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달성, 필연적 많은 비용 수반
탄소세, 화석연료와 같은 기준 부과

[에너지신문] 2020년 12월 7일 정부는 ‘적응적(Adaptive) 감축’에서 ‘능동적(Proactive) 대응’으로 전환을 통해 탄소중립, 경제성장,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달성한다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해당 전략에서 세간의 가장 큰 관심을 받은 내용은 단연 탄소가격 시그널 강화를 위해 도입이 검토되는 ‘탄소세’였다.

화석연료의 탄소 함유량을 과세표준으로 삼는 이 같은 탄소세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휘발유, 경유 등 수송용 석유제품에 부과되는 유류세, 특히 교통·에너지·환경세 개편이 필히 병행돼야 한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휘발유와 경유의 소비량(ℓ)을 과세표준으로 하는 종량세며, 기본세율은 리터당 휘발유 475원, 경유 340원이지만, 현재는 특정조건으로서 적용되는 탄력세율(기본세율 ±30%) 휘발유 529원, 경유 375원으로 설정돼 있다.

지금과 같이 자동차(특히 승용차) 소유가 보편화되기 이전에는 자동차를 소유하고 운용한다는 것 자체가 ‘부(富)의 표상(表象)’이었으며, 그만큼 담세능력이 있음을 나타내는 지표로 인식돼 이미 일제시대부터 휘발유를 중심으로 일종의 ‘사치세’ 형식의 세금이 부과, 특정소비에 과세하는 물품세(1962년 석유류세, 1977년 특별소비세) 등으로 명맥을 유지해왔다.

그러다 1994년 그동안 휘발유와 경유에 부과되던 특별소비세(‘보통세’)를 교통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재원 마련을 위한 목적세(earmarked tax)로서 교통세가 도입됐다. 2007년 1월부터 교통뿐만 아니라 에너지, 환경, 지역 균형발전 분야까지 포괄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로 확대 개편돼 오늘날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제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탄소세 도입과 함께 다시 한번 개편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교통·에너지·환경세 개편과 관련해 먼저 고민해야 할 부분은 해당 세금의 성격이다. 세수의 용도를 정하지 않고 부과되는 일반적인 보통세와 달리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세수의 용도를 사전에 정해놓은 목적세다.

이를 통해 징수된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세수는 ‘교통시설특별회계법’ 제8조, ‘환경개선기본법’부칙 제4조의 2,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제36조 등 명문화된 규정으로 사용용도와 사용규모가 정해져있다.

2020년 현재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세출 배분규정에 따라 현재 세수입의 73%는 교통시설특별회계(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에, 25%는 환경개선특별회계(환경부)에, 5%는 지역발전특별회계(기획재정부)로 할당돼 배분된다.

다시 말해 현행 교통·에너지·환경세는 환경세보다는 다분히 교통시설 확충 재원 마련을 위한 교통세로서의 비중이 높다. 그래서 단순히 탄소중립 관련 사업을 위해 필요한 세수확보 차원에서 일종의 환경세 성격의 탄소세로 교통·에너지·환경세를 전액 전환할 경우, 교통시설 확충 재원 마련이 곤란해진다는 것이다.  

더욱이 교통·에너지·환경세는 내연기관차 이용자만 부담한다는 점도 문제이다. 내연기관차 이용자들은 수익자 부담원칙에 의해 교통 인프라 사용 혜택 등에 따라 교통·에너지·환경세의 교통시설 확충 재원을 부담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 이용자는 수송용 전기 소비에 있어 모든 소비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부가가치세와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제외하고는 세부담이 없다. 전기차가 향후 자율주행차의 플랫폼이 될 정도로 혁신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하늘을 날아다니지 않는 이상 결국 도로를 이용해야하는 것은 ‘자동차’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차가 동일하게 교통인프라를 이용하지만, 수익자 부담원칙 적용에서 예외가 되고 있다.

이같은 불균형적이면서도 편향적인 담세 구조로 인해 전기차의 확산은 곧 내연기관차의 대체를 의미하며, 휘발유나 경유 등 수송연료 소비 감소로 이어져 수송연료 소비에 부과되던 교통·에너지·환경세 세수의 자연스러운 증발, 즉 세수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세수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교통시설 확충 재원의 세수 부족분을 벌충할 새로운 과세원이 요구된다. 이로 인해 세수 중립성 차원에서도 휘발유, 경유 등과 동일선상에서 전기차에 대해서도 적어도 교통·에너지·환경세 중 교통세를 동일하게 과세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견지에서 교통·에너지·환경세 개편 방향으로서 먼저 교통·에너지·환경세의 ‘목적세’로서의 의미를 강화하면서 세목을 교통세와 탄소세로 분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중 교통시설 확충 재원으로서의 교통세는 교통시설 이용에 대한 수익자 부담원칙을 기본으로 휘발유, 경유차 등 내연기관차와 함께 전기차 등도 동일하게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해당 재원의 세수손실을 막고 세수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현행 교통·에너지·환경세의 환경세 부분은 탄소함량에 따라 화석연료에 보편적으로 부과하는 탄소세로 전환할 수 있다. 이때 탄소세는 휘발유, 경유 등 수송용 연료를 넘어 유연탄이나 LNG, LPG, 도시가스 등 경제 내에서 소비되는 모든 화석연료에 같은 기준으로 부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 탄소세 도입과 교통·에너지·환경세 개편이 자칫 세수확보만을 위한 지나친 증세가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i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라는 경제학 교과서의 공리(axiom)처럼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많은 비용이 수반되며, 그래서 정부는 재원 마련을 위해 탄소세 도입 등을 통한 증세를 추구하려 유혹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조세정책은 국민이 공감하는 공평한 과세를 목적으로 해야 한다. 이러한 유혹에 넘어가 정부가 세수 확대만을 목적을 두거나 탄소세와 같이 마치 벌금 같은 징벌적 과세(punitive tax)만을 부과하는 경우 필연적으로 국민의 강력한 조세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미 탄소세를 도입했던 프랑스, 호주 등 다수 국가들이 국민의 거센 증세 반발로 탄소세율 인상을 철회하거나 탄소세 자체를 백지화하기도 했던 사례가 있다는 점도 신중히 감안해야 한다.

결국 교통세와 함께 탄소세 분리 부과하는 방안을 도입하더라도 북유럽 사례처럼 세금 환급이나 감면 등을 통해 실효세율을 현행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세율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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