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G ‘출구전략’과 전기·수소 ‘공존전략’ 세워야
CNG ‘출구전략’과 전기·수소 ‘공존전략’ 세워야
  • 최인수 기자
  • 승인 2021.05.1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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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차’ 제외된 천연가스차…가속하는 전기·수소차

[에너지신문] 바퀴의 발명은 인류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썰매에 바퀴를 달아 마찰력을 줄이는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은 기원전 3000년 전의 일이라고 한다. 당시 바퀴는 혁신이자 혁명이었을 것이다.

▲ 한국가스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수소복합충전시설 조감도.
▲ 한국가스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수소복합충전시설 조감도.

말이 이끄는 전차는 비록 자동차는 아니었지만 바퀴를 장착한 강력한 전쟁 무기로 역사의 중심에 있었다.

자동차가 등장한 것은 사실 가까운 과거다. 1872년 니콜라스 어거스트 오토(Nikolaus August Otto)가 엔지니어 에우겐 랑겐(Eugen Langen)과 함께 독일가스 엔진공장을 설립해 피스톤 엔진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당시 공장의 매니저가 다임러를 세운 고트리브 다임러(Gottlieb Daimler)다.

1873년에는 영국의 로버트 데이비스 존이 납과 아연을 이용한 축전지를 사용해 최초의 전기자동차인 4륜 트럭을 개발했고, 1874년 오스트리아의 지그프리드 말커스(Siegfried Marcus)가 벤젠을 연료로 한 세계 최초의 내연기관차를 만들었다.

독일의 칼 벤츠(Karl Benz)는 1886년 세계 최초의 휘발유자동차 특허를 취득했다. 다임러와 거의 동시에 가솔린 자동차를 발명했다고 한다. 바퀴의 혁명에서 시작한 자동차는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운송수단이 된지 오래다.

과거나 현재, 미래에도 자동차의 역사는 새로운 상상력으로 끊임없이 혁신하며 진화하고 있다.
이제 세계 자동차 시장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기후 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커지고, 2050 탄소중립이 새로운 국제사회 질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표적 수송수단인 자동차 시장에서 친환경 연료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시장에서는 자율주행과 전기차의 융합이 활성화되고, 고객편의를 혁신하는 디지털 성능이 강력한 구매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시장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불과 몇 해 전만 하더라도 시내버스를 뒤따라 운행하다보면 시커멓게 내뿜는 매연으로 인상을 찌푸렸던 때가 있었다. 이제 추억 속 옛 얘기다.
대도시 99%, 중소도시 70% 이상이 CNG버스로 교체됐고, 그나마 경유를 사용하는 일부 관광버스는 매연저감장치를 달아 배출가스를 확연히 줄였다.

필자는 도심에서 운행 중인 CNG버스를 볼 때마다 감회가 새롭다. 경유버스를 CNG버스로 대체하기까지 겪었던 많은 우여곡절을 취재 현장에서 지켜 봐 왔기 때문일 게다. 최근에는 전기자동차와 수소자동차도 손쉽게 만난다. 여전히 대다수 차량은 휘발유와 경유를 사용하지만 친환경차에 대한 운전자들의 선호도가 상당히 높아졌음을 느낀다.

20년간 운행중인 시민의 발 ‘CNG버스’
국내에 CNG버스가 첫 운행된 지도 벌써 20년이 지났다. 1991년부터 1997년까지 정부의 G-7사업으로 개발돼 인천과 안산에서 시범운행을 시작으로 2000년 6월부터 도심을 중심으로 보급됐던 CNG버스가 이제 시민의 발이 됐다.

사업초기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대기오염 저감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환경부를 중심으로 정부의 천연가스자동차(NGV) 보급은 지상과제로 떠올랐다.

당시 세계 자동차업계는 전기차와 CNG차로 대별됐지만 전기차는 CNG차에 비해 전기의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공해, 사용한 배터리 폐기문제 및 경제성, 기술성 등으로 실용화가 어려워 선호도가 낮은 상황이었다.

따라서 우리 정부의 우선 선택은 매연 배출이 높은 시내버스를 CNG버스로 교체하는 사업이었다. 관계 법령의 신속한 개정과 정비는 물론 차량 구입자의 세제감면, 충전소 설치비용 지원 등 CNG 구입 유인책도 쏟아졌다.

천연가스의 안정적인 가격 유지와 다양한 국고보조, 인센티브 지원, 구매 의무화 등에 힘입어 천연가스자동차 산업은 강력한 엔진을 달고 급가속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천연가스자동차(CNG,LNG,CNG하이브리드 포함)는 2000~2007년 1만 5333대에서 2010년 2만 8736대, 2014년 4만 531대로 급속히 증가했다. 2007년 117개소였던 충전소는 2014년 194개소까지 늘어났다.

 ‘친환경차’에서 제외된 ‘천연가스차’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경유버스를 천연가스버스로 교체하는데 성공했지만 관련업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차종을 다양화하고, 온실가스 저감기술 및 연비향상 기술을 고도화하는데 한계를 보였다.

2014년 가장 높은 보급대수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추세를 보이며, 천연가스자동차는 2020년말 기준 3만 7274대가 운행중이다. 충전소는 201개소를 유지중이다. CNG차량만 놓고 보면 2020년말 3만 6940대가 운행중이다. 이중 승용차 5491대, 승합차(시내버스 포함) 3만 89대, 화물차 1357대, 특수차 3대 등이다. 그나마 소폭 증가세를 보였던 승용차 개조시장도 2019년 6313대에서 2020년 5491대로 줄어들고 있다.

현재 청소차, 믹서트럭, 지게차 등 차종 다양화와 CNG 개조, LNG화물차 보급을 위해 관련업계가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괄목할 만한 성과는 내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대기질 개선의 일등공신으로 군림해 왔던 천연가스자동차는 더 이상 친환경자동차로 분류되지 않는다. 2016년말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법’ 개정 이전에는 친환경차에 포함돼 있었지만 정부의 미세먼지 특별대책 발표 이후 친환경자동차에서 빠졌다.

사실상 정부는 전기자동차, 태양광자동차, 하이브리드자동차, 수소전기자동차만 친환경차에 포함하고 있다.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른 배출가스 허용기준, 에너지소비효율 기준, 자동차 성능 등 기술적 세부 기준 등에 적합해야 하기 때문에 천연가스자동차는 친환경자동차가 아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저공해자동차이긴 하지만 무공해자동차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배출가스 허용기준에 따르면 천연가스자동차는 저공해 3종 자동차로 분류된다. 최근에는 기술개발을 통해 현재 NOX 규제치의 10%수준(0.035g/kW.h)으로 배출가스를 개선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친환경자동차로 분류된 제2종 하이브리드자동차 대비 90% 저감된 수준을 감안해 환경친화적 자동차로 다시 포함해 줄 것을 정부에 적극 건의하고 있다.

CNG버스에 대한 정부 보조금 예산도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에서 책정한 예산도 모두 소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도권의 경우 CNG하이브리드에 대해서 구매보조금을 지원하지만 CNG버스 교체시 주던 구매보조금은 없앴다.

지방의 경우 아직 CNG 교체 구매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갈수록 감소 추세다. 경유 버스의 CNG버스 교체가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는 것도 원인이지만 지자체들이 전기자동차와 수소자동차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가속 페달 밟는 전기차·수소차
국토교통부의 2020년말 기준 자동차 등록현황을 보면 친환경자동차로 분류되는 전기, 하이브리드, 수소자동차는 82만대가 보급됐다. 이는 전체 2430만대의 자동차 중 3.4% 비중으로 전년 2.5%보다 0.9%p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친환경자동차의 등록 비중은 매년 가파른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2014년 0.7%, 2015년 0.9%, 2016년 1.1%, 2017년 1.5%, 2018년 2.0%, 2019년 2.5%, 2020년 3.4%로 급가속 중이다.

정부의 강력한 친환경차 보급 확대 정책으로 2020년 전기자동차는 13만 4962대로 전년대비 50%, 하이브리드자동차는 67만 4461대로 전년대비 33%, 수소자동차는 1만 906대로 전년대비 115%가 각각 증가했다.

전기자동차의 경우 유형별로는 승용차가 전년대비 34%(2만9690대), 승합차가 122%(1009대), 화물차가 1254%(1140대→1만 5436대) 증가했다.

특히 수소자동차는 2018년 말 등록대수가 893대에 불과했지만 2년 만에 1만대를 돌파하는 등 가속도가 붙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1671대, 경기 1578대, 울산 1819대, 경남 908대, 부산 916대 등이다.

사용 연료별 신규등록 차량을 보면 친환경자동차의 점유율이 2018년 6.8%에서 2020년 11.8%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으며, 경유 자동차의 점유율은 2018년 43%에서 2020년 31%로 하향 추세다.

정부의 제4차 친환경자동차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0년 82만대에서 2025년 신차판매의 51%에 해당하는 283만대를, 2030년까지 신차판매의 83%에 해당하는 785만대를 친환경자동차로 보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전기자동차는 2020년 13만 5000대에서 2025년 113만대, 2030년 300만대를 보급하고, 수소자동차는 2020년 1만 1000대에서 2025년 20만대, 2030년 85만대를 보급할 예정이다. 하이브리드자동차는 2020년 67만 4000대에서 2025년 150만대, 2030년 400만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이는 2020년 국내 전체 차량의 3% 수준인 친환경자동차 비중을 2025년 11%, 2030년 30%까지 끌어 올린다는 청사진이다. 이같은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자동차의 보급은 20년 전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가속했던 CNG버스 보급사업과 매우 유사하다. 아니, 이번 전기자동차·수소자동차의 보급 추진 동력은 더 세고 속도는 더 빠르다.

‘시민의 발’ 주도권은?
현재 시내버스는 저공해자동차인 CNG버스가 장악하고 있다. ‘시민의 발’로 대기환경 개선에도 큰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지자체의 보급의지는 이미 무공해 전기버스와 수소버스로 시선이 향하고 있다.

환경부는 올해 현재 운행중인 전기버스 650대를 1000대로, 수소버스는 80대에서 180대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전기자동차 급속충전기는 2016년 919기에서 2020년 9805기, 완속충전기는 2016년 1095기에서 2020년 5만 4383기까지 대폭 확충됐다. 2016년 9기에 불과했던 수소충전소도 2020년 70기로 늘어났다.

서울시가 운행 중인 시내버스는 총 7400여대로 전량 CNG버스다. 이중 40%이상인 3000대를 2025년까지 전기버스로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고, 타 지자체도 전기버스 도입에 호의적이다.

지자체별 수소버스 보급 목표를 보면 2030년까지 경기도 4000대, 전북 400대, 광주 316대, 충남 200대, 2035년까지 울산 300대, 2040년까지 경남 2000대를 운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여전히 충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충전소 보급은 전기자동차와 수소자동차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전기자동차의 경우 충전기에 대한 접근성이 부족하고 긴 충전시간 등으로 인해 편의성에서 아직 취약하다.

특히 수소충전소는 전략적 배치가 미흡하고 경제성 부족 등으로 당초 목표보다 구축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수소충전소 부족 등 지역별 충전소 구축 편차도 심하다.

이밖에도 전기버스와 수소버스의 보급 확산에는 많은 난관이 있겠지만 친환경버스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속도의 문제다. CNG버스 보급 초창기 이미 우리가 겪었듯이. 아직 ‘시민의 발’ 시내버스의 주도권을 누가 잡을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시범사업 등을 거치면서 주도권이 친환경자동차로 옮겨 갈 것이라는 점은 불보듯 뻔하다.
 
사업 노하우 활용해 혁신하라
전기자동차와 수소자동차 시대로의 전환은 천연가스(도시가스) 공급과 CNG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도시가스사들에게 큰 위협이다.

특히 CNG버스 보급 초기 정부와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속에서 빠른 속도로 CNG버스가 보급됐음을 잘 알고 있기에 당연한 우려다.

정부 및 지자체 정책에 따라 CNG충전 인프라를 설치하고 운영해 온 도시가스사업자들에게는 충분히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친환경자동차 보급 에 속도를 조절해 주길 바란다. 그러나 이러한 도시가스사의 기대가 반영되기에는 역부족인게 현실이다.

이와 별도로 도시가스사들도 이제는 CNG충전사업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수소충전사업 등 새로운 사업기회를 적극 발굴해야 한다.

특히 수소산업은 천연가스산업과 사업환경이나 사업구조가 매우 닮았다. 정부가 수소안전·유통·산업진흥에 대한 3개 수소산업 전담기관에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가스공사,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H2KOREA)을 선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는 수소충전소 확충을 위해 CNG·LPG충전소를 활용하거나 차고지를 중심 으로 충전시설을 신설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동식 충전소 운영도 고려하고 있다.

도시공원·그린벨트 등 입지규제를 개선해 다각적으로 신규 부지를 발굴하고, 인·허가 특례 도입으로 충전소 구축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위험시설 또는 혐오시설로 인지되고 있는 충전소 부지 확보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2021년 4월말 현재 전국에서 운영중인 CNG-수소 복합 충전소는 모두 8곳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광주 동곡수소충전소(광주그린카진흥원), 창원 성주수소충전소(창원산업진흥원), 창원 마산의 덕동충전소(창원산업진흥원), 대구 달서구의 성서수소충전소(하이넷), 울산 울주의 덕하복합충전소(경동도시가스), 광주 서구의 벽진수소버스충전소(광주그린카진흥원), 부산 사상구의 H부산수소충전소(대도에너지), 수원 영통저장식복합충전소(하이넷)가 그 곳이다.

CNG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도시가스사의 복합충전소 사업 참여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해양에너지가 광주 동곡수소충전소와 광주 서구의 벽진수소버스충전소에 부지를 제공하는 등 수소충전소 사업에 참여하고 있고, 경동도시가스가 울산 울주의 덕하복합충전소를 운영중이다.

특히 국내 최다인 12개의 CNG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삼천리는 2019년 8월 용인시, 삼성물산, 하이넷과 함께 CNG, 전기, 수소 융복합 충전소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지난해부터 용인 에버랜드 융복합충전소 구축과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CNG충전소와 전기차 충전소 개시에 이어 올해에는 수소충전소도 개시할 계획이다.

현재 전국에서 운영중인 복합충전소는 아직 몇 곳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복합충전소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기 및 수소충전소를 확충하려는 정부나 지자체의 입장에서도 부지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CNG, LPG, 주유소 등 이미 부지가 확보된 곳이거나 공영차고지 등 부지확보가 용이한 곳에 증설 또는 신설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도시가스사 입장에서 보면 기존 CNG충전소에 복합 충전소(전기 또는 수소)를 설치할 경우 순차적인 CNG버스 교체에 대응하는 출구전략을 마련하는 한편 새로운 친환경자동차 시대를 대비하는 공존전략을 세우기에 적합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도시가스사들은 이미 가정용 수소연료전지사업,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투자 등을 통해 수소사업과 밀접한 사업 경험을 갖고 있다.

더구나 수송부문에서 지난 20년간 CNG충전사업을 통해 얻은 고압 연료에 대한 안전한 운영 경험과 사업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기에 수소충전사업에서 충분히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친환경자동차 시장은 이미 뜨겁게 달아 올랐다. 친환경자동차 산업의 밸류체인마다 이미 수많은 사업자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도시가스사들은 새로운 친환경자동차 사업에서는 관조자가 아닌 적극적 참가자로서 혁신의 바퀴를 힘차게 돌려야 한다. 생각보다 가까운 미래에 CNG 시내버스는 도로에서 모습을 감출지 모른다. 시커먼 매연 속 경유버스의 흔적이 아지랑이처럼 사라지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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