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국내외 쟁송 모두 취하…10년간 추가 쟁송 않기로
한국 배터리 영향력 확산 위해 대승적 합의 ‘모두가 승자’
“한미 배터리 산업 발전과 美친환경 정책 위해 공동 노력”

[에너지신문] 끝날 것 같지 않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치열했던 배터리 분쟁이 지난 11일 극적 합의로 마침표를 찍었다. 

그동안 장기화가 지속되며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 있는 듯했던 LG와 SK의 배터리전쟁이 전격적인 합의를 도출한 데는 ITC 결정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거부권 결정시한이 도래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셀 생산 모습
▲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셀 생산 모습

지난 2월 ITC는 SK의 영업비밀 침해 혐의를 인정하면서 미국 내 SK의 수입금지 10년 조치를 결정했다. ITC 결정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거부권 결정시한은 60일인데, 이를 넘기면 SK의 미 조지아주 공장 건설은 사실상 물건너 가는 상황. 

하지만 양사의 합의도 쉽지 않았다. SK가 영업비밀 침해 협의를 완전 부인하면서 거부권이 불발되도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계속해 비췄기 때문이다. 또한 배상금 금액 규모도 접점을 찾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보였던 분쟁은 의외로 극적인 합의로 이어졌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국내 배터리 산업에서의 영향력 약화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국 배터리는 '배터리 강국'의 입지를 확고하게 하고 있다. 지난 한해동안 중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서 52.8%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그중 LG에너지솔루선이 33.1%로 압도적인 영향력을 끼쳤고, SK이노베이선도 9.7%로 전체 4위를 고수했다. 

문제는 이번 분쟁으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이 큰 타격을 입으면, 한국배터리의 영향력이 크게 감소하고, 중국 등 외국 업체들이 어부지리로 이득을 볼 것이라는 견해가 늘어났다. 이는 LG측에도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결국 양사는 이번 합의로 배터리 시장에서 불안함을 모두 해소했다. LG화학은 합의금을 통해 미국내 증설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고 배터리 소송에 따른 불확실성도 동시에 해소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의 배터리 공장 구축에 속도가 붙게 돼 영업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동시에 유럽 등 추가 소송 우려도 불식시켰다. 결국 한국 배터리 영향력 확장이라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통큰 합의를 이루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713일간 치열하게 싸웠다’ 
두 회사의 전쟁은 난 2019년 4월 2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LG에너지솔루션 전지사업본부의 연구개발(R&D), 생산, 품질관리, 구매, 영업 등 전 분야에서 근무하던 직원 80여명이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LG 측은 배터리 사업 후발주자인 SK가 자사 직원들을 노골적으로 빼갔다고 의심했고, 이로 인해 배터리 관련 핵심 기술도 유출했다고 주장하며 미국 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SK측은 이에 영업비밀 침해 주장은 말도 안된다며 계속해서 부인하며, 2년여동안 양사의 배터리 분쟁은 치열하게 펼쳐졌고, 확연히 다른 입장차만 확인해왔다. 

지지부진했던 양사의 공방은 지난 2월, ITC의 결정이 발표되면서 급격하게 LG쪽으로 분위기가 기울었다. ITC가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서 LG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SK의 영업비밀 침해 혐의를 인정, 미국 내 수입금지 10년 조치를 결정내린 것이다. 

이에 SK는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을 어필하며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미국 행정부의 거부권 결정시한 60일 동안 미국 정부의 결정 촉구와 LG와의 협상 등 투트랙을 치열하게 시도했고, 결국 결정시한 마지막날 극적인 합의로 분쟁의 마침표를 찍었다. 

고래싸움에 어부지리는 바이든? 
지난 2월, ITC측의 결정 이후 전문가들은 美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에 주목했다.  ITC 수입 금지 조치에 대해 미국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행사시 조지아주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을 지켜, 미국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지만, 지적재산권을 소홀히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할지 관심이 모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으로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을 해왔다. 특히 미래의 전기차와 전기차 배터리를 여기 미국에서 미국 노동자의 손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바이든은 쉽게 결정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고, SK의 10년 수입금지 처분이 내려질 마지막 날 극적으로 합의가 이뤄져 배터리 분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이 조지아주에서 건설 중인 26억달러 규모 배터리 공장도 차질없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합의를 통해 "조지아주의 노동자는 반가운 안도감을 느끼게 될 것이고 미국 전역의 노동자에게도 새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한 걸음을 내딛었다고 환영했다. 결국, LG와 SK의 치열한 공방은 양사의 타격을 최소화했지만, 어부지리로 큰 이득을 본 바이든의 승리하는 해석도 나왔다. 

▲ 배터리 소송 합의로 미국 내 공장 건설에 속도가 붙게 됐다. 사진은 美 조지아州 내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제1 공장 조감도(왼쪽)와 건설 현장.
▲ 배터리 소송 합의로 미국 내 공장 건설에 속도가 붙게 됐다. 사진은 美 조지아州 내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제1 공장 조감도(왼쪽)와 건설 현장.

LG- SK, “대한민국 배터리 생태계 발전 위해 협력할 터”  
713일간의 배터리 분쟁을 마친 양사 CEO는 한미 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인 협력하겠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양사는 이번 합의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현재가치 기준 총액 2조원(현금 1조원+로열티 1조원)을 합의된 방법에 따라 지급하고 △관련한 국내외 쟁송을 모두 취하하고, 향후 10년간 추가쟁송도 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소송과정에서 많은 관심과 격려를 보내주신 당사 주주, 고객, 임직원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께 합의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는 의견에도 뜻을 같이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배터리 관련 지식재산권이 인정받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양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공존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도 전세계적인 친환경 정책에 발맞춰 글로벌 선도기업으로서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대규모 배터리 공급 확대 및 전기차 확산이 성공적으로 실행되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도 “이번 분쟁과 관련,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친환경 정책, 조지아 경제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더 큰 책임감을 갖게 됐다”며 “이번 합의로 미국 배터리사업 운영 및 확대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돼 美 조지아주 1공장의 안정적 가동 및 2공장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미국은 물론 글로벌 전기차 산업 발전과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내외 추가 투자도 적극 추진할 계획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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