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떼인 돈 받아 드립니다”라는 현수막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요즘 에너지업계의 미수금 문제가 하도 심각해 이곳에 전화라도 걸어보고 싶은 심정이다.

특히 천연가스의 미수금은 전기요금보다 더 심각하다. 천연가스의 미수금은 처음이 아니다. 10년전 악몽이 반복된데다 사정은 더 안 좋다.

현재의 미수금은 과거와는 달리 미수금의 상당부분이 민수용에 치우쳐 있어 자영업자가 포함된 민수용 요금인상에 대해 정부의 고민이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기재부가 발표한 미수금 관련 재정건전성 확보방안은 해외자산 매각을 포함하고 있다.

한전이 제시한 해외 석탄발전 자산 매각은 탈석탄정책에 부합하지만 가스공사의 해외자산 매각은 에너지안보와 기후안보에 역행한다.

즉 가스공사의 해외자산매각은 명분이 없다. 또한 유상증자를 할지라도 과거처럼 한전이나 지자체가 협조하지 않을 경우 정부 지분에 대한 고민은 다시 꼬리를 문다. 이러한 와중에 겨울한파로 수요가 급증할 경우 천연가스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올겨울 천연가스의 운명은 한파의 정도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은 천연가스 수요와 가격예측치를 제공할 때마다 기후예측치를 함께 내놓는다.

이때 특히 NOAA(National Ocean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 해양대기청)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NOAA는 북극 찬 공기로 뭉쳐진 Polar Vortex가 온난화로 힘을 잃어 저위도 지역 어디까지 내려오는지를 집중적으로 관찰, 올 겨울이 예년보다 더 추운지 아닌지를 전망한다.

어려운 일이다. 아직까지 큰 뉴스가 없다고 안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즉 올 겨울 천연가스 운명은 불확실성이 도처에 깔렸다.

첫째 날씨, 둘째 물량, 셋째 가격. 여기까지만 해도 골치가 아프다. 우선 날씨는 NOAA의 발표에 귀를 열어놔야 한다. 둘째는 물량이다. 물량은 탱크의 80%를 채워 70%인 임계치를 넘겼다고 한다. 일단은 안심이다.

물론 이 물량이 장기계약 물량일리는 없다. 즉 단기계약 물량이다. 왜냐면 전력수급계획에서 발전용 수요를 결정한 뒤 가스수급계획에서 나머지 물량을 결정하여 장기계약 물량을 보수적으로 잡기 때문이다.

그러니 겨울의 재무제표가 좋을 수 없다. 요금이 도입단가를 잘 맞춰도 그렇다. 그런데 요금을 올리지 못한지 오래 됐다. 올 겨울의 재무제표는 요금인상을 하지 않을 경우, 많이 팔수록 적자 폭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단기물량을 다루는 트레이더들은 메뚜기나 다름없다. 한 푼이라도 더 주는 곳으로 튄다. 결국 공급안정성을 담보해야 하는 가스공사의 어깨는 천근만근이다.

과거 천연가스는 친환경정책이 보호해주고, 공급이 수요를 낳는 구조 속에 배관망이 확대되는 성장기에 있었다. 즉 신성장 동력이 필요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대기정책과는 달리 넷제로는 탈석탄 속도가 지연될수록 신재생에너지 시장진입이 빨라질수록 천연가스의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든다.

‘Golden Age of Natural Gas’는 고등사기다. 천연가스가 수소로 변신하더라도 탄소포집에 대한 기술이 수반돼야 한다. 즉 감축비용이 추가된다. 게다가 천연가스의 전과정을 포함한 밸류체인에 대한 SCOPE3 온실가스 배출정보는 ESG경영보고서 의무공시에 반드시 포함된다.

즉 과거에는 노래만 잘하면 가수가 됐듯이 가스만 잘 팔면 됐다. 그러나 이제는 그야말로 엔터테이너가 돼야 하듯이 가스공급의 지속가능성, 즉 기후솔루션을 제시해야 한다.

여기서 상기시키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그린 택소노미다. 유럽형 택소노미나 한국형 택소노미 모두 원전과 천연가스에 대해 우호적이다.

그만큼 넷제로를 위한 에너지전환에 있어 천연가스의 지분을 부여받았다. 그만큼 중요한 에너지다. 올겨울 우리경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은 원전이 아니다.

바로 천연가스이다. 푸틴이 전쟁을 일으킨 이유도 천연가스이고, 푸틴이 전쟁을 끝낼 이유도 천연가스이다. 국제정치, 글로벌 에너지시장, 세계경제 지각변동의 원인이자 결과인 에너지원은 천연가스가 유일하다.

다음에 다가올 대통령의 국제무대 연설은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다. 11월 이집트에서 국제사회를 향해 과연 어떤 내용을 전달할 것인가?

넷제로에 대한 약속이 될 것이다. 천연가스요금의 미수금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넷제로, 에너지전환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여야가 힘을 합쳐 떼인 돈 받아주고, 글로벌 에너지안보와 기후안보, 그리고 경제안보에 기여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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