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요 탄력 대응…기자재 소형화 공기 ‘절반’
2030년 재생에너지·소형원전 탄소중립 주축

[에너지신문] 2020년대 세계 원전 산업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소형모듈원전(SMR)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산업은 중국, 러시아의 독무대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자국의 원전 확대를 무대로 원전기술과 산업을 키웠고, 러시아는 서방 원전 산업이 주춤한 틈을 타 해외 시장을 거의 석권했다.

대형원전 건설이 정체한 서방 원전 산업은 SMR에 주목했고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소형모듈원전의 시장 형성 가능성이 전개되고 있다. 영국과 캐나다에서 조사한 SMR의 시장 전망에 의하면 2020년대 개발 경쟁을 거쳐 2030년대에 본격적인 시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은 2030년대에 전력시장에만 65~85GW 규모, 캐나다는 SMR이 가스발전과 경쟁은 하겠지만 석탄화력발전 대체로만 연간 100조원 규모, 그 외에 원격지 전력시장 등 연간 145조원 가량의 시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림 1,2 참조).

소형원전과 중대형 원전을 구분하는 전기출력 규모는 통상 300MWe 정도로 잡는다. 소형모듈원전은 원자로 출력은 작게 하되, 이들 원자로를 묶어서 필요한 용량만큼 공급하도록 원전규모를 만드는 것이다.

▲ [그림 1] SMR 전력 시장 전망(영국 롤즈로이스 2017년 분석자료 -원자력연구원 편집 제공) (원문자료: : Small Modular Reactors – once in a lifetime opportunity for the UK(2017))
▲ [그림 1] SMR 전력 시장 전망(영국 롤즈로이스 2017년 분석자료 -원자력연구원 편집 제공) (원문자료: : Small Modular Reactors – once in a lifetime opportunity for the UK(2017))

대표적으로 2020년 9월 미 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표준설계심사를 완료한 뉴스케일 원전은 60 또는 70MWe 원자로를 한 모듈로 한다. 현재 아이다호국립연구소 부지에 원자로 모듈 12개를 묶어 700~800MWe급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다.

▲ 2. 다양한 SMR 시장 및 규모 전망 (캐나다 천연자원부 SMR 로드맵 보고서 (2018)-원자력연구원 편집 제공)(원문자료: Canadian SMR Roadmap- A Call to Action (2018))
▲ 그림2) 다양한 SMR 시장 및 규모 전망.

이렇게 소형모듈원전은 전력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원자로를 비롯한 기자재의 크기가 작아 공장에서 제작후 건설 현장에서 조립하는 등 빠른 건설이 가능하다. 대형원전에 비해 절반 정도의 건설공기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총 투자비 측면에서도 예산 규모에 맞춰 모듈 갯수를 선택할 수 있어 유리하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원자로 출력이 작아 안전 여유도를 높게 잡을 수 있고 자연순환이나 공기를 이용한 냉각도 가능할 수 있다.

뉴스케일 원전의 경우 어떤 사고가 발생하든 30일 동안은 보유하고 있는 냉각수로 안전상태를 유지하고, 그 후로는 대기를 이용한 공기냉각이 가능하다.

기존 대형원전의 취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지속적인 냉각수 공급이 필요 없는 것이다. 뉴스케일이 얼마나 안전한지는 방사선비상계획의 범위를 보면 알 수 있다. 기존 대형원전에 비해 획기적으로 작아져 원전 부지 내에서만 수립하면 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지역 주민이 대피할 일은 없다는 뜻이다.

SMR은 소형화를 통해 안전성 향상에 큰 진전을 이룰 수 있지만, 문제는 경제성이다. 전통적으로 원전은 안전성 증진에 소요되는 비용을 용량 증가를 통한 규모의 경제성으로 상쇄해 왔다. 소형원전의 시장 개발이 어려웠던 것은 안전성은 강화되나 경제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혁신 SMR은 소형화를 통한 안전성 향상과 단순화 및 모듈화를 통한 경제성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미국 전력연구소(EPRI)의 전력시장 분석에 의하면 원전이 가스발전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kW당 4000달러 수준에 건설해야 한다. SMR 중 가장 앞서가고 있는 뉴스케일도 경제성 향상을 위해 원자로 모듈 당 출력 향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특히 최초 건설의 경제성 확보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일단 최초 호기가 실증되면 SMR은 표준화된 모듈의 대량 생산으로 후속 건설에서는 경제성 향상이 급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발간하는 소형모듈원전개발현황 보고서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소형모듈원전은 50여종이 넘는다(그림 3 참조).

▲ 그림3) 세계 SMR 기술개발 현황(원자력연구원 제공)
▲ 그림3) 세계 SMR 기술개발 현황(원자력연구원 제공)

현재 상업 원전의 주력 형태인 물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경수로부터 액체 핵연료를 사용하는 용융염원자로, 액체금속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액체금속 냉각로는 물론 초창기 우주용 원자로 개념으로 고안되었던 열전도관을 이용한 초소형 원자로 등 다양한 기술이 시도되고 있다.

원자로의 출력 규모가 작다 보니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렇듯 다양한 형태의 SMR이 개발되고 있음에도 실용화에 가까운 것은 많지 않다.

미국은 뉴스케일 원전이 안전성 심사를 마치고 건설을 위한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선박용으로 개발된 60MWe 원자로를 시베리아 지역에 건설하고자 한다. 영국은 대형원전은 해외 기술에 의존하더라도 소형원전은 자국 기술에 바탕을 두고자 원자력잠수함용 원자로를 제작하는 롤스로이스를 중심으로 소형원전을 개발 중이다.

우리나라도 2012년 해수담수화 등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100MWe급 소형로인 SMART 원자로의 안전성 심사를 완료했다. 2018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건설예비설계를 공동으로 수행, 설계완성도 측면에서는 상당한 수준에 있다.

이들 원전들은 소형원전으로서 안전성 향상을 위한 나름의 기술적 진전을 이뤘으나 ‘모듈화’를 이용, 용량 측면에서 소형원전의 한계를 극복한 것은 뉴스케일이 최초다. 

SMR 시장을 겨냥해 우리나라도 혁신 SMR 개발에 시동을 걸고 있다(그림 4, 5 참조). 과기부와 산업부는 지난해 말 원자력진흥위원회에 혁신적인 SMR의 세계적인 추세와 전반적인 방향을 보고했다. 원자력 산업과 연구의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경험과 기술을 합쳐 2020년대에 설계개발과 인허가 심사를 완료하고 2030년대에 해외시장 진출을 하기 위해 계획을 수립 중이다.

▲ 그림4) 혁신 SMR 원전 개념 (한국수력원자력(주) 제공)
▲ 그림4) 혁신 SMR 원전 개념 (한국수력원자력(주) 제공)

SMR 개발은 적어도 8년은 걸리는 장기 사업이다.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비록 우리가 미국의 뉴스케일 등 해외 개발에 비해서는 다소 늦었지만 SMART의 개발 경험과 실제 건설경험 등을 볼 때 빠른 시간 내에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인허가 획득은 필수적인데, SMR의 특성이 대형원전과 다른 안전특성이 있어 개발과정 중 안전심사기관과의 기술정보 교환, 규제요건의 적용성 검토 등이 필요하다.

▲ 그림5) 혁신 SMR 원자로 모듈 개념 (한국수력원자력(주) 제공)
▲ 그림5) 혁신 SMR 원자로 모듈 개념.

SMR이 시장진출에 성공한다면 2030년대부터는 재생에너지와 소형원전이 탄소중립의 두 축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지금이라도 혁신 SMR 개발에 박차를 가해서 다가오는 기회를 잡을 준비를 해야 하는 이유다.

2030년대 시장은 경수로형 SMR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이나 해외에서 개발 중인 다양한 SMR 형태를 보듯이 비경수로형의 SMR이 장기적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진정한 게임체인저로 등장할 수도 있다. 따라서 액체연료원자로, 열전도관원자로 등 초혁신적인 원자로에 대한 기술 인프라도 갖춰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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