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창영 광주대 교수.
▲ 송창영 광주대 교수.

[에너지신문] 1986년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ich Beck)은 <위험사회, 새로운 근대를 향하여>란 저서를 통해 현대사회를 ‘위험사회(Risk Society)’라고 정의했다.

울리히 벡은 사회가 발전할수록 위험사회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최근 현대사회의 재난 발생 양상을 지켜보면 실제로 그렇게 흘러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재확산으로 전 세계가 힘들어하는 가운데 아시아 각국에서는 폭우로 인한 물난리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해 1998년 이래 최악의 홍수가 발생했다는 중국 남부 지역은 40일이 넘게 폭우가 지속되면서 141명이 사망·실종됐으며 주요 문화재 130여 개도 훼손되는 등 직접적인 경제 손실만 14조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또한 중국을 물바다로 만들고 있는 비구름의 일부가 동쪽으로 이동해 일본 서남부의 구마모토현과 가고시마현 등의 지역에서는 500mm가 넘는 비를 뿌렸다. 2019년 한국의 연평균 강수량이 1171.8mm인 걸 고려한다면 반 년 치 비가 하루만에 내린 것이다.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아시아 전역에서 발생하는 이런 상황에 대해 한국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해서 강건너 불구경 하듯이 수수방관해서는 안될 일이다. 한국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폭염과 태풍 등 한반도에 미치는 이상기후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980년대에 연평균 9.4일이었던 폭염 일수는 최근 10년 동안 15.5일로 급증했고, 지난해 무려 7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국내에서 발생하는 이상기후 현상은 그 전에 우리가 경험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매년 여름 한반도로 다가오는 태풍이나 장마기간에 발생하는 집중호우에 대해서는 나름 잘 준비돼 있고, 잘 대응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아시아권에서 발생한 폭우는 우리가 알고 있던 집중호우와는 다른 규모와 형태로 발전하며 각 국에 큰 피해를 주는 심각한 재난이 돼 있다.

일반적으로 재난에 대응하는 것은 불확실성과의 싸움이라고 한다. 특히 지금도 피해를 입히고 있는 코로나19나 중국과 일본 등에서 발생하고 있는 폭우는 매우 낮은 확률로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규모의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블랙스완과도 같은 것이다. 이처럼 예측할 수 없는 재난이 발생하는 위험사회에서 국민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재난은 우리 주변에서 오랜기간동안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었다. 인류가 문명을 이룩해오는 과정은 다양한 재난을 이겨내는 과정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재난에 대해 항상 경각심을 가지고 대비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려워해야만 할 대상만은 아니다.

일본에는 자조(自助), 공조(共助), 공조(公助)라는 개념이 있다. 자신의 안전은 자신이 지키고 나서야 그 후에 주변 사람을 돕는 공조(共助)와 나라의 도움을 기대하는 공조(公助)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물론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일본에서 지진이라는 극단적으로 짧은 시간에 발생하는 재난 특성상 도입된 개념이지만 여기서 재난 상황에서 자신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길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말해 우리가 바라는 안전에 대한 보장은 일단 우리 스스로가 자조를 통해 자신의 안전을 지킨 후에서나 바랄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유형의 재난이 발생하는 현대사회에서 국가의 능력만으로 모든 재난을 예방하고 모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것은 ‘판타지’에 가까운 일이다.

평소 재난에 대해 국민들 스스로가 잘 알고 대비한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의 가족과 이웃의 생명을 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우리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나의 안전과 내 가족의 안전을 스스로 지켜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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