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모듈 재활용, 공제조합 인가문제로 ‘삐걱’
태양광모듈 재활용, 공제조합 인가문제로 ‘삐걱’
  • 권준범 기자
  • 승인 2022.01.05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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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설립 인가 세 번 반려...“세부규정 마련 안 돼”
태양광업계 “환경부 밥그릇 챙기기...민간이 주축돼야”

[에너지신문] 정부와 태양광 산업계가 추진 중인 태양광 모듈 재활용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사업을 전담할 공제조합 설립을 두고 태양광 산업계와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합의점을 찾기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한국태양광산업협회는 ‘태양광 패널(모듈)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EPR)는 생산자(제조·수입자)에게 폐기물을 회수해 재활용하는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로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과 포장지 등 생활용품에 적용되고 있다. 태양광 모듈 EPR 도입은 수명을 다 한 모듈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함과 동시에 태양광 업계의 새로운 신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 지난해 12월 준공식을 가진 태양광 재활용센터. 연간 3600톤의 폐모듈을 처리할 수 있다.
▲ 지난해 12월 준공식을 가진 태양광 재활용센터.

업무협약 체결 이후 사업 추진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협회가 지난 2020년 12월 이후 세 차례나 환경부에 EPR 운영을 담당할 공제조합 설립을 신청했음에도 모두 반려되면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정우식 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제조합) 운영 주체는 태양광 산업계가 돼야 한다. 모듈의 제조부터 폐기까지 전 주기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환경부는 자신들이 사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공제조합 설립 인가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성토했다.

정 부회장은 환경부가 공제조합 인가를 미루는 이유를 ‘제 식구 밥그릇 챙기기’로 표현했다. 협회와 모듈생산 제조사가 주축이 되는 새로운 공제조합 설립 대신 환경부 유관단체인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에 관련 업무를 맡기려 한다는 것. 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은 2020년 8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미래폐자원 회수‧재활용체계 구축 용역을 맡으며 태양광 모듈 EPR 도입 세부규정 마련 활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환경부는 태양광 모듈 제조사들에게 kg당 약 2160원 수준의 폐모듈 분담금 부담을 기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당시 업계 반발로 무산되긴 했으나, 이같은 사례로 볼 때 현재 가격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환경부가 업계와의 협의 없이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이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 부회장은 “1MW 태양광 발전설비에 들어가는 모듈의 양은 최소 60톤 규모”라며 “폐모듈을 폐가전과 똑같이 다뤄선 안되기 때문에, 모듈의 특성을 잘 알고 노하우를 갖춘 제조사들이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협회와 제조사의 공제조합 신청 반려에 대해 환경부는 “태양광산업협회가 관련 세부규정 마련 이전부터 조합 설립을 지속적으로 신청해왔다”며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지 못한 상황에서 공제조합 설립은 시기상조라고 판단, 협회에 사전 설명 후 신청서를 반려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올해 2월 중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후 EPR 제도 운영에 필요한 세부규정을 마련, 상반기 중 공제조합 운영에 적합한 신청자를 인가할 계획이라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다만 ‘공제조합 운영에 적합한 신청자’가 태양광 모듈 제조사인지는 아직까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태양광산업협회는 민간 모듈 제조사가 주축이 되는 공제조합 설립을 원하는 반면, 환경부는 향후 적지 않은 규모의 대형 사업이 될 태양광 모듈 재활용‧재사용 사업을 주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태양광 산업계와 환경부가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산업부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연간 최대 3600톤의 태양광 폐모듈을 처리할 수 있는 ‘태양광 재활용센터’가 이미 지난해 12월 준공을 마쳤으나, 공제조합 선정이 지연되고 있어 사업 추진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내년 EPR 시행 전까지 업계와 환경부가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권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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