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거래제 선진화 협의체 논의 거쳐 고도화 방안 마련
상향된 NDC 감축로드맵 수립…배출허용총량 관리방안 모색

[에너지신문]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국가가 업체별 온실가스 배출허용총량(배출권)을 설정, 할당하고 배출권 여유 및 부족 업체간 거래를 허용하는 시스템이다. 1차(2015~2017), 2차(2018~2020) 계획기간을 거쳐 현재 3차(2021~2025) 계획기간이 진행 중이다.

배출권거래제 적용 대상은 연평균 온실가스 배출량 12만 5000톤 이상인 업체 또는 2만 5000톤 이상인 사업장을 보유한 업체다. 지난해 11월 기준 69개 업종 733개 업체로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0%를 차지한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로드맵의 연도별 목표를 기준으로 국가배출량 중 배출권거래제 비중을 적용, 배출허용총량을 설정한다. 과거 배출량·배출효율 등을 기준으로 계획기간 배출권 사전할당, 계획기간 중 신‧증설 등은 추가 할당하고 폐쇄 등은 할당을 취소한다.

▲ 환경부는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23일부터 14일간 입법예고했다. (사진은 2017 대한민국 환경사랑 공모전 사진부문 동상-최삼영 공존의 가치, 자료제공: 한국환경공단)
▲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 없음.

거래 시스템은 증권시장과 유사하다. 거래량은 2015년 566만톤에 불과했으나 2021년 5472만톤으로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가격은 톤 당 약 2만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1년부터는 할당대상업체 외에 시장조성자(5개사), 증권사(20개사) 참여를 허용했다.

정산은 전년도 배출량 확정(5월) 후 이에 상응하는 배출권을 제출(6월)함으로써 이뤄진다. 배출권 미제출 시에는 시장가격의 3배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정부는 감축 유연성 확보를 위해 이월, 차입, 상쇄 등 업계 이행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 국제 탄소 무역장벽화 대응을 위해 국가 배출량의 70% 이상을 관리하는 배출권거래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업계는 복잡한 행정절차 등 제도 이행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탄소중립 추진을 위해 배출권거래제 합리화를 정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는 감축 인센티브 부족, 누적된 배출권 과잉할당 등으로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에 정부는 탄소중립 이행과 온실가스 감축을 촉진하는 동시에 지난해부터 불필요한 행정부담과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제도개선 방안 마련을 지난해부터 추진했다. 민관합동 ‘배출권거래제 선진화 협의체’를 구성, 운영해 현장의 제도개선 의견 수렴 및 논의했으며 주요 경제단체 간담회, 배출권시장협의회 등 다양한 협의 채널을 통해 제안된 개선과제도 함께 검토해왔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지난해 11월 ‘온실가스 감축 촉진을 위한 배출권거래제 개선방안’을 정식 발표했다.

1단계 : 기업 제도이행 집중 지원

개선방안은 배출권거래제 이행 주체인 산업계의 의견을 대폭 수용했다. 추진 방향은 크게 두가지로, 이미 착수에 들어간 1단계는 △온실가스 감축 인센티브 확대 △거래활성화 및 가격변동성 완화 △외부사업 인증절차 및 기준 개선 △배출량 MRV 효율화 △신규·중소기업 제도이행 지원 등이다.

먼저 인센티브 확대는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최우수시설을 신설 또는 증설할 경우 기존보다 더 많은 배출권을 할당하고 노후설비 교체로 배출효율 개선됨에 따라 배출량이 증가하는 경우(급전순위 상승→발전량 증가) 배출권을 추가 할당하는 방식이다.

또한 탄소가 적게 배출되는 원료로 제품을 생산해도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하고, RE100 이행 기업이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온실가스 감축 인정을 확대한다.

가격변동성 완화는 배출권거래 참여기업 외에 금융기관 등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는 자의 범위를 확대, 시장기능을 통한 감축을 유도한다. 증권사 위탁거래를 허용, 거래 편의성을 높이고 선물거래 등 다양한 상품 개발로 위험관리를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배출권이 남은 기업이 배출권을 매도하는 시기와 배출권 부족 기업이 이를 매수하는 시기를 일치시켜 원활한 거래를 지원한다. 제출되지 않은 배출권 부채로 계상돼 경영평가에서 불리해지지 않도록 배출권 제출시기 이전 사전제출도 허용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배출권 거래시 합리적 매매 결정이 가능하도록 시장정보의 공개도 확대한다.

외부사업의 경우 UN에서 인증받은 감축실적(CDM)울 상쇄배출권으로 전환 시 검토항목을 간소화하고 관장기관-환경부 동시검토로 소요기간을 단축한다.

2020년 이전 해외 감축실적은 2022년까지 인증신청을 하도록 했으나 코로나 등 정당한 지연사유가 있는 경우 올해 말까지 신청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파리협정 이후 활용이 중단된 UN 등록 외부사업 중 국가간 상응조정이 필요없는 국내 사업은 활용이 허용된다.

관장기관-환경부 간 의견이 달라 인증이 지연되지 않도록 검토의견을 유형별로 공개하는 등 검토기준의 일관성을 제고하고 외부사업 유형별로 차등 적용되던 온실가스 감축실적 인증범위도 통일한다.

배출량 MRV(측정·보고·검증)의 경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전자산업의 온실가스 감축설비 저감효율 측정 대상을 국제기준에 맞게 합리화하고 폐기물 소각시설에 바이오메스 굴뚝 자동측정방법 사용이 가능토록 공정시험 기준을 마련한다.

측정방법 등의 변경이 없는 경우 기 제출한 배출량 산정계획서를 활용하도록 해 매년 중복된 서류를 제출하지 않도록 개선하고 전년도 산정계획서 보완, 차기년도 산정계획서 수립 등 연 2회 보고 의무를 연 1회 동시제출로 변경, 중복부담도 완화시켰다. 배출계수 산정 오류로 인한 기업의 행정비용을 저감하기 위해 배출량 보고(3월) 이전 사전 컨설팅도 실시한다.

신규·중소기업의 제도이행 지원을 위한 방안을 살펴보면, 먼저 신규 시설에 대해서는 사전에 할당받은 배출권 대비 1.5배 이상 배출량이 증가하는 경우 배출권을 추가 할당한다. 배출권거래제 비대상업체를 인수‧합병해 사업장이 추가되는 경우 해당 신규 사업장에 대해 배출권을 추가 할당한다.

기업의 배출권거래제 이해도 제고를 위해 제도 이행단계별 교육도 실시한다. 또 배출권거래시스템 연회비 면제 등을 통해 소규모 업체의 거래부담을 완화시킨다. 배출권 거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조세특례제한법’상 배출권의 부가가치세 면제 일몰을 2025년까지 연장시켰으며 배출권 유상할당 수입 등으로 구성된 ‘기후대응기금’을 활용해 탄소중립 설비 지원, 핵심 기술 R&D 등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2단계 : 감축유인 강화

올해 중점 논의될 2단계 방향으로 △배출허용총량 조정 △배출권 할당방식 개선 △간접배출 관리방안 개선 △상쇄배출권 제도 개선 △배출권 이월제한 완화 등이 있다. 온실가스 감축 유인 강화를 위해 배출총량과 할당방식을 개선하고, 이와 연계해 상쇄·이월 등 배출권거래제 운영 효율화 방안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배출허용총량 조정은 NDC 상향에 따라 상향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의 배출허용총량 설정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른 것이다. 현재 상향된 NDC의 연도별‧부문별 감축로드맵을 수립 중으로, 그 결과에 따라 배출허용총량 설정‧관리 방안이 마련될 전망이다.

배출권의 경우 유상할당이 원칙이나 그 비율은 EU 등 해외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일부 업종은 전량 무상할당이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온실가스 감축 유인 강화, 산업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유상할당의 단계적 확대 및 증가한 수입을 활용한 감축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현재 할당방식 개선작업이 진행 중이다.

발전업종의 유상할당 비율이 낮은 상황에서 에너지 수요관리 및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온실가스 간접배출을 포함, 관리하고 있다. 산업계는 전기요금에 포함된 발전사의 배출권 비용에 더해 간접배출권 구매라는 중복부담 우려가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발전 부문 유상할당 확대, 에너지 수요관리 정책 등을 종합 고려해 간접배출 관리 개선방안 마련에 나섰다.

현재 배출권거래제 참여기업의 의무 이행에 유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외부 사업을 통한 감축실적을 상쇄배출권으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산업계는 상쇄배출권의 사용한도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는 배출권거래제 참여기업의 유연한 온실가스 감축 유도 및 국가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최적의 상쇄배출권 한도 및 관리방안 검토하고 있다.

배출권이 남는 대부분의 기업이 시장에 매도하는 대신 이월하는 것을 선호, 배출권 부족 기업이 배출권을 구하기 어려워짐에 따라 지난 2019년부터 이월 제한 제도가 도입됐다.

다만 배출권 거래 활성화를 위해 남는 배출권의 다음 연도 이월을 제한하고 있어, 기업의 자유로운 배출권 운용 저해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배출권 매도기업은 이월 제한 완화를 요구하는 한편, 매수기업은 제한 유지를 희망하는 등 업계 간 이견 지속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는 제3자 참여 확대로 인한 배출권 유동성 확보 및 거래 활성화 정도에 따라 이월제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운영 중인 배출권거래제 선진화 협의체에서 지속적인 논의를 거쳐 올해 안으로 ‘배출권거래제 고도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협의체는 올 상반기에 3개 분과로 나눠 중장기 제도개선 과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한다. ‘제도개선 분과’가 상쇄·이월 등 제도개선 및 시장활성화 방안을, ‘유상할당 분과’가 유상비율 및 대상 확대 등 유상할당 체계 개편방안을, ‘BM할당 분과’가 BM 적용 대상 업종 확대방안 등을 면밀히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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