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엑스-에너지와 주기기 제작 설계용역 계약 체결
차세대원자로 실증 프로그램 선정...2027년 완료 목표

[에너지신문] 소형모듈원전(SMR, Small Modular Reactor) 사업을 적극 추진 중인 두산중공업이 고온가스로(High Temperature Gas-cooled Reactor) SMR 설계에 참여하며 SMR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두산중공업은 고온가스로 SMR을 개발 중인 미국 엑스-에너지(X-energy)와 주기기 제작을 위한 설계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고 이달 초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두산중공업은 엑스-에너지 SMR 주기기의 제작 방안 연구, 시제품 제작, 설계 최적화 방안 연구 등을 수행하며 SMR 설계를 지원한다.

▲ 매릴랜드주(Maryland) 록빌(Rockville)에 위치한 X-energy 본사에서 마틴 반 스테든(Martin Van Staden) 부사장과 두산중공업 김종두 상무가 계약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매릴랜드주(Maryland) 록빌(Rockville)에 위치한 X-energy 본사에서 마틴 반 스테든(Martin Van Staden) 부사장과 두산중공업 김종두 상무가 계약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고온가스로는 물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기존 경수로와 달리 헬륨가스를 냉각재로 활용하는 원자로를 말한다. 엑스-에너지가 개발하는 고온가스로 SMR(모델명 Xe-100)은 총 발전용량 320MW 규모로 80MW 원자로 모듈 4기로 구성돼 있으며 테니스 공 모양의 핵연료를 사용한다. 운전 중 생산되는 약 600도의 높은 열은 다양한 산업의 열원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고온을 활용해 보다 경제적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도 있다.

나기용 원자력BG 부사장은 “SMR은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세계 발전시장에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며 “엑스-에너지의 고온가스로 SMR의 설계 뿐 아니라 주기기 제작에도 향후 참여할 계획이어서 기존에 추진 중인 경수로 SMR에 고온가스로 SMR이 더해져 SMR사업을 다각화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기후 위기 대응 방안으로 고온가스로 SMR 개발과 실증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에너지부는 2020년 10월 내놓은 ‘차세대 원자로 실증 프로그램(ARDP)’에서 엑스-에너지를 선정, 초기 지원금으로 8000만달러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고온가스로 SMR 실증을 위해 향후 7년간 총 12억 3000만달러를 엑스-에너지에 지원한다.

엑스-에너지는 지난 4월 미국 원전 운영사인 에너지 노스웨스트(Energy Northwest) 등과 함께 워싱턴 주에 Xe-100을 건설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 미래 원전시장의 ‘대세 아이템’ SMR

SMR(Small Modular Reactor, 소형 모듈 원자로)은 전기 출력이 300MWe 이하인 소형 원전이다. 고압의 전력을 수용할 수 있는 송전망이 충분하지 않거나 분산형 전력원으로 소규모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개발됐으며, 크기를 줄이기 위해 대형 원전의 핵심 기기인 원자로,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이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된 원자로 모듈(module) 형태가 됐다.

SMR은 날씨의 영향으로 24시간 전력생산이 불가능한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출력 조절이 가능하도록 부하 추종 운전(load following) 설계가 되어 있어 신재생에너지의 백업(back-up) 전원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원전에서 사고 발생 시 운전원의 별도 조작 없이 원전 안전성을 유지하는 피동형 설계를 반영, 위험이 제거됐다고 평가한다. SMR은 건설부지 면적이 적어 전 세계적으로 노후 석탄화력 발전소를 청정에너지로 대체하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현재 SMR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평가받는 NuScale을 필두로 X-energy, Westinghouse, GE-Hitachi(이상 미국)와 Rolls-Royce(영국), Framatome(프랑스), SNC Lavalin(캐나다), Seaborg(덴마크) 등 세계 굴지의 원전기업들이 기술개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SMART와 혁신형 SMR로 이들과 경쟁 중이다.

엑스-에너지 SMR의 설계 특성은?

▲ Xe-100의 주기기 모듈.
▲ Xe-100의 주기기 모듈.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기존 3세대 원전인 가압경수로(Pressurized Water Reactor, PWR) 노형과 달리 4세대 원전인 엑스-에너지의 고온가스로(Xe-100)는 TRISO 핵연료와 헬륨 가스를 냉각재로 사용, 안전성이 강화되었고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엑스-에너지가 개발한 TRISO-X(TRIstructural-ISOtropic) 핵연료는 세라믹 등으로 3중 코딩된 핵연료 입자를 테니스 공 크기의 핵연료로 만든 것이다. TRISO-X는 1대의 원자로에 22만개가 장전된다.

엑스-에너지는 미국 Oak Ridge National Laboratory(ORNL)에 구축한 pilot scale fuel facility에서 TRISO-X 핵연료 생산을 실증한 바 있다. 현재는 DOE의 지원으로 TRISO-X 핵연료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으며, 지난달 TRISO-X 사업 분야를 분사, 핵연료 생산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냉각의 경우 3세대 원전과 달리 물이 아닌 헬륨을 냉각재로 사용하며, 750°C의 고온으로 운전이 가능하다. TRISO-X 핵연료는 3중 특수 코팅으로 되어 있어 초고온에서도 코팅 재질은 녹지 않으며, 불활성 기체인 헬륨을 냉각재로 사용하므로 안정적이다. 특히 노심 용융(melt down)이 발생하지 않아 안전성이 크게 강화됐다.

엑스-에너지 SMR은 전력 생산이 주목적이지만, 각 모듈에서 발생하는 약 600°C의 고온의 공정열(Process Heat)을 담수, 지역난방, 셰일가스 추출, 수소 생산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추후 900°C 이상 고온의 공정열(Process Heat)을 얻기 위한 소재 설계 개선을 적용, 초고온이 요구되는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의 엑스-에너지 SMR 주기기 모듈은 최대 80MWe의 전기출력을 낼 수 있다. 엑스-에너지 SMR 원전에는 총 4대의 주기기 모듈이 설치되며 지역의 전력 수요에 맞춰 가동하는 모듈 수를 조절, 다양한 범위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또한 SMR은 순간적으로 출력을 높이거나 낮출 수 있게 설계됐기 때문에 풍력 또는 태양광 발전의 발전량이 많을 경우 출력을 낮추고, 반대로 발전의 발전량이 낮아질 경우 SMR의 출력을 높여 지역의 전력 수요를 맞출 수 있다. 따라서 신재생에너지의 최대 약점인 간헐성을 보완하는 최상의 백업(back-up)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방사능이 외부로 누출됐을 때를 대비, 주민 보호를 위해 사전에 설정한 구역을 ‘방사선 비상 계획 구역(Emergency Planning Zone)’이라고 하는데, 대형 원전의 방사선 비상 계획 구역은 통상 원전을 중심으로 반경 16km 지역으로 설정된다. 이에 비해 엑스-에너지 SMR의 비상 계획 구역은 400m 수준으로 범위가 매우 좁기 때문에 부지 확보에 크게 유리하다. 이로 인해 노후 석탄화력 발전소를 대체하기에도 용이하다는 장점을 갖는다.

▲ TRISO-X(TRIstructural-ISOtropic) 핵연료.
▲ TRISO-X(TRIstructural-ISOtropic) 핵연료.

美 정부 “원자력은 청정에너지”

미국 정부와 의회는 청정에너지 이용 활성화를 위해 자국의 원전산업 진흥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원전 수출 경쟁력 회복 정책도 진행 중이다.

미국 의회는 민주·공화 양당의 초당적 협력으로 지난 2018년 원자력혁신역량법(NEICA, Nuclear Energy Innovation Capabilities Act)을 제정하기도 했다. 이는 혁신 원자로 개발비용 지원, 민관협력 등을 법제화해 자국의 원전산업 부활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 에너지부(DOE) 산하 핵연료워킹그룹(NFWG)은 지난해 4월 Restoring America’s Competitive Nuclear Energy Advantage(A strategy to assure U.S. national security) 보고서를 발행했다.

보고서에서는 원전 수출은 100년간 도입국과 수출국간 대규모 경제 교류, 안보 및 지정학적 협력이 가능하므로, 미국 원자력 경쟁력 회복 정책 추진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또한 향후 10년간 세계 원전시장 규모는 한화 약 600~900조원으로 원자력 R&D 강화, 원전산업 기반 정비, 수출 절차 개선 및 파이낸싱 지원 등을 제안했다.

지난해 7월 국제개발금융공사(DFC)는 해외 신규 원전 사업에 자금 지원을 금지하는 현행 규정을 폐지키로 했다. DFC는 미국의 자금 지원이 개발도상국에 기술 발전과 저탄소 에너지원을 제공할 수 있으며 중국, 러시아 등 원전 수출 경쟁국에 대항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미국 상원은 ‘Nuclear Energy Leadership Ac(NELA)’ 법안을 가결했는데, 해당 법안은 양당 상원의원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미국 에너지부가 차세대 원전 건설 및 핵연료 개발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민주당 바이든 후보의 공약에는 원자력이 ‘청정에너지’에 포함되기도 했다. 공약에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focused on climate(ARPA-C)의 수립을 언급했는데, 이는 미국이 저렴한 청정에너지 10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SMR 기술개발을 지원할 계획임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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