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 에너지전환 가속화 계기 될 것”
올해 에너지 안전기술 확보·사고방지사업 집중
재생에너지, 지역발전 견인…지자체와 협력 강화

[에너지신문] 임춘택 제4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은 기술고등고시 합격, 카이스트 전자공학 석박사 수료 후 국방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청와대 안보실 행정관, 카이스트 부교수,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 등 역임했다. 그는 국제전기전자학회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하는 등 에너지 분야의 전문가이자 다양한 국정경험을 거친 정책 전문가로 친환경에너지 정책 추진의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본지는 임 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올해 에기평의 주요 사업 및 코로나 위기가 에너지산업에 미치고 있는 영향 등에 대해 들었다./편집자주

▲ 임춘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
▲ 임춘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

▶▶▶올해 에기평의 중점 추진 사업은?
올해는 에너지 안전기술 확보와 관련 사고방지를 위한 사업을 중점 추진한다. 에너지는 기반산업으로 우리의 일상생활과 매우 가까운 곳에서 밤낮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폭발, 고압, 고온, 낙하 사고 위험이 매우 높은 특수성을 띄고 있으나 그간 이에 대한 관리가 미흡했다. 국민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에너지안전사고를 근절하고자 이러한 사고의 근본원인을 심층 분석하고 적극적으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먼저 사고 가능성이 있는 607개 과제(전체 과제의 95%)에 대해 지난해 말 안전매뉴얼 구비를 완료했다. 또한 안전 전문가를 과제기획 단계부터 필수로 참여시켜 과제 전주기로 안전성 관리를 확대했으며 지난 3월 에너지안전 PD를 신규 초빙, 전문성을 강화했다.
기술수준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ESS 화재예방, 방폐물 처리, 원전사고 방지, 수소충전소 안전성 확보 등에 올해에만 556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이차전지화재 안전성검증센터구축사업(149억원) △화력발전소 안전환경구축기술개발사업 △원전안전부품경쟁력강화기술개발 등 국민 안전을 위해 조속히 확보해야 하는 기술에 대해서는 별도의 신규 사업을 확보했다.

▶▶▶감사원이 포항지진에서 에기평의 책임도 일정 부분 있다고 결론 내렸다.
지난 4월 1일 발표된 포항 지열발전 과제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의 후속조치를 적극 추진했다. 에너지안전을 선도하는 전담기관으로서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계기로 삼기 위해 관련 TF를 구성하고 이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 대책을 마련했다.
먼저 상시적인 에너지안전 감시체계를 대폭 강화했다. 앞으로 에기평의 모든 과제는 사고 발생 위험도에 따라 상중하로 구분하고 고위험과제는 안전전문가가 현장실태를 점검하며 사고방지 계획에 대해 의무적으로 컨설팅 하는 등 밀착 관리한다. 현장 실증형 과제는 대상 기술뿐만 아니라 시설·장비에 대한 위험성 평가를 의무적으로 실시하게 했다.
다음으로 평가의 전문성·공정성·책임성을 강화했다. 우수 수행기관 선정으로 R&D성과 창출을 극대화하고, 평가의 질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 메타평가 시스템을 지난해부터 활용 중이다.
단순히 평가를 온라인상으로 옮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평가위원은 평가한 것에 대해 평가를 받고 과제제안자가 고객의 입장에서 전담기관인 에기평을 평가하는 점에서 공정성과 책임성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책임평가위원 제도를 강화하는 등 보다 심도 있게 검토, 평가하는 제도도 준비 중이며 평가위원 풀(eR&D)에 등록된 전문가들의 경력, 논문, 특허 정보 등 전문성에 대한 검증을 분기별로 실시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우수 R&D 성과창출을 위해 관리 제도를 혁신한다. 기술적 난제나 문제가 많을 것으로 예측되는 하위 10% 과제는 기술컨설팅을, 우수성과 확보 가능성이 높은 상위 10% 과제는 사업화 컨설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대형 플래그쉽 과제는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워킹그룹이 중간 점검 및 컨설팅해 기술적인 애로를 해소하고 사업화를 지원한다. 특히 워킹그룹에 에기평의 본부장급 간부가 참여, 전담기관 책임 하에 과제를 밀착 관리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증가하고 있으나 여전히 주민갈등과 환경문제가 숙제다.
‘재생에너지 시대’에는 부지 확보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충남, 전남, 경남, 제주, 강원지역이 주목받고 있다. 지역에 재생에너지 시설이 들어서면, 현지에서 전기를 생산해 바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재생에너지는 분산형 전원이라 지역주민이 참여할 수 있고 지역의 소득도 늘어난다. 재생에너지로 각 지역에서 매년 40조원씩의 전기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지자체는 중앙정부에 재정적 도움을 요청할 필요 없이 5~10조원씩의 소득을 얻을 수 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지역발전에 굉장히 중요하다. 에기평은 에너지전환과 관련 지역산업 활성화에 대한 지자체의 의견을 경청하고 상호협력 방안 논의를 위해 지난해부터 전북, 경남, 제주 등 권역별 도지사, 시장 간담회를 열고 지역 현안과 지역단위 에너지전환 정책, 에너지산업 육성 등에 대해 논의해왔다. 올해도 에너지기술개발사업 추진 시 지역별 수요를 적극 반영하고, 필요 시 맞춤형 사업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지자체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

▶▶▶제주에 ‘아리(RE)300 추진단’을 설치했다. 아리(RE)300 추진단의 주요 역할은?
지난해 10월, 제주도청과 ‘탄소 없는 섬(CFI, Carbon Free Island) 제주’ 실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제주대학교 내에 ‘아리300추진단’을 설치했다.
추진단은 제주도의 CFI 2030 정책 이행을 위해 제주특별자치도, 제주대, 그 밖의 도내 유관기관들과 협력하고 제주도의 에너지 자립과 에너지기반 경제성장을 위해 관련 업무를 추진한다.
제주도의 환경적 특성에 적합한 에너지 융복합기술 실증을 추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등 에너지가치 혁신의 도화선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도내 산학연 에너지 유관기관들과의 유기적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CFI 역량강화와 R&D 성과연계를 위한 맞춤형 포럼 운영, 지역대학과 연계한 핵심인재 양성 등 제주도의 에너지 융합생태계 조성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적으로 에너지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에너지 측면에서는 이번 코로나 위기가 에너지전환을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올해 글로벌 총 에너지 수요는 6%, 석유와 가스는 각각 9%, 8%로 급락하는 가운데서 재생에너지만 유일하게 1%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화석연료에 의존했던 에너지시스템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재생에너지 중심의 친환경?저탄소 에너지시스템으로 변화할 것이다. 전력시장에서 글로벌 저탄소에너지원의 발전비중은 석탄을 추월, 올해 40%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재생에너지, ESS의 기술혁신과 급속히 향상되는 경제성으로 이러한 트렌드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우리도 ‘기후악당국’의 오명을 벗고 새롭게 급성장하는 시장 기회를 잡기 위해 기존 화석연료 중심에서 재생에너지?에너지효율향상산업으로 투자를 발빠르게 전환하고 혁신의 속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
에기평은 이러한 기회를 함께 모색하고자 최근 산업 대전환을 위한 방안을 고민했으며 에너지산업 전략으로 ‘그린뉴딜’을 제안했다. 국내 제조업의 축적된 역량을 에너지산업으로 전환, 에너지수입 비용 절감 및 재생에너지 내수시장을 적극적으로 키우고, 나아가 수출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또한 재생에너지 전력계통 연계사업, 건물에너지효율 개선사업 등도 에너지 인프라 확충을 위해 추진돼야 한다. 이러한 에너지신산업 육성과 한국형 에너지 뉴딜사업은 환경과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제고, 내수를 진작시키고 산업 인프라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온라인 메타 순환평가 확대 실시에 따른 기대효과는. 또 코로나 사태가 진정돼도 이를 계속 이어나갈 것인지.
평가의 공정성?전문성?효율성 향상을 위해 온라인 메타순환평가를 도입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특히 주목받게 됐으며 이번 기회를 메타순환평가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로 삼아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 이후에도 계속 온라인 메타순환평가를 진행할 것이다.
기존에는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평가가 이루어지다보니 해당 기술의 최고 전문가를 매번 평가에 모시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으나 언제 어디에서든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평가로 전환하며 전문성을 향상시켰다.
‘메타평가’라 함은 ‘평가에 대한 평가’로 평가위원은 평가위원장이, 평가위원장은 에기평이, 에기평은 과제 발표자들이 평가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갑과 을의 구분이 사라진 것이다.
2018년도 말부터 시범 적용하고 지난해 대폭 확대 적용, 예산 절감과 효율성을 확인했다. 온라인 메타순환평가 도입 확대로 매년 약 15억원 가량의 예산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더불어 올해 도입될 ‘온라인 메타기획’ 제도 등을 통해 에기평이 세계적인 연구기획의 메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상에서 과제를 기획하고 의견을 주고받으며 기획위원을 평가, 기획 과정에서도 공정성·전문성·효율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비 부정사용 근절 등 청렴성 강화를 위한 노력들을 소개해 달라.
에기평은 올해부터 부패 행위 근절을 위해 전문 법조 인력이 포함된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적발 사례를 유형별로 분석 하는 등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연구비를 부정사용한 기업과 당사자들은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참여제한뿐 아니라 출연금 환수와 제재부가금 처분을 받는다.
또한 모든 적발 건들은 경찰 및 검찰과의 공조를 통해 고소·고발, 수사의뢰 조치를 취해 형사처벌 한다. 특히 올해부터는 부패발생 사전 예방을 위해 부정사용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전문성이 강화된 현장실태조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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