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춘택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인터뷰] 임춘택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 권준범 기자
  • 승인 2022.01.0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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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뉴딜3.0으로 ‘시대 교체’ 선도할 터
고유가 상황 장기화는 어려워…올해 안정세 전망
탄소중립 위한 에너지전환, 산업계 충격 고려해야

[에너지신문] 임춘택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은 기술고등고시 합격, 카이스트 전자공학 석박사 수료 후 국방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청와대 안보실 행정관, 카이스트 부교수,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 등을 역임했으며 2018년 제4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에 취임하면서 에너지 분야에서 그 전문성을 십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지난해 9월, 국내 에너지정책의 ‘싱크탱크’인 에너지경제연구원 제13대 원장에 취임한 임춘택 원장.

본지는 임 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생각하는 에너지 분야 전반의 현안과 미래를 공유한다.

Q. 지난해 국내외 에너지시장에 대한 평가와 올해 시장의 흐름에 대해.

지난 한해 국내외 에너지시장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았다. 2020년 배럴당 40달러 수준이었던 유가가 2021년 들어 서서히 상승하더니 하반기에는 80달러로 두 배 가까이 뛰었고, LNG 현물의 경우 저점대비 열 배까지 올랐으니까.

한편에서는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에너지전환 정책에 힘을 쏟는 동안 전통에너지산업의 투자지연과 팬데믹까지 겹치며 에너지시장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모습이다. 연구원도 유류세의 한시적 감면과 LNG 수급관리 등 국제 에너지시장의 국내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들을 정부에 제언한 바 있다.

현재의 고유가는 동절기 이후 에너지 수요가 다소 진정되고 중국의 석탄수급문제, 유럽 가스전의 지정학적 이슈 등이 해소되면 올해 안으로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 에너지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워낙 많아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나, 결국 지금의 고유가가 장기화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Q. 올해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주요 업무(과제)는 무엇인지.

그동안 중앙정부와 에너지 공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정책연구 지원 영역을 확대, 중소기업과 지방정부의 탄소중립 및 그린뉴딜 이행을 적극 지원하려 한다.

구체적으로는 17개 광역시·도를 포함한 243개 지방자치단체에 에너지전환 정책 수립을 위한 지자체 맞춤형 정보제공 및 사업설계 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중소벤처기업부와의 업무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국내 18만 회원사를 두고 있는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중소기업에 적시적이고 적절한 에너지정책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중점 연구 분야는 ‘그린뉴딜3.0’이다. 탄소중립 추진으로 인한 경제·사회적 효과는 ‘시대교체’라고 말할 만큼 큰 것으로 우리나라가 빠르게 디지털 전환, 에너지전환, ESG 확산 등을 성공하지 못하면 국제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다.

태양광·풍력·바이오·양수·무탄소 발전과 수전해·ESS·전기차, 그리고 그린철강·수소화학·그린정유가 만들어낼 신산업과 수출증대·수입대체·일자리창출·지방재정은 산업 지형을 통째로 바꿀 것이다. 

Q.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올바른 에너지믹스 방향은?

지난해 10월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 탄소순배출이 0이 되기 위해서는 현재 발전믹스의 약 80%를 차지하는 석탄, 천연가스 등 화력발전소의 전면중단이 필요하다.

원전도 지속 도태되며 발전비중이 6%까지 하락하게 된다. 이 자리는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무탄소 가스터빈, 연료전지 등이 차지한다.

무엇보다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이 71%까지 확대돼야 한다. 현 시점에서는 무리한 목표처럼 보이지만, IEA는 2050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88%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히려 세계 수준에서 보면 다소 낮은 수준인 것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61~71%는 전력수요의 증가를 고려해도 대략 태양광발전 400GW, 풍력발전 100GW면 가능할 것이다. 태양광만 고려했을 때 발전 전용부지는 국토면적의 1%대면 충분하다.

단, 재생에너지 중심의 발전믹스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간헐성을 보충할 수단으로 대용량배터리(ESS)와 양수발전, 수요반응(DR), 섹터연결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Q. 바람직한 수소 생태계 구축 방안을 제시하신다면.

우리나라는 수소차 생산과 수출, 발전용 연료전지 보급에서 지난해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수소경제1.0’으로 평가할 수 있는 그동안의 성과는 매우 성공적이라 하겠다.

그러나 수소경제로의 이행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기술적‧경제적 문제가 산적해 있다. 국내에서 공급되는 대부분의 수소는 화석연료 기반의 부생수소에 의존하고 있고, 수소 충전소 보급도 사회적 수용성 부족 등으로 당초 계획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수소의 생산·저장·운송·활용에 있어서 난제들이 해결돼야 수소경제로의 이행이 본격화될 것이다.

탄소중립이 시대적 화두로 등장한 지금은 ‘수소경제2.0’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세계적으로 탄소배출이 없는 그린수소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수소차와 발전용 연료전지에서 산업공정에너지, 즉 수소환원제철과 수소화합물 등으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가정한 해외도입 수소비율 80~82%를 최대한 낮추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경제적인 재생에너지 확보와 기술개발이 관건이다.

Q. SMR(소형모듈형원전)에 대한 평가 및 시장 전망은?

탄소중립 달성의 수단으로서 평가할 때 우리나라의 경우 SMR은 크게 유용한 대안은 되지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원전 기술 자체의 경제성이 점차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SMR은 소형화로 인해 규모의 경제 효과도 잃어버려 경제성 자체도 매우 취약하다. 특히 발전량에 비례해서 발생하는 핵폐기물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개별 호기의 안전성은 대형 원전에 비해 개선되겠지만, 인구밀도가 높고 지진 등의 자연재해 발생빈도도 점차 높아지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사회적 수용성이 확보될 지는 미지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SMR 기술에 투자될 재원과 노력 등을 오히려 재생에너지 확대에 집중하는 것이 탄소중립 달성에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Q. 전력시장 민영화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지난 2001년 발전부문을 한전에서 분리, 발전사업자간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이뤄졌다.

하지만 여전히 송배전부문은 한전이 담당하고 있으며 전력요금은 정부규제로 인해 원가를 충실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전력산업의 경쟁도입과 민영화에 대한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는 것 같다.

전력시장의 민영화 여부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온도차가 있지만,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정책의 관점에서 보면 결국 전력시장의 경쟁도입 요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발전시장에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를 중심으로 한 민간시장 참여자가 많아지게 되며 섹터커플링, V2G 등 새로운 기술의 도입은 발전부터 송·배전 및 소비단계까지의 통합적 운용을 요구한다.

이는 민간의 참여와 투자가 수반돼야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 또한 전통에너지를 사용하던 에너지소비 부문의 상당수가 전력으로 대체될 것이기 때문에 전력수요는 현재보다 많아질 것이다.

Q. 에너지전환에 따른 사회적 갈등 및 산업계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우리나라는 GDP에서 제조업 비중이 30%에 육박하는 제조업 강국으로서 에너지전환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산업계의 충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정부가 해야할 일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030년까지 30%로 확대해 기업들이 국내에 RE100 공장을 건설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탄소중립에 필요한 기술을 선도적으로 개발하고 인력을 양성해주며 국제협력을 촉진해주는 등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겠다.

또 하나의 이슈는 석탄발전소의 좌초자산 문제다. 발전부문에서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석탄 발전량을 정책적으로 축소시켜감에 따라 민간 석탄발전 설비에 대한 좌초자산화 등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사업관계자들의 수용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적으로 산업내‧기업내 전환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감축되는 석탄발전 대신에 브리지 발전원인 가스발전의 비중을 늘려가면서 전체 발전량은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이는 같은 화력발전산업 내에서의 전환이자 발전 공기업 내의 전환이다. 이를 적극 활성화하면 사회적 전환 비용이 최소화되고, 사회적 갈등도 줄일 수 있다.

발전부문의 질서 있는 전환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도 필요한데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에너지전환지원법 등이 좋은 예다. 해당 법령이 제정되면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발전 사업을 변경하거나 취소 또는 철회하게 된 경우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사회적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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