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적 지속가능성, 기업투자 결정 중요한 가치
친환경차 핵심 중희토류 확보 위해 정부 관심 촉구

[에너지신문] 탄소중립(carbon neutrality)이란, 이산화탄소의 실질적인 배출량을 ‘0 (zero)’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배출량을 계산하고 그만큼을 상쇄하기 위해 숲을 조성하거나, 석탄·석유 발전소를 대체할 에너지시설에 투자하거나, 화석연료 자동차의 생산을 줄이는 대신 전기차 생산을 늘리거나,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는 등의 방식을 택한다.

2016년 발효된 파리협정 이후 121개 국가가 ‘2050 탄소중립 목표 기후동맹’에 가입해 있다. 2019년 12월 유럽연합을 시작으로, 2020년 10월 26일 일본, 2020년 10월 28일 한국 등 탄소중립선언이 각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산화탄소 최대 배출국인 중국 또한, 2030년 이전에 배출 정점에 도달한 후 2060년 이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공식 선언했다. 탄소중립은 그야말로 기후변화와 경제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국제 이슈가 된 것이다.

한편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칭인 ESG도 국제 이슈로부상하면서 기업 평가의 기준마저 바뀌고 있다. 전통적인 가치평가 기준이었던 재무성과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요소인 ESG 즉, 이산화탄소 배출량, 공해물질을 발생량, 인권 존중 여부, 사회 또는 인류 전체의 지속가능성 기여도 등이 투자결정의 중요한 기준으로 부상한 것이다.

글로벌 지속가능경영기구(GSIA)의 발표에 따르면, 2018년 기준전세계 투자자산 중 ESG기준을 적용한 투자규모는 33%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에는 50%, 2030년에는 무려 9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커지는 규모뿐만 아니라 성장속도도 빠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ESG의 중요도를 보여주는 사례로 미국 석유회사 ‘엑손모빌’을 들 수 있다. 채굴·정제 과정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엑손모빌을 두고, 주주들은 2019년 1월에 열린 엑손모빌 주주총회에서 이산화탄소 감축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려고 했다.

엑손모빌이 반발하자 투자자들은 행동으로 응수했다. 엑손모빌을 ‘지구 환경에 나쁜 회사’로 보고 지분을 팔기 시작, 80달러대였던 주가는 절반 이하인 30달러 중반대까지 떨어졌다. 1년 6개월만인 2020년 8월, 엑손모빌은 92년만에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에서 퇴출당했다.

세계 2위 광산기업인 호주 리오 틴토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2020년 5월, 리오 틴토는 800만톤의 철광석 채굴을 위해 서부지역의 한 동굴을 폭파했다. 이 동굴은 4만 6000년 된 고고학적 유적지이자, 호주 원주민 부족들이 신성시했던 곳이었다.

문제는 리오 틴토가 이 같은 사실을 알고서도 폭파를 강행했다는 것. 이 사태 이후 호주 연기금 일부와 영국 투자사 등은 주식을 판매하겠다고 압박을 가했고. 결국 리오 틴토 이사회는 2020년 9월 11일 기업 최고경영자, 철광석 사업 책임자, 총무 책임자 등 최고위직 임원 3명을 해고함으로써 사태를 수습했다.

▲ 총 자산 중 ESG 자산비율(자료: 2019 도이치뱅크)

이처럼 투자자들은 더이상 회사가 돈을 얼마나 잘 버는지 그 ‘겉모습’만 보는데 그치지 않는다. 돈을 어떻게 벌고 쓰며, 회사를 얼마나 윤리적으로 꾸려가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후 주머니를 연다.

탄소중립과 ESG는 친환경을 지고지선(至高至善)으로 여긴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친환경적인 지속가능성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테슬라는 LG화학에 지속가능한 생산을 강조하며 배터리 납품 전까지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자료 일체를 요구했다.

LG화학은 허겁지겁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기초단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확인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데이터베이스 확보에만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만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 원부자재에 투입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까지 필요하다.

협력사는 물론이거니와 원자재 업체가 내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까지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도 더 이상 탄소중립과 ESG는 남의 일이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자동차 부문은 우리나라 제조업에서 생산 1위, 수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부품 또한 생산 4위, 수출 9위를 차지하는 효자산업이다. ‘자동차산업’은 생산과 수출 모두 국내 1위로, 우리 경제에서 그 중요성이란 두 말할 여지가 없을 정도다.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대세인 탄소중립과 ESG를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앞으로 내연기관차의 생산을 줄이고 전기차의 생산과 판매량을 더욱 늘려야 한다. 이 때문에 유럽 완성차업체들의 경우 이미 전기차 판매 마케팅 차원에서 탄소 배출량이 가격과 함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여긴다.

실제로 전기차를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다고 인식한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유럽은 코로나19 경기침체 여파로 신차 판매가 전년 대비 무려 27% 감소했지만 전기차 판매는 오히려 2.1배나 증가했다. 2019년 전기차 전체 판매량인 54만대보다도 이미 60% 이상 많다.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배출에 민감한 중국의 경우, 올해 1~10월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6.5% 감소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락다운을 감안한다면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인 중국은 탄소중립과 ESG를 위해 2025년 자국에서 팔리는 차량 중 친환경차를 20%로 높이고, 2035년에는 순수 전기차(BEV)와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 비중이 각각 50%가 되도록 만들겠다는 공격적인 목표까지 제시했다.

세계적으로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2017년 110만대 규모에서 2020년에는 390만대 2025년 1200만대, 2030년 2100만대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자동차 중 전기차의 비중은 2030년에 28%까지 성장하고, 2040년에는 50%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년 후면 모든 자동차의 절반을 차지하게 될 전기차의 핵심부품은 배터리와 모터다. 전기차의 배터리는 휴대전화의 7000배, 노트북의 약 700배 용량이다. 이같은 고(高)용량을 가능케 만드는 것은 배터리에 사용되는 희소금속이다. 대표적인 희소금속 광물은 니켈(Ni), 리튬(Li), 코발트(Co) 등으로, 2021년부터는 니켈 함량이 90%에 이르고 코발트는 5%이하로 줄인 NCMA배터리가 상용화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배터리 업체에 필요한 원재료는 코발트>니켈>동>리튬=흑연 순이지만, 코발트는 가격이 비싸 사용량을 계속 줄이고 있는 추세이므로 중요도 또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는 원자재 수입업체들이 코발트를 제외한 나머지 희소금속을 안정적으로 장기간 수급이 가능토록 조력해야 한다.

▲ 세계 자동차 판매량 추이(자료 : 블름버그)
▲ 세계 자동차 판매량 추이(자료 : 블름버그)

‘자석의 왕’이라고 불리는 희토류 자석은 전기차 모터의 필수재다. 뿐만 아니라 수소차, 자율주행차, 로봇, 퍼스널 모빌리티, 드론택시 등의 모터에도 사용되고 액츄에이터의 연비(에너지 효율)와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소재다.

희토류 자석에 필요한 핵심 희토류 원소는 디스프로슘(Dy)과 터븀(Tb)이다. 그러나 국내에 희토류 자석을 제조할 수 있는 기업은 단 한 곳 밖에 없고, 중국의 원자재 독점으로 디스프로슘과 터븀의 수급은 거의 없는 상태다. 탄소중립과 ESG 시대의 주력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우선 디스프로슘과 터븀의 원활한 공급부터 보장돼야 하는 것이다.

2021년은 탄소중립과 ESG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는 해다. 우리 정부는 경제성장의 1등 공신인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전기차 시대로의 발 빠른 전환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핵심 광물의 장기적인 수급을 심도 있게 점검돼야 할 것이다.

특히, 중국을 벗어난 해외 중희토류 광산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4~5년 이내 해외 중희토류 광산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중국 희토류 자석에 대한 의존도는 헤어날 수 없는 수준으로 악화될 수 있다. 우리 전기차 산업의 가격 경쟁력 하락뿐만 아니라 생산까지도 위협받을 수도 있게 된다. 정부가 해외 중희토류 광산 개발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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