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에너지신문] 정부가 ‘탄소중립’을 외치며 2024년부터 LPG·CNG차를, 2025~2026년부터 하이브리드 차량을 저공해차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해 업계 및 운전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정부는 전기차·수소차와 하이브리드차, LPG차·CNG차를 저공해차로 분류하고 세제 지원, 구매보조금 등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데, 조만간 전기차와 수소차만을 저공해차로 남기겠다는 것이다.
특히 전기차 시대로 가는 과도기에 ‘서민을 위한 현실적인 친환경차’로 알려진 LPG차에 대한 지원 축소가 급하게 진행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미세먼지를 해결한다며 LPG차를 일반인 누구나 살 수 있도록 빗장을 푼 지 꼭 3년만이다.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정책 시행 시 예상되는 문제점들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첫째 정부는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수소차를 잇는 브릿지 정책의 필요성을 간과하고 있다. 현재 국내 등록된 차량 2600여만대 중 2500만대 정도가 내연기관차다. 실질적으로 무공해차 보급이 누적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2년 뒤부터 LPG차나 하이브리드차의 지원과 혜택을 없앤다면 이 수요가 모두 무공해차로 갈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오히려 무공해차보다 접근이 쉬운 디젤차와 같은 내연기관차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전기차·수소차는 아직 서민에게는 높은 비용, 인프라 부족 등 높은 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책 역행’이다. LPG차·CNG차 등 무공해차로 가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브릿지 연료들과 관련한 정책이 반드시 장기적으로 병행돼야 한다.

둘째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이미 많은 부담을 지고 있는 소상공인을 배려하지 않은 정책이다. 정부는 ‘소상공인의 발’인 1톤 트럭의 LPG 신차 구입 보조금액을 올해 50% 삭감하고, 지원 대수도 대폭 줄였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에 지원금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되려 줄이니 영세사업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정부는 1톤 전기트럭이 이를 대신한다고 주장하나 짧은 주행거리와 부족한 인프라 등 한계점이 명확하다. 1회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가 211km에 불과한데, 짐을 싣거나 냉난방을 하면 더 짧아진다. 공용 충전소 이용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높다. 충전소를 찾아 충전하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며, 고장이 잦다는 것이다.

전기화물차가 전기승용차보다 배나 큰 보조금 지급과 영업용 번호판 무상발급이라는 파격적인 혜택으로 급격히 늘어났으나, 대기개선 효과는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다 노후화된 1톤 디젤차 폐차조건 대신 추가되는 1톤 전기차이니 실질적인 환경 개선효과는 한계가 있으며, 더욱이 이 제도는 4월에 일몰된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말 발표된 국회 예결위 예산심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보급된 전기화물차는 1만4320대에 달했으나 전환 과정에서 경유차 폐차 비율은 2.7%에 불과했다. 배출가스를 다량 내뿜는 경유차는 그대로 운행되고, 전기화물차 숫자만 늘어난 셈이다. 무공해차 보급의 함정이다.

▲ 1톤 LPG 트럭 기아자동차 봉고Ⅲ 모델.
▲ 1톤 LPG 트럭 기아자동차 봉고Ⅲ 모델.

LPG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가는 브릿지 연료로 선택된 것은 미세먼지의 원인 물질인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경유차의 93분의 1에 불과해 뛰어난 미세먼지 저감 성능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의 저공해차 모델별 배출가스 현황자료에 따르면 실질적으로 LPG차가 하이브리드차 등의 친환경차보다 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무공해차 보급 추진은 당연하지만 수년간의 과도기동안 서민들의 선택권까지 빼앗아서는 안 될 것이다. 국내의 무공해자동차 생산 능력과 구매 모델이 아직 부족한 점 등을 고려해서 LPG차·CNG차 등 가스차량이 적절한 역할 분담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정책 방향이 현실적인 시각에서 면밀히 제고된 후 올바른 완급 조절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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