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지표로 살펴보는 한국 탄소중립’ 현황 공개
국내외 통계 바탕으로 객관적 실태 파악 위해 제작돼

[에너지신문] 국내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느리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간 전력자립도 격차도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은 31일 국내외 통계를 바탕으로 탄소중립을 향한 국내 에너지 부문의 객관적 실태를 살펴보기 위해 제작한 '에너지 지표로 살펴보는 한국의 탄소중립'을 에너지정보소통센터를 통해 공개했다.

지표는 △지역별 전력 현황과 전력자립도 △전국 에너지원별 현황(화력·원자력·태양광·풍력) △풍력·태양광 발전사 및 협동조합 △RE100 참여기업 추이 △에너지 수입의존도와 에너지 사용 비중 △한국 및 주요국 NDC 현황 및 평가 △한국 및 주요국 탄소배출량 현황과 감축 목표 등 총 10개의 인포그래픽과 시사점을 담은 보고서로 구성됐다.

이에 따르면 국내 에너지 구조에서 가장 분명한 변화를 보인 것은 지리적 특색에 따른 ‘지역별 전력자립도’로 나타났다.

대량의 냉각수를 확보할 수 있는 해안지역이 주요 발전단지로 성장했던 중앙집중형 구조에서 2000년대 이후 에너지원 다변화에 따른 지역분산형으로 변화했다.

산업시설은 적은데 비해 발전소가 많아 전력 생산기지 역할을 한 충남과 전남의 전력자립도가 유독 높게 나타났던 2003년과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지역간 전력자립도 격차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 연도별 지역 전력자립도 변화. 행정구역별 색상은 전력자립도를 뜻하며, 색이 짙을수록 전력자립도가 높다는 뜻이다. 2003년만 해도 충남과 전남의 전력자립도가 유독 높은 상태였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지역별 격차가 줄어드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연도별 지역 전력자립도 변화. 행정구역별 색상은 전력자립도를 뜻하며, 색이 짙을수록 전력자립도가 높다는 뜻이다. 2003년만 해도 충남과 전남의 전력자립도가 유독 높은 상태였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지역별 격차가 줄어드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울산, 경기, 전북, 전남, 경남, 강원에서 발전량과 소비량이 수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겠으나 발전 부담이 특정 지역에 집중된 구조에서 분산되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제주, 전북, 강원은 전력자립도보다 포트폴리오 변화에 주목할 만하다. 제주는 풍력, 전북은 태양광, 강원은 태양광 및 풍력을 고르게 육성하며 지역 내 생산되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꾸준히 높여 왔다.

또한 보고서는 전국 지역별로 에너지원별 현황을 지도로 제작하고, 함께 고려해야할 요소를 정리했다.

대체로 산업시설이 많거나 석탄화력발전이 활발한 지역에서 온실가스 및 총부유먼지 발생량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총 57기 중 29기를 운영 중인 충남지역의 총부유먼지 농도가 상위권을 기록했다.

원자력발전은 총 24기가 운영 중이며, 2030년 이전 10기의 수명이 만료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원전별로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 용량 및 포화시점에 대한 정보를 인포그래픽으로 도식화했다.

풍력발전 설비 확대는 태양광에 비해 더딘 편이다. 산지가 많아 바람이 일정하게 부는 곳이 적은데다 풍력발전기의 규모상 태양광에 비해 설치에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다만 비교적 최근인 2014년부터 육상풍력이 급격히 증가했고,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GW급 대규모 발전단지 계획이 속속 추진되고 있다.

태양광 발전에서 주목할 점은 타 발전방식에 비해 대도시 설치 비중이 결코 작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건물 옥상, 창호, 아파트 베란다 등 도심 환경에도 적용하기 용이하다는 장점 덕분이다. 대체로 태양광발전 설비는 농지 태양광이 많은 호남지역에 집중돼 있으나 풍력에 비하면 인구밀집지역과 농어촌지역의 격차가 크지 않은 편이다.

보고서는 재생에너지가 확대 보급되면서 사회학적으로 어떤 변화를 불러왔는지에 대해서도 데이터를 통해 살펴봤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소규모 사업자의 시장 참여로, 2021년 6월 기준 전국의 발전사 및 에너지 협동조합은 총 8만 4895개에 이른다. 전국에서 태양광 사업자가 가장 많은 곳은 전북, 풍력은 강원 지역으로 이는 풍력 및 태양광 설비 현황과 일치하는 결과를 보여줬다.

산업계에서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RE100은 사회적 캠페인보다 투자에 가까워지는 추세다. 이는 RE100 기업의 증가세로 확인할 수 있으며 12월 23일 기준 346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등 14개사가 가입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RE100 참여를 통한 탄소중립 실현이 시장 원리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에너지 사용량과 수입량은 제조업 중심의 선진국형 경제구조로 변모하면서 계속 늘어났다. 2019년 석탄 수입량은 1억 4179만톤으로 서울 남산 2.9개에 달하며, 석유는 14억 2407만 배럴로 소양호 약 79개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다만 고효율 친환경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면서 에너지 소비량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으며, 2011년 이래 에너지원단위가 줄곧 개선돼 왔다. 경제는 정상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에너지 소비량을 줄임으로써 ‘지속가능한’ 에너지전환의 가능성이 확인됐다.

이번 에너지 지표를 통해 살펴본 결과 국내 에너지 수급 구조는 이미 2000년대 이후 긴 호흡으로 변화해 왔으며 국내 재생에너지 인프라는 느리지만 꾸준히 성장해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보고서는 향후 태양광·풍력 관련 산업의 취약한 가치사슬을 빠르게 강화하고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여 탄소중립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최성광 에너지정보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재단은 이번 개발한 에너지 지표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길잡이가 될 수 있도록 매년 통계를 업데이트하고,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인포그래픽 등으로 재가공, 적시에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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