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US 산업 육성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돼야

[에너지신문] 지구온난화로 인해 전 세계에서 폭염, 폭우, 태풍, 산불 등 이상기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산업 발전에 따른 화석연료 사용량의 증가로 인해 다량의 온실가스가 대기 중으로 배출됐고 지구의 평균기온은 200년 동안 약 1.2℃ 상승했다.

지금과 같은 추세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2100년 지구의 평균기온은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약 4℃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며 인류의 생존은 크게 위협받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기후변화’가 아닌 ‘기후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하던 교토의정서 체제를 넘어 2015년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서 196개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보편적 체제가 채택됐다.

파리협정의 목표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2℃ 보다 훨씬 아래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18년에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승인하고 1.5℃ 목표의 과학적 근거를 마련했다.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을 2050년까지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 이내로 억제하면 생물다양성, 식량안보, 인간 안보 및 경제 성장에 대한 위험을 줄일 수 있지만 2℃ 이상 상승하면 인류의 힘으로는 변화를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특별보고서에는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을 2050년까지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최소 45% 이상 감축해야 하고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감축 경로를 제시하고 있다.

눈앞의 현실이 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세계 주요국들은 탄소중립 목표 선언과 함께 저탄소·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이 같은 국제사회의 노력에 발맞춰 우리나라는 2020년 12월 UN에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 Long-term low greenhouse gas Emission Development Strategies)을 제출했고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40%를 감축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확정했다.

▲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에 따른 지구 평균기온의 변화.

우리나라의 2018년 국가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7억 2760만톤CO2eq이며 산업 부문에서 3억 9290만톤(54%, 간접배출량 포함)으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제조업 기반의 경제성장을 주도해온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은 철강, 정유, 화학, 시멘트 등 탄소 다배출 업종이다. 따라서 산업부문의 탄소중립은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다.

기업들도 탄소중립 경쟁력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RE100 캠페인’에 가입했고, 이들과 계약 관계에 있는 전 세계 수많은 기업도 탄소중립의 흐름에 합류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 등 주요 투자은행들도 석탄 투자 중단을 선언하는 등 온실가스 감축을 촉구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

이제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새로운 글로벌 경제질서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으며, 저탄소 전환 없이는 제품 수출, 해외 자금조달, 기업 신용등급 등에 부정적인 영향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기업은 탄소중립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 환경경영이라는 새로운 가치 창출을 요구받고 있다.

특히 미국, EU 등이 탄소 국경세 도입 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조업의 특성상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발간한 보고서 ’Net Zero by 2050’는 2050년까지 향후 30년 동안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감축하기 위한 경로는 협소하며 광범위한 정책과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산업부문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에너지시스템의 전기화, 무탄소 전기생산, 에너지 효율 향상, 순환자원 활용, 수소 기반 연료 및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기술 도입 등 경제 및 산업 시스템 전반에 대한 대전환이 필수적이다.

▲ 2018년 대한민국 부문별 온실가스 배출량(간접배출량 포함).
▲ 2018년 대한민국 부문별 온실가스 배출량(간접배출량 포함).

그러나 이러한 수단 중 2050년 중공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의 약 60%는 아직 상용화 되지 않은 기술에 의존할 것으로 전망된다. 즉 산업부문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새로운 탄소중립 기술개발의 중요성이 매우 높다.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 풍력, 바이오 등의 재생에너지로부터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효율향상 기술, 화석연료를 청정하게 활용하고 자원을 순환하는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2050년에도 가스발전, 철강산업, 시멘트산업, 석유화학산업에서는 여전히 온실가스 배출이 예상되며 이처럼 불가피하게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처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 Storage)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CCUS 기술은 발전 및 산업공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선택적으로 분리, 포집하는 기술과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지중이나 해저에 주입해 저장하는 기술 및 이산화탄소를 직접 활용하거나 유용한 제품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포함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0년 9월 에너지 전환에 있어 CCUS 기술의 역할을 다룬 특별 보고서를 발간, CCUS 기술이 탄소중립 실현에 핵심적인 기술이며, 2050년 CCUS 기술의 감축 기여도는 18%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공업 부문에서 CCUS 기술의 기여도는 30% 이상으로 크게 높아진다(Net-zero by 2050, IEA(2021)).

미국은 국가 기후혁신 워킹그룹을 신설, 에너지 다소비 산업 공정 저탄소화 방안 중 하나로 CCS 기술투자 계획 발표했으며, 연방정부 차원의 청정에너지 기준(Clean Energy Standard, CES)에 CCS 기술을 포함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
▲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

EU는 2020년 ‘FIT For NET-ZERO’에 에너지 다소비 산업 공정의 이산화탄소 포집과 공정 가스 재사용을 통한 배출량 감소를 제시했으며, 같은 해 일본은 ‘혁신적 환경 이노베이션 전략’에 CCUS 기술개발을 통한 저비용 이산화탄소 회수방안과 이산화탄소 연료화 방안을 제시했다.

영국은 ‘에너지 백서 2020’를 발간, 2050년 산업부문 배출량을 현재 대비 90% 감축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제시하고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탈탄소화를 위해 CCUS 활용을 강조하고 있으며, 호주는 10년간 180억호주달러 규모로 미래 저탄소 신기술(CCS 기술 포함) 투자 확대를 발표했다.

중국은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2015년 CCS 로드맵 발표와 더불어 UN에 제출한 NDC에서 석유·석탄 다소비 국가로서 탈탄소화를 위한 CCUS 기술 필요성을 명시했다.

우리나라는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에 탄소 다배출 업종의 원료 전환 방법으로 CCUS 기술 개발을 강조하고 미래 탄소중립 지향 산업 전환을 이끌 중요한 기술 대안으로 CCUS 기술의 개발과 실제 산업 현장에서의 상용화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21)’에 CCUS 기술의 에너지원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전량 적용, 2050년 최대 8460만톤(저장: 최대 600만톤, 활용: 최대 2520만톤)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수립했다.

또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수정안(‘18)’에 2030년까지 CCUS 기술을 통해 1030만 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으며, CCUS 기술을 중점 투자분야로 선정하고 정부 주도로 기술개발 및 실증을 추진하고 있다.

2021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탄소중립 실현 및 이산화탄소 포집 활용 신시장 창출을 목표로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 기술혁신 이행안(로드맵)’을 발표했으며, 산업통상자원부는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의 저탄소 산업구조로 전환을 위한 ‘2050 탄소중립 에너지기술 로드맵 (2021)’에 CCUS 기술개발 로드맵을 포함했다.

▲ 이산화탄소 활용기술 분류.
▲ 이산화탄소 활용기술 분류.

이산화탄소 활용(CCU) 기술은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그대로 활용하거나 다른 화합물로 전환하는 기술을 포함한다. 이산화탄소 전환 기술은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해 탄소화합물 및 연료를 생산하는 기술로써 온실가스 감축, 지속적인 탄소원의 활용 및 고부가 가치의 화합물 생산을 통한 이익 창출이 기대됨에 따라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산화탄소 전환 기술은 크게 생물학적 전환기술, 화학적/전기화학적 전환기술 및 탄산광물화 기술로 분류되며,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기초화학원료, 연료, 건설소재, 플라스틱 등이 있다.

온실가스 감축 필요성이 대두된 이래로 이산화탄소 전환 기술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플라스틱 생산 및 건설소재 생산과 같은 일부 분야에서 상용화에 근접한 기술이 개발됐을 뿐, 아직까지 대부분의 이산화탄소 전환 기술은 연구개발 초기 단계에 머물러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로부터 합성가스, 알코올, 올레핀과 같은 기초화학원료 및 수송용 연료를 생산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많은 관심과 연구개발 예산이 집중되고 있다.

탄소중립 추진에 따라 화석원료의 사용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나 섬유나 플라스틱과 같은 화학제품의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이산화탄소로부터 생산된 친환경 기초화학원료의 수요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친환경자동차로의 전환과정에 이산화탄소로부터 생산된 탄소중립적인 연료 도입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CCU 기술은 ‘온실가스 감축’과 ‘경제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화석연료를 태워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다시 유용한 물질로 전환하는 데에는 에너지가 필요한 데, 이때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사용한다면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전환하는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를 최소화하고 더 나아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2020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및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서 수행한 에너지산업 생태계 조사 및 기술 수준 조사 분석(CO₂기술분야)에 따르면 한국의 CCUS 분야의 기술 수준은 선도국가 대비 81.5% 수준이며 기술격차는 3.4년으로 분석됐다.

이제 탄소중립 기술력이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지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앞으로 CCUS 기술이 경제성을 확보, 산업현장에 적용되는 시점까지는 민간 주도의 실증 연구에 정부의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하다.

기업도 저탄소 산업 구조로의 변화를 모색하기 위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기업의 새로운 가치 창출의 수단으로써 CCUS 기술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민간기업이 주도적으로 참여, 기업의 수요를 반영함으로써 상용화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여야 한다.

CCUS 산업 육성을 위해 초기 시장에서 부족한 경제성을 보완하고 민간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한 투자비 및 운영비 지원 등 경제적 지원제도와 더불어 온실가스 감축 산정기준 마련 등의 제도적 기반 마련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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