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성명서 내고 '원가주의기반 요금체계' 시행 촉구
한전 경영 악화 따른 전기산업계 '도미노 셧다운' 우려

[에너지신문] "시장 원칙을 적용한 원가주의 기반 전기요금 체계를 당장 시행해야 한다."

국내 14개 전기관련 단체, 100만여 전기산업계 종사자들이 17일 정부에 '원가주의에 기반한 전기요금체계 시행'을 강력 촉구했다.

이들은 긴급 성명서에서 "물가상승을 이유로 오랜 기간 비정상적인 전기요금체계를 유지해온 결과, 한전은 올 1분기에만 7조 8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며 "이 상태라면 한전의 적자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연말에는 약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까운 시일 내에 자본잠식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 한전 본사 전경.
▲ 한전 본사 전경(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 없음).

이는 한전의 명운뿐만 아니라 국내 전기산업 생태계 붕괴를 초래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수요 회복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국제 연료가격이 급등세를 보임에 따라 세계 각국은 전기요금을 대폭 인상했다. 각국의 전기요금 인상률을 보면 프랑스 24.3%, 독일 54.3%, 영국 54%, 스페인 68.5%, 이탈리아 55.0%에 달한다. 이들 국가는 전기요금 상승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세금감면, 에너지바우처 확대 등의 정책을 동시에 펼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물가관리를 통한 국민생활 안정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전기요금 인상을 지속적으로 유보해왔다. 그 결과 한전은 창사 이래 최대의 재무위기에 직면했고, 전기산업계 중소·중견기업은 한전의 긴축경영으로 '도미노 셧다운' 위기에 직면해 있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사들이는 전력도매기준가격(SMP)은 지난 4월 평균 202.1원/kWh까지 치솟았으나 정작 소비자에게는 110원/kWh 전후로 판매하고 있다. 전기를 팔면 팔수록 적자가 커지는 구조다.

정부는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급등을 이유로 올 들어 도시가스와 지역난방 열요금을 일제히 인상했다. 그러나 전기요금의 경우 물가상승을 이유로 연료비 상승률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성명서에서 전기산업계는 정책당국의 결단을 강력히 촉구했다. 또한 전기요금 문제와 관련한 과도한 정치권의 개입 자제를 요청했다. 전기요금의 '탈정치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기산업계 관계자는 "더 이상 값싼 전기요금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원가주의에 기반하지 않은 전기요금은 에너지과소비를 부추겨 탄소중립 달성을 실현하기 어려운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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