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 공개토론회 열려
전문가, 에너지믹스·구조개편 등 여러 의견 피력

[에너지신문] "새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원활히 추진되기 위해서는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에너지 규제기관 설립이 반드시 필요하다."

23일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새정부 에너지 정책방향 공개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방향의 비전과 주요 내용에 대한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그룹의 다각적인 의견 청취 및 수렴의 기회로 관심을 모았다.

먼저 천영길 산업부 에너지전환정책관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김진 산업부 에너지전환정책과장의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이후 패널 토론에서는 홍종호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가 좌장을 맡았으며 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김진수 한양대 자원공학과 교수,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 심성희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차태병 SK E&S Renewables 부문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패널들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정점을 찍고 있는 고유가 상황,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주축으로 한 에너지믹스, 시장원리에 입각한 에너지정책 수립 등 각자의 견해를 밝혔다. 특히 독립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에너지 규제기관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본지는 이날 패널토론에서 나온 전문가들의 발언 내용을 정리했다.

▲ 패널토론에 앞서 김진 산업부 에너지전환정책과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 패널토론에 앞서 김진 산업부 에너지전환정책과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김영산-현재 시장구조 바꿀 개혁 필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에너지정책 방향이 극에서 극으로 바뀌고 있다. 에너지정책의 ‘갈지자 걸음’은 좌초자산을 발생시키고 필요한 투자를 적기에 하지 못하는 비효율과 낭비를 유발한다. 따라서 정책 수립 시 정치적으로 지속가능하도록 의사결정 과정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정치권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문제다.

현재의 전력도매시장 구조에서는 경쟁적인 시장원리가 도입될 수 없다. 이같은 구조적 문제가 보완되지 않고 구호에만 그친다면 독립성과 전문성은 이뤄질 수 없다.

현재의 규제 및 제도를 완전히 바꾸는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새로운 에너지 규제기관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전력요금 체계를 어떻게 고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지금은 연료비연동제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전의 경직성,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계통운영 자원이 필요하다. 다만 예산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전기요금 상승은 필연적일 것이다. 최대한 빠른 계획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진수-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는 양대 가치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는 향후 에너지수급체계 변화의 양대 핵심 목표다. 에너지안보는 오랜기간 정책의 최우선 목표였으며, 탄소중립은 물러설 수 없는 현실이다. 둘 다 반드시 실행해야 하면서도 도전적인 목표다.

이 두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에너지안보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또 중앙 및 지방정부, 기업, 시장, 시민사회 등 주체별 권한과 의무의 거버넌스 정립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정책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안보 진단 및 평가 체계 수립과 함께 국내 산업 육성 및 공급사슬 강화, 투자재원 마련, R&D 활성화, 국제협력 강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

심성희-경쟁적 시장구조로의 점진적 전환 필요

실현 가능한 감축목표의 쟁점은 전기화와 수용성이다. 2030 NDC 목표 달성의 핵심은 전기화로, 2030년 총 발전량이 NDC 시나리오 전망치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수용성, 계통안정성, 비용효과를 고려한 ‘실현가능한 에너지믹스’ 재점검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와 원전, 수소, CCS 활용 등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에너지믹스 모색해야 할 것이다.

에너지 수요관리와 효율향상은 탄소중립 이행 부담 경감을 위한 최우선 과제다. 해외 주요국 또한 탄소중립 이행에 있어 수요관리 및 효율향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수요관리·효율향상의 출발점은 가격기능 정상화다. 전기요금 원가주의 원칙 및 기후환경정책 이행비용의 적기 반영으로 최종소비자에 대한 적절한 가격신호를 제공해야 한다. 아울러 전기위원회의 독립성 및 전문성 확보와 같은 실질적인 이행력을 확립하는 것이 관건이다.

경쟁과 시장원칙에 기반한 전력시장이 구축돼야 한다. 디지털기술 활용한 융복합 에너지서비스모델 구축으로 소비 최적화, 소비자 선택권 강화가 이뤄질 것이다. 독점적 판매시장은 경쟁적 시장구조로 점진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데이터와 분석에 근거한 에너지 수요관리 및 효율향상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수요특성, 에너지 사용기기 소비패턴 등 통계정보를 수집, 분석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소비행태 변화 프로그램을 활용, 에너지소비 절감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 산학연 전문가들이 참여한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 산학연 전문가들이 참여한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차태병-풍력 비중 높이는 정책 추진해야

2030 NDC 달성을 위해서는 무탄소 전원인 원자력과 재생에너지가 총 발전량의 54%를 담당해야 한다. 원전이 30% 이상, 재생에너지 최소 20%라고 본다면 현재의 재생에너지 비중(7%)에서 매우 큰 폭의 성장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 성과는 인정하지만, 태양광에만 집중됐으며 풍력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2050년 전력수요는 지금보다 2배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방법을 가리지 말고 최대한 많은 무탄소 전원 공급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재생에너지 보급의 가장 큰 장애는 인허가 문제다. 태양광의 경우 소규모 사업은 인허가가 쉽지만 대규모 사업은 인허가에만 4~5년이 소요된다. 풍력은 이보다 더해 6년 이상 예상된다. 풍력의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해 태양광과 풍력의 설비비율을 2:1 정도에 맞춰야 한다.

현재 재생에너지 간헐성 문제는 글로벌 이슈다. 이를 약점으로 인식하지 말고 산업으로 볼 필요가 있다. 관련 기술개발 등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하겠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공급보다는 수요 측면에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필요가 있다. RE100 선택 기업들에게는 세제혜택 또는 송배전비용 면제 등을 통해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한병화-RE100 이행은 국가경쟁력의 척도

수출 중심의 국내 산업구조상 글로벌 기업들의 RE100 달성 요구에 부응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전력 조달이 필수다. 2020년 기준 삼성전자 한 곳의 전력사용량이 국내 전체 풍력·태양광발전량보다 많았다. 이는 RE100을 위해 국내 재생에너지 설치량이 얼마나 늘어나야 하는지를 보여준 단적인 예다. RE100 이행은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의 척도가 될 것이다.

EU는 탄소국경조정세 도입을 2025년부터 개시하고, 미국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따라서 우리도 단기간에 저탄소 구조의 경제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태양광은 이미 연착륙에 성공했으나 풍력은 강력한 정책적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풍력의 성장 없이는 RE100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는 어느 한쪽에 경중을 둘 수 없다. 원전 비중 확대는 좋지만, 재생에너지 비중을 축소하면서까지 원전을 늘릴 이유는 없다. 원전산업 활성화의 전제는 고준위방폐장(사용후핵연료) 문제의 해결이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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