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명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원장
[인터뷰] 명성호 한국전기연구원 원장
  • 권준범 기자
  • 승인 2022.01.0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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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 이룰 것”
미래는 SW의 시대…임기 내 충분한 발판 마련
차세대 직류(DC) 시대 대비 위한 노력도 기울여

[에너지신문] 명성호 한국전기연구원(KERI) 제14대 원장은 1981년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석사(1983년) 및 박사(1996년) 학위를 취득했다. 1985년 KERI 입사 이후 차세대전력망연구본부장, 미래전략실장, 연구부원장, 시험부원장을 차례로 역임한 바 있다.

대외적으로는 국제대전력망회의(CIGRE) 전기환경 부문 한국대표, 한전 열린경영위원, 경남테크노파크 이사 등을 지냈으며 현재는 한국에너지학회 이사, 대한전기협회 한국기술기준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본지는 명 원장에게서 연구원의 새해 목표 및 주요 계획을 들었다.

Q. 지난해 8월 취임 이후 첫 새 해를 맞았다. 기관 수장으로서 소회는?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염원하던 전기연구 원장에 선임돼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지만, 한편으로는 국내유일 전기전문 출연연구기관의 수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된 만큼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

원장 취임 이후 지난 150여일간 많은 지자체 및 유관기관,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감사 인사를 드리고 상호 협업 방안을 모색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 기간 중 국정감사도 했었고, 기관의 중장기 목표를 제시할 ‘연구사업계획서’와 ‘기관운영계획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여기서 느낀 바는 정말 많은 분들이 KERI에 바라는 역할과 기대치가 생각 이상으로 매우 크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우리 연구원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일지 스스로 가다듬는 뜻깊은 성찰과 고민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Q. 취임사에서 가장 강하게 언급한 부분이 ‘상향식 혁신조직 구축’이다. 그 의미는?

상향식 혁신조직 문화는 모든 직원들이 각자의 생각을 거리낌 없이 개진하고, 그러한 목소리가 잘 전달돼 기관의 발전에 기여하는 환경을 의미한다.

기존의 하향적 혁신이 구호부터 외치고 명령을 하달하는 방식이라면, 상향식 혁신은 말단 직원이라도 누구나 창의적인 의견을 자신 있게 내고, 보직자들은 경청과 설득의 리더십으로 이러한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상향식 혁신조직은 누구 하나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각 직원들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가치를 납득하고, 스스로 창의적인 해결책을 낼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 보직자들은 이러한 직원들이 계속 열심히 일하고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장려하고 지원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젊은 직원들이 의견을 개진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하며, 보직자라도 결정을 잘못 내린 것에 대해서는 깔끔한 인정과 진솔한 사과를 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조직 내에서 직급은 다를 수 있지만,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는 누구나 평등하고 공정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상향식 혁신의 핵심이며, 이를 통해 ‘집단 천재성’을 이끌어 내고자 한다. 연구원의 주인은 원장이 아니라 우리 KERI 직원 모두이다.

탄탄한 조직문화 구축도 중요하다. 이번 원장 임기 동안 성과창출 못지않게 직원 모두가 서로를 배려하고 공감하는 밝은 조직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Q. 소프트웨어 중심으로의 인력구조 개선 전환도 언급했다. 그 의미는?

미래에는 AI와 빅데이터 등 소프트웨어가 주목받는 시대가 펼쳐질 것이고, 이를 잘 활용하는 유능한 인재가 주목받게 될 것이다.

물론 연구원이 가진 현재의 역할과 책임(R&R)이 있기 때문에 급진적으로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구조로 넘어갈 수는 없겠지만, 원장 임기 중에는 적어도 우리 조직이 점차적으로 미래에 대한 충분한 준비를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즉 KERI가 그동안 축적해 온 강점은 계속해서 살리되 이러한 강점을 소프트웨어와 연계해 발전시켜 나가고, 내부 직원들 교육도 강화해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탄탄한 조직을 만들려고 한다. 필요하다면 소프트웨어에 특화된 우수 경력직 직원도 적극 채용하고자 한다.

Q. 주요 목표로 ‘기업과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언급했다. 무엇인가?

기업 체감이라는 것은 명확한 목적과 타깃 없이 막연하게 연구를 하고 그 기술이 활용되기를 마냥 기다리는 방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목표 기업을 설정하고, 본인의 기술이 어디에 활용될 것인지에 대한 확실한 방향을 가지고 나온 성과를 의미한다.

정말로 기업이 필요한 기술이기 때문에 체감도가 매우 높고, 연구자 개인적으로도 ‘누군가가 나의 기술을 기다리고 있다’는 자부심과 동기부여가 생길 것이다.

국민 체감은 홍보 등 성과 확산의 포인트를 국민 관점으로 돌려보자는 의미다. 전기기술이라는 분야가 산업계에 많이 활용되지만, 우리 국민의 행복하고 편리한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출연연구기관은 국민의 신뢰가 있어야 그 존재가치를 인정받는다. 이런 측면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의 확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예를 들면 홍보 관점에서 기존에는 성과의 파급효과를 산업에 포커스를 두고 알렸다면, 앞으로는 우리의 성과가 국민 실생활에 어떠한 혜택을 줄지를 알리는 것이다.

즉, 설명의 방향을 바꾸겠다는 의미다. 이밖에도 환경 문제나 각종 사회이슈 분야에서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연구과제도 적극 모색할 계획이다.

Q. 2021년 KERI의 주요 성과를 꼽는다면?

먼저 ‘SiC(탄화규소) 전력반도체’를 꼽을 수 있다. 전기차나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배터리의 직류 전기를 교류로 바꿔 모터(전동기)에 공급하는 인버터의 핵심부품이 바로 전력반도체다.

그동안 해외 수입에만 의존했던 부품으로 최근 공급 부족 현상까지 일어났는데, 지난해 KERI가 SiC 전력반도체 기술의 국산화를 넘어 가격경쟁력 확보와 대량생산 기반까지 마련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최근 많은 주목을 받는 전고체전지 분야에서는 핵심인 고체전해질을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공침 제조기술’과 ‘특수 습식합성 및 최적 합침 기술’을 개발하고, 기업체에 대형 기술이전까지 성공하며 양산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세계 3번째로 개발한 ‘X-band 선형가속기’가 최근 기업체에 기술이전 돼 정밀한 암 치료 실현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최근 들어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성과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는?

현재 연구원은 똑똑한 ‘지능 전기기술’을 활용해 기업을 지원하고, 지역사회에 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먼저 2020년부터 시작한 캐나다 워털루대학과의 ‘AI 기반 창원지역 제조혁신 사업’이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동안 제조 현장에 AI 기술을 접목해 ‘핵심 부품 고장 상태 진단’, ‘조립 지능화’, ‘효과적인 공구관리 및 제품별 최적 맞춤 가공’ 등의 업무를 수행했고, 혜택을 받은 기업들은 생산성 및 업무 효율성 제고, 매출 및 영업이익 증가 등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산업계에서의 만족도가 매우 높아 사업의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정도로 주목받고 있는데, 올해부터는 부산광역시의 협력 요청에 따라 AI 적용 범위도 확대한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창원시와 함께 진행한 ‘아이러브창원(AI Love Changwon)’ 과학 대중화 활동을 통해 지역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AI 관련 교육 및 과학교구 만들기, 시험설비 투어 등을 제공하며 모두가 함께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과학문화의 확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Q. 2022년부터 기대할만한 KERI의 유망 기술은?

앞서 언급한 SiC 전력반도체는 전기차에 적용될 경우 전비 10% 이상을 향상시킬 수 있을 정도로 파급효과가 대단히 높아 기대가 크다. 그리고 최근 우리가 캐나다 워털루 대학과 손을 잡고 추진하고 있는 ‘제조 AI’ 기술이 지역산업에 큰 활력을 주고 있다.

2020년부터 AI 기술을 창원시 기계산업에 도입, 기업들이 생산성 및 효율성 증가, 공구 유지비 및 불량률 감소 등의 효과를 봤고, 최근에는 부산시까지 사업범위를 확대하는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향후 동남권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전압으로부터 전자기기를 보호하는 ‘피뢰기’의 국산화도 중점 연구개발 분야다. 최근 기상이변과 낙뢰(직격뢰) 발생 증가로 각종 기간시설물 및 전자기기에 대한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피해를 막아주는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차세대 직류(DC)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KERI는 저압(LVDC)부터 고압(HVDC)까지의 직류배전 기술 개발을 통해 전력 공급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신재생에너지 및 분산전력 확대에도 크게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전기의료기기 분야에서는 정밀 진단을 통해 병에 걸리기 전에 미리 진단할 수 있는 일명 ‘예방 의학’ 분야의 기술 개발이 많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집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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