➃ 에너지저장 패러다임의 전환…그린 수소 생산·저장기술

[에너지신문] 에너지전환이 국가적 과제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한전 전력연구원. 특히 단순 R&D에서 벗어나 개발된 신기술의 상용화 및 해외수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본지는 새해를 맞아 전력연구원 핵심 연구진들이 직접 연구 성과를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편집자주

급격히 늘어나는 신재생…대용량 저장장치 필요성 커져

최근 지구온난화의 가속화에 따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 확보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석탄발전 비중 축소가 불가피하며, 선진국을 중심으로 에너지패러다임이 화석에너지에서 신재생에너지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어 우리나라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소비의 탈 탄소화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는 신규발전소 건설 보다는 수요관리를 통한 합리적 목표 수요 설정에 주안점을 두었고, 신규 발전설비는 대규모의 원전과 석탄 발전소 건설에서 벗어나 친환경·분산형 재생에너지와 LNG 발전을 우선시하고 있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은 203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전체 발전량의 20%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2016년 13.3GW에서 2022년 27.5GW, 2030년에는 63.8GW로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따라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 증가하면 재생에너지의 출력 변동성으로 인한 전력계통의 불확실성과 출력제한 등의 미유용(curtailment) 전력이 급증하게 된다. EU 실증결과 재생에너지 부하가 10~15% 이상이 될 경우, 재생에너지 전력에 의한 출력제한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한 부하 안정성 확보 방안 필요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풍력, 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 발전은 출력 변동성이 심해 수요·공급 불균형에 의한 미유용 전력 낭비(통상 발전용량의 50% 이상)가 예상돼 에너지 생산의 불균일성을 해소할 수 있는 대용량의 장기간 에너지저장 시스템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대부분의 에너지저장 시스템은 미유용 전력을 배터리 기반의 ESS(Energy Storage System)를 이용하는 ‘전력→전력’ 형태의 단기간·소용량 방식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계절별 생산 및 수용 변동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력→가스’ 형태의 대용량(1GWh 이상)‧장기간(1개월 이상)의 에너지저장 시스템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 한전의 P2G 사업단지 조감도.
▲ 한전의 P2G 사업단지 조감도.

에너지를 대용량‧장기간 저장 가능한 수소로 바꾸는 ‘P2G 기술’

수소는 우주 물질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풍부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어 지역적 편중이 없다. 또한 산소와 화학반응으로 열과 전기 생산 시에 물 이외의 해로운 부산물을 배출하지 않아 환경친화적이며, 대용량·장기간 에너지저장이 가능한 에너지 전달자(energy carrier)다.

정부는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최고 수준의 수소 경제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비전과 구체적인 정책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수소차, 연료전지 기술개발과 함께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그린 수소 중심으로 전환하고,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전략을 추진 중이다.

‘Power to Gas(P2G)’는 전력계통에서 수용할 수 없는 풍력·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 전력을 물의 전기분해에 이용, 수소를 생산 및 저장하거나 생산된 수소를 이산화탄소와 반응시켜 메탄 등의 형태로 전환하여 저장 및 이용하는 기술이다.

P2G 시스템은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설비 △메탄화 설비 △수소 및 메탄 저장 설비 △전력‧가스 계통연계 설비 등으로 이뤄진다. 생산된 수소와 메탄은 연료전지 또는 가스터빈 등의 발전용 연료로 사용하거나 수소차 등의 수송 연료로 활용할 수 있다.

전력연구원, 액체에 수소를 저장하는 기술 개발 주도

지금까지 수소 저장은 주로 기체 압축 및 액화 방식에 관한 연구가 이뤄졌다. 최근에는 수소를 가역적으로 저장·방출하는 수소 저장 합금 방식과 유기액체 수소저장(LOHC) 등의 새로운 수소 저장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특히 LOHC는 액상의 방향족 벤젠고리에 수소를 반응시켜 화합물 형태로 저장하는 방식으로, 난연성의 액체 매질을 이용하므로 기존 액체연료 설비를 활용할 수 있다. LOHC는 상온·상압에서 수소의 유실 없이 장기 저장과 운송을 할 수 있어 수소 공급 가격의 약 30~40%를 차지하는 저장·운송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LOHC 기술은 고압(50기압)의 수소화 반응과 상압의 탈수소화 반응 및 반응기 설계, 공정 개발과 촉매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전 전력연구원은 수전해를 이용한 그린 수소 생산 기술과 액상유기화합물(Liquid Organic Hydrogen Carrier, LOHC) 등의 수소저장 기술, 수소의 메탄화 저장 방식에 관한 연구에 많은 역량을 기울이고 있으며, 2015년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 LOHC  기술 설명도.
▲ LOHC 기술 설명도.

수소경제 활성화에 앞장서다

한전 전력연구원은 앞서 언급한 P2G 연구를 통해 1MW급의 알카라인 수전해 시스템과 고분자전해질 수전해 시스템을 개발하고, 알카라인-고분자전해질 수전해 모듈 연계를 통한 2MW급 하이브리드 수전해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대한 단주기 변환(고분자전해질 모듈)과 장주기 변환(알카라인 모듈)을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핵심 모듈과 공정 설계 및 제작·운전 기술 국산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재생에너지의 간헐적 출력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 해석과 운전 대응 방안, 가스혼합 방지와 수소 설비의 안전기술 확보 및 수전해 효율 향상에 대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다. 특히 고분자전해질의 경우 현재 백금 같은 귀금속 촉매를 사용하고 있는데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 촉매 함유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나아가 이를 저가의 비백금계 촉매로 대체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력연구원은 앞으로도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 정책에 대한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그린 수소 생산과 저장기술 개발 및 P2G 플랜트 실증을 통해 수소 분야 신산업 창출에 이바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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