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룸버그NEF, 보고서 발간..."청정에너지기술 보급 앞당겨"
지난해 에너지전환 투자 31% 급등...화석연료와 대등한 수준

[에너지신문] 지난해 전세계 저탄소 에너지전환에 1조달러 이상 투자된 것으로 나타났다. 저탄소 기술 투자금액이 화석연료에 투입된 자본과 동일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BloombergNEF(BNEF)는 최근 ‘에너지전환 투자 트렌드(Energy Transition Investment Trends)’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에너지전환 투자 트렌드는 BNEF의 연례보고서로 기업, 금융기관, 정부 및 최종소비자가 저탄소 에너지전환에 얼마나 많은 자금을 지원하는지를 보여준다.

보고서는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친환경 에너지전환에 총 1조 1000억달러 규모의 투자가 이뤄졌다"며 "이는 기록적인 수치이자 전년 대비 큰 폭의 가속 성장으로, 에너지 위기와 정책 이행이 청정에너지 기술의 보급을 앞당겼다"고 분석했다.

특히 사상 최초로 저탄소 기술 투자가 화석연료에 투입된 자본과 동일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 전 세계 에너지전환 부문별 투자액(출처:BNEF)
▲ 전 세계 에너지전환 부문별 투자액(출처:BNEF)

보고서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ESS), 수송과 난방의 전기화, 탄소포집 및 저장(CCS), 수소 및 지속가능한 소재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2022년 투자가 급증,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일하게 원자력만이 전년도와 비슷한 투자 수준을 유지했다.

풍력, 태양광, 바이오연료 및 기타 재생에너지를 포함하는 재생에너지 부문은 2022년에 전년대비 17% 증가한 4950억달러로 역대 최다 투자액을 기록하며 최대 투자처의 위상을 유지했다. 전기차 및 관련 인프라 지출을 포함하는 수송 전기화 부문이 4660억달러로 전년 대비 54% 라는 놀라운 증가세로 신재생에너지의 뒤를 바짝 좇았다.

수소는 민간 부문의 지대한 관심과 많은 정책적 지원에도 2022년 11억달러에 이르는(총 투자액의 0.1%) 최저 투자액을 확보했다. 그러나 수소는 전년 대비 세 배 이상의 투자 규모를 보이며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부문이다.

BNEF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총 투자액의 거의 절반인 5460억달러를 차지하며 현재까지 에너지전환 투자 유치에 있어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1410억달러로 큰 격차를 보이며 2위를 기록했지만 이마저도 유럽연합(EU)을 단일 연합체로 취급시 1800억달러에 밀려나게 된다. 독일은 지난해와 같이 3위를 유지했고 프랑스가 4위로 올라서며 영국이 5위로 한 계단 하락했다.

보고서는 업스트림, 미드스트림, 다운스트림 및 온실가스 저감장치가 미비한 화석연료 발전(unabated fossil power generation)을 포함한 전세계 화석연료 투자 추정액도 제시했다. 해당 수치는 2022년 1조 1000억 달러로 추산돼, 에너지전환 총 투자액과 동일한 수치이다. 지난해 에너지 위기로 인한 화석연료 투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에너지전환 투자 규모가 화석연료 투자와 대등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알버트 정 BNEF 글로벌 분석 수석은 "우리의 조사 결과는 에너지 위기가 청정에너지 보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논쟁을 잠재웠다"며 "국가 및 기업이 전환 계획을 지속적으로 이행함에 따라 에너지전환 투자 속도가 늦춰지기는커녕 기록적으로 급증했다. 청정에너지 기술 투자는 화석연료 투자를 조만간 앞지를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러한 투자는 단기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기적으로는 에너지 안보를 달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넷제로 궤도에 오르려면 훨씬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2년의 괄목할 만한 성과에도 전 세계 저탄소 기술 투자는 여전히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수준에 비하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 청정에너지 생산 시설 투자 현황. 왼쪽이 기술별, 오른쪽이 지역별 현황이다.(출처: BNEF)
▲ 청정에너지 생산 시설 투자 현황. 왼쪽이 기술별, 오른쪽이 지역별 현황이다.(출처: BNEF)

BNEF는 전세계가 2050년 넷제로 탄소배출량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투자 규모가 최소 3배는 늘어야 한다고 추산했다. 전력망에 추가로 투자된 2740억달러를 포함하면 2022년 전체 에너지전환 투자액은 1조 3800억달러에 달한다.

이에 비해 BNEF의 넷제로 시나리오의 궤도에 오르려면 전세계는 2030년까지 연평균 4조 5500억달러를 투자해야 한다.

보고서는 2022년 기후기술 기업의 자금 조달액이 총 1190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조 1000억달러의 에너지전환 투자 금액과 별개로 기후기술 분야 기업이 2022년 시장 발행과 투자자들을 통해 신규 조달한 자본이다.

이는 전년 대비 29% 하락한 수치로, 지난해 전 세계 주식시장이 어려운 한 해를 보내면서 공모주 시장이 침체를 겪은데 기인한다. 이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벤처캐피털과 사모펀드 자금조달은 연내 3% 상승했다.

BNEF는 청정에너지 기술 생산 시설 투자가 2021년 526억달러에서 2022년 787억달러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배터리 및 관련 부품 제조 시설 투자가 454억달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태양광이 239억달러로 뒤를 이었다. 다른 국가들의 청정에너지 분야에서의 기회 포착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지난해 전세계 청정에너지 제조업 투자액의 91%를 차지했다.

BNEF 추산에 따르면 넷제로 시나리오의 궤도에 오르기 위해 2023부터 2026년까지 청정에너지 기술 제조 시설 투자에만 연평균 350억달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톤 바그노-존스 BNEF 무역 및 공급망 리서치 부문 수석은 "청정에너지 기술 제조 역량이 넷제로 달성에 주요 장애요인이 될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그러나 공급망 다각화 관점에서 보면 큰 그림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중국은 지금까지 청정에너지 공급망 구축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 다른 지역들이 중국의 상당한 시장 점유율에 도전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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