줄임과 동시에 선로 구축비용 절감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추가로 광주전남본부 예하의 4개 선로에 저압 직류배전 시범선로를 구축,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 세계 최대 직류(DC)에너지자립화섬인 서거차도의 설비구성도.
▲ 서거차도의 설비구성도.

‣ ‘서거차도’ 한전이 만든 세계 최대 직류 배전망

2015년부터 한전은 직류배전망의 확대와 직류 마이크로 그리드 사업화를 위한 ‘저압 직류배전망 독립섬 실증 연구’에 착수했다.

육지와 원거리에 있는 도서 지역은 대부분 디젤발전 기반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있지만 최근 도서지역 내 신재생에너지원에 의한 발전 비율을 증가시킨 에너지 자립 섬 사업이 국가적으로 추진 중이다. 이러한 신재생 전원 기반의 에너지자립섬 구축 시 전력망을 직류 시스템으로 구축할 경우, 교류 방식에 비해 신재생에너지원의 수용 및 연계운전을 보다 쉽게 구현할 수 있다.

한전은 직류 배전망의 운영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DC Island’를 2018년 진도군 예하 서거차도에 구축 완료했다. 6.6kV의 기존 교류(AC) 배전선로 대신 1500V(±750V)의 직류 배전선로를 구축하고 신재생 전원을 직류로 배전선로와 연계, 가정 등 수용가에도 직류전원을 공급하는 방식으로써 신재생에너지원의 계통연계 손실을 줄일 뿐만 아니라 미래 출현이 예상되는 직류수용가에 대한 직류 전력 공급 검증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 서거차도에 200kW의 태양광, 100kW의 풍력, 1.5MWh 용량의 ESS를 구축하고, 전기 카트용 직류 전기 충전기, 직류 가로등 및 직류 가전제품을 지역 내 수용가에 보급해 에너지효율을 10% 이상 향상시켰다.

서거차도 직류 배전망 실증시험 및 표준화가 완료되면 직류 배전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유럽, 인도, 중국 및 아프리카 등을 대상으로 국내 기업들의 해외사업 수주 및 기술이전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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