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대거 참여, 에너지산업 ‘게임체인저’ 기대
높은 유지보수비‧수용성문제 해소...장단점 명확

[에너지신문] 최근 신재생에너지 뿐만 아니라 에너지산업 전체에서 ‘게임 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단연 부유식 해상풍력이다.

부유식 해상풍력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심해 설치가 가능하다는 것. 최대 걸림돌인 수용성 문제에서 자유로운데다 육지에서 멀어질수록 우수한 바람자원을 얻을 수 있어 가장 이상적인 풍력발전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 울산 반딧불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 일러스트(사진제공: 에퀴노르)
▲ 울산 반딧불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 일러스트(사진제공: 에퀴노르)

왜 ‘부유식’이어야 하는가?

부유식 해상풍력은 기존 고정식 해상풍력에 비해 단지 조성비용은 더 들지만, 풍력자원이 우수한 먼 바다에 설치함으로써 이용률과 주민수용성에 장점이 있다.

해외에서는 2009년부터 유럽과 일본을 중심으로 미래기술로서 부유식 해상풍력시스템을 실증하며 상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7월 발표된 해상풍력 로드맵에 따라 부유식 해상풍력 시장 활성화가 예상되며 약 7GW 규모의 부유식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해외 재생에너지 선진국들은 이미 부유식 해상풍력에 대한 연구는 물론 상용화까지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영국은 세계 최초의 부유식 풍력단지(30MW)를 가동하고 있으며, 이를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미국 역시 2045년까지 하와이를 재생에너지 100% 청정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부유식 풍력단지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와 가까운 대만은 원전폐지의 대안으로 부유식 풍력 투자 확대를 선언했고, 일본 역시 상용규모 부유식 풍력 실증 프로젝트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활발한 R&D와 시범사업을 거쳐 오는 2025년부터 글로벌 부유식 풍력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을 예상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해상풍력자원의 90%가 수심 50m 이상 심해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만큼 부유식 해상풍력 기술개발 및 상용화가 절실하다. 수심 80m 이내 영해의 경우 기술적으로 387MW, 이론적으로는 462GW의 풍력자원 잠재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만 부유식 풍력 역시 명확한 단점이 존재한다. 먼저 심해 설치의 높은 난이도를 극복해야 하고, 설치 후 유지관리에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가장 큰 문제는 심해 한가운데서 생산한 전기를 육지까지 내보내는 것이다. 근해에 설치된 고정식 해상풍력도 케이블 비용이 부담되는 상황에서 먼 바다의 부유식 풍력은 당연히 높은 해저케이블 설치비용이 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 울산 동해1 부유식 해상풍력에 대한 주민동의서 전달식이 열렸다.
▲ 울산 동해1 부유식 해상풍력에 대한 주민동의서 전달식이 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력업계는 우리나라의 부유식 해상풍력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 이유로 부유체, 계류시스템, 해저케이블 등 다수의 부품이 국산화돼 있어 경쟁력 확보가 용이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조선해양 분야에서 숙련된 고급인력이 많아 풍부한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동해 먼 바다의 경우 수심이 최대 200m, 바람이 평균 8.16m/s로 부유식 해상풍력에 최적화된 환경이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부유식 해상풍력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영국을 포함해 개발경험이 있는 국가는 전세계에서 6개국에 불과하고, 아직 초기 개발단계이기 때문에 빠른 추격이 가능하다는 점도 우리에게 유리한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부유식 해상풍력은 아직 초기개발 단계지만, 매우 높은 잠재력을 갖춘 시장이기도 하다. 높은 유지보수 비용 및 해저케이블 설치비가 걸림돌이지만, 대규모 시장 조성이 이뤄지면 빠르게 가격이 하락할 전망이다. 업계는 2030년까지 고정식 해상풍력과 비슷한 수준의 발전비용을 예상하고 있다.

풍력업계의 한 관계자는 “발빠른 기술개발과 함께, 울산을 주축으로 추진되고 있는 내수 시장을 통해 실적 경험을 축적, 급성장이 예상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유식 해상풍력, 주요 참여기업들은?

현재 유수의 국내외 에너지기업들이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울산 동해1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사업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석유공사, 동서발전, 에퀴노르 한국지사는 지난달 지역 해상풍력사업 어민대책위원회로부터 주민동의서를 전달받았다.

어민들이 직접 서명한 주민동의서가 발전사업자에게 전달됨에 따라 울산 동해1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사업 허가 신청에 탄력을 받게 됐다.

이 사업은 노르웨이 국영기업 에퀴노르가 울산지역 에너지공기업인 석유공사, 동서발전과 손잡고 울산항 동쪽 58km 해상에서 추진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인 200MW급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다. 국내 관계기관 승인을 획득, 2018년 10월 풍황계측기 ‘라이다(LiDAR)’를 설치, 1년 이상 풍황 데이터를 수집, 분석했다.

▲문무바람 CI.

메이저 기업인 쉘(Shell)과 코엔스헥시콘(CoensHexicon)이 8:2로 지분 투자한 합작법인 ‘문무바람(주)’는 최근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단지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했음을 알렸다. 이 프로젝트는 울산시에서 약 65km 떨어진 수심 120~150m 해역에서 총 1400M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합작법인 대표이사는 주영규 쉘코리아 부사장이 맡았다. 글로벌 에너지 선도기업인 쉘과 해상풍력 프로젝트 개발 및 부유체 기술기업인 코엔스헥시콘은 합작법인 설립 이전부터 컨소시엄 형태로 프로젝트 초기 개발에 참여해왔다.

문무바람은 지난해 8월부터 부유식 기상관측부이(F-LiDAR) 3기를 설치, 풍황을 측정해왔으며 수집한 풍황 데이터와 경제성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이달 중 발전사업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또한 울산지역 부유식 풍력 개발사 중 최초로 7월부터 여러 척의 선단을 투입, 해양 물리탐사 및 지질조사를 진행했다. 축적된 데이터들은 사업의 구체적인 전략수립과 FEED(Front End Engineering Design) 설계를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문무바람’이라는 사명은 신라 시대 삼국통일을 이룩했던 문무대왕과 풍력발전 자원인 바람을 결합한 것이다. 문무대왕의 정신이 깃든 강력한 바람으로 울산뿐만 아니라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에 바람을 일으킨다는 포부를 담은 것.

주영규 문무바람 대표이사는 “문무바람은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통해 정부가 수립한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하고, 나아가 대한민국 풍력산업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자 한다”며 "가치 공유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어민 등 지역사회 및 국내 기업과 협력,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쟁력 있는 부유식 해상풍력 개발을 통해 국내 연관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을 도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 두산중공업의 8MW급 부유식 해상풍력 시스템 조감도.
▲ 두산중공업의 8MW급 부유식 해상풍력 시스템 조감도.

문무바람의 지분 80%를 보유한 쉘의 조 나이(Joe Nai) 해상풍력 아시아 총괄 책임자는 “쉘이 한국에서 오랜 시간 운영해온 기존 사업에 더불어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사업을 추진하게 돼 뿌듯하고 감회가 새롭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해양 및 조선 산업에서 한국이 지니고 있는 우수한 역량이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부유체 개발과 제작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며 “쉘은 해상풍력을 대한민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탄소중립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필수요소로 보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문무바람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실현될 경우 대한민국 약 100만세대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에너지기술평가원이 공모한 ‘8MW급 부유식 해상풍력시스템 개발’ 2단계 사업에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이번 과제에는 국책과제로 개발 중인 두산중공업의 8MW급 모델이 적용될 예정이다. 2005년부터 풍력사업을 시작한 두산중공업은 현재 국내 239.5MW 풍력발전기를 설치했으며 이 가운데 96MW는 해상풍력이다.

박인원 두산중공업 부사장은 “이번 과제는 기존 고정식 뿐만 아니라 부유식까지 해상풍력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며 “국내 해상풍력의 새 가능성을 여는 부유식 해상풍력 시스템 개발사업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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