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사업 재개 아닌 한수원 불이익 방지 위해” 못박아
천지원전, 전원개발 예정구역 지정 철회...백지화 수순 끝내

[에너지신문] 오는 27일부로 공사계획 인가기간이 종료될 예정이던 신한울 3,4호기가 기간을 연장하며 일단 ‘산소호흡기’를 유지하게 됐다. 반면 건설이 취소된 영덕 천지원전은 전원개발사업 예정구역 지정이 철회되면서 백지화에 마침표를 찍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열린 제22차 에너지위원회를 통해 신한울 3,4호기의 공사계획인가기간을 오는 2023년 12월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달 8일 한수원은 산업부에 2023년까지 공사계획 인가기간 연장을 요청한 바 있다.

▲ 제22차 에너지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 제22차 에너지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한수원은 2017년 2월 신한울 3,4호기 발전사업 허가를 취득했으나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탈원전으로 정책 방향이 바뀌면서 공사계획 인가를 받지 못했다. 공식적으로 취소되지는 않았으나, 사실상 사업 백지화 수순에 들어갔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산업부는 “한수원이 귀책사유 없이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신한울 3,4호기 공사계획인가를 기한 내 받지 못한 것이므로 전기사업법(제12조)에 따른 사업허가 취소가 어렵기 때문에 공사계획인가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연장 이유를 설명했다.

한수원의 연장 신청 목적 ‘신재생 발전사업 위해’

한수원이 신한울 3,4호기의 공사계획 인가기간 연장을 신청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추진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현행법 상 기한 내 공사계획 인가를 받지 못해 발전사업 허가가 취소될 경우, 향후 2년간 모든 신규 발전사업 허가 취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현재 수력, 태양광 및 연료전지 위주로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화력발전을 하지 않는 한수원이 탈원전 기조 하에서 영위할 수 있는 신규사업은 결국 신재생에너지라는 결론이다.

인가기간 연장 신청의 또다른 이유는 배임 문제다. 신한울 3,4호기는 두산중공업이 터빈 등 주기기 사전제작에 5000억원을 투입한 것을 포함해 약 8000억원이 이미 소요됐다. 만약 한수원이 연장 신청을 하지 않아 사업 자체가 취소될 경우, 정재훈 사장을 비롯한 한수원 이사회가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된다.

결국 한수원의 공사계획 인가기간 연장 신청은 신한울 3,4호기를 건설하겠다는 의지가 아닌 신재생 발전사업 추진 및 경영진의 배임혐의 회피를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 신한울 1,2호기 전경.
▲ 공사계획 인가기간이 2023년까지 연장됨에 따라 공은 차기 정부로 넘어가게 됐다(사진은 신한울 1,2호기 전경).

신한울 3,4호기 운명은 차기 정부에서 결정된다

이번 발표로 신한울 3,4호기는 일단 2023년까지 생명을 이어가게 됐다. 그러나 산업부는 “이번 기간 연장의 취지는 사업 재개가 아니라, 허가 취소 시 발생할 한수원의 불이익을 방지하고 원만한 사업종결을 위한 제도가 마련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사업허가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정부가 신한울 3,4호기를 건설할 계획도, 의지도 없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따라서 현 정권 하에서는 건설 재개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년 3월 대선 이후가 변수다. 탈원전 기조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국민의힘 소속 후보자가 당선될 경우 사업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반대로 여당인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사업이 백지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는 내년 12월까지로 공사계획인가를 연장한 것에 대해 “에너지전환로드맵에서 밝힌 적법·정당하게 지출한 비용에 대한 보전 원칙을 고려하고 사업자의 불이익 방지와 원만한 사업종결을 위해 필요한 기간을 고려, 한수원이 신청한 내년 12월까지로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사업종결 등에 따른 비용 보전과 관련,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해 9월 입법예고 했다”며 “법제처 심사 및 협의를 마치는 대로 개정, 시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윤대길 원소진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을 비롯한 원소진 임원진이 성기용 영덕군 부군수(가운데)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영덕군이 신규원전 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이듬해인 2013년 영덕군과 원자력소통진흥회 간담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원전 백지화 마무리...지역 반발 예고

한편 이날 에너지위원회에서 산업부는 2018년 한수원 이사회 의결을 통해 사업이 종결된 영덕 천지원전에 대한 전원개발사업 예정구역 지정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산업부는 22일부터 3월 14일까지 행정예고 후 전원개발사업추진위원회 심의, 의결을 거쳐 전원개발사업 예정구역 지정 철회를 고시할 예정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정 철회는 한수원의 사업 종결 결정으로 예정구역 유지 필요성이 사라졌으며, 개발행위 제한 등에 따른 지자체 및 지역주민들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해당 지자체인 영덕군도 산업부에 공문을 보내 “개발행위 제한 등으로 주민 애로가 지속되고, 여타 지역지원 사업이 미뤄지고 있다”며 예정구역 지정 철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영덕 지역의 상당수 주민들이 아직까지 원전 건설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이번 지정 철회에 따른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2년 9월 삼척과 영덕이 나란히 신규원전 대상지역으로 확정, 전원개발사업 예정구역으로 지정됐으나 삼척은 신규원전 건설에 대한 주민들의 강한 반대로 2019년 6월 지정이 철회된 바 있다. 반면 영덕의 경우 주민들이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대립하면서 지정 철회가 보류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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