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 “플라스틱을 나프타로…화학적 재활용 본격화”

[에너지신문] 올해 1월 출범한 한화솔루션은 석유화학사인 한화케미칼과 태양광발전 사업을 전개하는 한화큐셀, 자동차용 소재를 생산하는 한화첨단소재 등이 하나로 합쳐진 한화그룹의 대표 에너지기업이다. 2018년 11월 한화큐셀과 한화첨단소재는 합병을 했었고 그렇게 태어난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는 한화케미칼의 품에 안기면서 한화솔루션을 만들어냈다.

2010년부터 태양광발전 분야에 진출한 한화그룹은 친환경 에너지를 중점적으로 육성해왔다. 최근 태양광발전 분야의 핵심 소재 중 하나인 폴리실리콘(polysilicon)의 직접 생산은 포기했지만 여전히 태양광발전 분야에서 다수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화솔루션의 전통적인 사업분야 중 하나인 석유화학에서 친환경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저렴한 폴리실리콘과의 가격 경쟁에서 패한 한화솔루션은 2014년부터 생산하던 폴리실리콘을 올해까지만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분야의 핵심 발전방법 중 하나인 태양광발전에서 없어서는 안될 폴리실리콘의 생산중단 결정은 2010년부터 줄곧 걸어온 한화그룹 차원의 친환경 아젠다(agenda)의 후퇴라는 인식을 시장에 주기에 충분한 이슈였다. 

하지만 한화솔루션은 업스트림(upstream)인 폴리실리콘에서는 철수하지만 태양광전지 생산과 발전소 건설이라는 미드스트림(midstream)과 다운스트림(downstream)은 여전히 유지해 친환경 경영이라는 한화그룹의 정체성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 한화솔루션 PTC 프로젝트 관련 이미지.
▲ 한화솔루션 PTC 프로젝트 관련 이미지.

▶▶▶  플라스틱 재활용…또 하나의 친환경 프로젝트

한화솔루션은 태양광에 이어 최근 새로운 친환경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석유화학 분야에서 각종 기초소재를 생산하는 것이 주력인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뿐만 아니라 석유화학제품인 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는데도 집중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석유화학사들이 오랜시간 고민하던 사용 후 플라스틱 처리 기술의 혁신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사용 후 플라스틱은 물리적으로 재활용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한화솔루션은 단순히 형태를 바꿔 다시 사용하는 물리적 재활용을 넘어 플라스틱으로 플라스틱의 원료인 나프타(naphtha)를 생산하는 화학적 재활용을 실현하기 위한 촉매 및 기술을 개발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석유화학부터 태양광, 자동차용 첨단소재까지 유기화학을 넘어 무기화학까지 사업영억을 확대하고 있는 한화솔루션은 올해 3월 이사회를 통해 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하는 촉매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선포한 바 있다.

이사회에서 한화솔루션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열분해(pyrolysis)한 뒤 석유화학제품의 원재료인 나프타로 재활용하는 ‘순환경제 시스템’ 구축을 위한 연구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1월 석유화학사인 한화케미칼과 태양광기업인 한화큐셀, 자동차용 소재를 생산하는 한화첨단소재를 하나로 통합해 탄생했다. 3월 이사회는 한화솔루션 출범 후 첫 이사회였기에 산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었다.

▶▶▶  한화솔루션, PTC 프로젝트 업계서 가장 앞서

한화솔루션이 연구하고 있는 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 기술은 ‘PTC(Plastic to Chemicals)’라는 이름으로 관련 업계에서는 통용되고 있다. 이미 해외의 많은 석유화학사들은 PTC 기술을 보유했거나 이를 확보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용한 플라스틱으로 나프타를 생산하는 연구는 그 역사가 그리 짧지 않다. 1990년대에 관련 연구논문이 나왔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PTC가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이후다. 다수의 글로벌 석유화학사들이 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으로 지난해를 기점으로 PTC에  대한 관심과 기술 확보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한화솔루션 연구진은 사용한 플라스틱으로 나프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촉매(catalyst)를 확정하는 단계만을 앞두고 있다. 이미 사용한 플라스틱을 나프타로 생산하는 실험에 성공한 한화솔루션은 나프타 수율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촉매를 선택하는 작업만 남은 상황인 것이다.

한화솔루션 손인완 미래기술센터장은 “PTC 기술이 상용화되면 폐플라스틱의 무한 재활용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현재는 아직 시험생산 단계지만 앞으로는 나프타의 생산수율을 높여 대량생산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사용한 플라스틱에서 추출한 나프타는 다시 에틸렌(ethylene)과 프로필렌(propylene) 등의 플라스틱 기초원료로 가공이 가능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다수의 플라스틱은 HDPE(High-density Polyehtylene), PET(Ployethylene Terephthalate), PP(Polypropylene) 등으로 대부분 에틸렌과 프로필렌으로 만들어진다. 

▲ 한화솔루션 본사건물 전경.
▲ 한화솔루션 본사건물 전경.

▶▶▶  국내 석유화학 빅4, 모두 PTC 중요성 인식

국내 빅4 석유화학사 중 이 분야에 적극성을 드러내는 기업은 SK이노베이션과 한화솔루션이다. 2018년 석유화학제품 판매기준으로 국내 1위, 세계 10위인 LG화학이나 국내 2위, 세계 20위인 롯데케미칼은 PTC에 대해 크게 관심을 표하지 않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3위, 세계 34위, 한화솔루션은 국내 4위, 세계 49위에 랭크돼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5월 자사 공식블로그를 통해서 플라스틱 재활용 관련 기술에 대해 자세히 소개한 바 있다. LG화학은 현재 플라스틱이 나프타를 원료해 생산·유통·소비된 후 수거·폐기의 과정을 거치면서 재활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며 플라스틱을 다시 원료인 나프타로 순환시키는 사업이 미래의 블루오션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롯데케미칼은 플라스틱의 물리적 재활용에 대해서는 최근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화학적 재활용에 대한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사용한 플라스틱을 수거한 뒤 분쇄하고 섬유 원사를 제작한 뒤 신발, 가방, 의류 등의 석유화학제품으로 재활용하는 사업을 올해 시작했다. 

SK그룹의 최대규모 석유화학사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7월 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을 위해 제주클린에너지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제주클린에너지는 2013년부터 제주도에서 열분해 공장을 운영하면서 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제주클린에너지는 사용 후 플라스틱을 아스팔트의 원료나, 화력발전소의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보일러용 등유 정도로 전환하고 있다. 제주클린에너지와 SK이노베이션이 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원료인 나프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술의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 이성준 기술혁신연구원장은 “제주클린에너지의 열분해 기술에 SK이노베이션의 촉매 관련 역량과 노하우가 더해진다면 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해 얻는 정제연료유를 고부가화하는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K그룹의 또 하나의 석유화학사인 SKC는 글로벌 석유화학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AEPW(Alliance to End Plastic Waste)에 국내 기업 최초로 지난해 7월 가입했다. 지난해 1월에 출범한 AEPW에는 플라스틱을 제조·판매 업체들부터 수집·재활용하는 업체들까지 적극 가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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