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無희토류 자석 사용 선언…스포크 타입 모터 적용할 듯
스포크 타입 도입 성공하면 희토류자석 활용 축소…시장 변화 예상
테슬라, 전기차 나침반 역할 기대…중국, 희토류자석 마케팅 강화

[에너지신문] 지난 3월 1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기가팩토리에서 테슬라의 첫 번째 ‘투자자의 날’ 행사가 열렸다.

이날 가장 눈길을 끈 인물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대표가 아닌, 파워트레인 엔지니어링 부문을 맡고 있는 콜린 캠벨 부사장이었다. 

캠벨 부사장은 “(중국의 공급망과 환경문제로 인해) 차세대 차량의 파워트레인에는 희토류자석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희토류 독립’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 한 마디 발언의 충격파는 관련 업계를 강타했고, 희토류 생산회사와 공급 업체들의 주가는 일제히 폭락을 면치 못했다. 

그렇다면, 캠벨 부사장의 예고처럼 수년 내 ‘희토류 독립’은 가능할까? 이와 관련해 미국과 EU는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공급망을 다변화시키기 위해 정치-경제-외교적 영향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토류 자립의 현실화는 아직까지 요원해 보인다.

2년 전부터 미국과 EU는 희토류 공동 생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유타주 등에서 채굴한 희토류 원광을 유럽의 에스토니아에서 제련하는 것이 목표다. 이밖에 캐나다에서 채굴한 희토류 원광을 노르웨이에서 제련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 두 곳에서 생산한 희토류는 희토류자석 제조에 사용될 예정이며, 2025년까지 최대 5000톤의 희토류자석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그래도 희토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2025년 글로벌 희토류자석 수요는 10만 3500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두 곳의 제련소에서 나오는 희토류 생산량은 글로벌 수요의 1% 남짓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한 상황. 희토류자석의 독자적인 공급망 구축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미국과 EU의 움직임은 도리어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4년부터 전기차와 풍력발전용 모터 등에 필수인 고성능 희토류자석 제조기술의 수출 금지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사마륨코발트, 네오디뮴철붕소‧세륨 자성체 제조기술 수출 금지 항목은 필요 시 군사용과 민수용으로 사용되는 모든 희토류자석 제조 장비의 수출을 막겠다는 의도다. 

이렇게 팽배해지는 갈등 속에서 캠벨 테슬라 부사장이 갑작스레 희토류 독립을 선언한 것. 이는 희토류에 대한 완전히 다른 계획을 갖고 있음을 명시적으로 밝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테슬라는 새로운 희토류 공급망 구축이나 다원화가 아닌 ‘무(無) 희토류자석’ 개발을 공식화했다. 

물론 테슬라 외에도 지금까지 이러한 시도는 수차례 있었다. 2020년부터 유럽 8개국 20개 연구기관과 13개 기업이 참여해 희토류를 쓰지 않고도 최대 500℃의 고온에서 자력을 잃지 않고, 가격도 저렴한 자석을 개발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중이다. 하지만 성공했다는 소식은 아직도 감감하다. 

또한 희토류자석을 대체하기 위한 새로운 자석 개발 성공 사례도 무수히 많았지만 실제 단 한번도 산업 현장에 적용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테슬라는 무엇이 다르길래 희토류 독립을 자신있게 공언한 것일까. 

돌이켜 보면, 테슬라는 애초에 자사 차량에 ‘희토류자석 모터’를 적용하지 않았다. 상용 전기차 시장의 서막을 올린 테슬라의 세단형 모델S(2012년 출시)와 SUV형 모델X(2014년 출시)에는 희토류자석이 사용되지 않는 ‘유도 모터(Induction motor)’가 적용됐다. 

고정자(stator)와 회전자(rotor)로 구성된 유도 모터는 전자기 유도로 자화(magnetization) 된 회전자가 그 자력으로 고정자를 밀고 당기면서 토크(차축을 돌리는 힘)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 테슬라가 무희토류 자석 독립을 선언하고, 희토류 사용을 배제한 전기차 생산을 선언했다. 사진은 테슬라 모델 Y에 사용된 희토류양(위), 차세대 전기차에는 희토류가 전혀 사용되지 않는 새로운 파워트레인을 적용할 계획(아래
▲ 테슬라가 무희토류 자석 독립을 선언하고, 희토류 사용을 배제한 전기차 생산을 선언했다. 사진은 테슬라 모델 Y에 사용된 희토류양(위), 차세대 전기차에는 희토류가 전혀 사용되지 않는 새로운 파워트레인을 적용할 계획(아래

테슬라가 초기 전기차에 희토류자석 모터 대신 유도 모터를 선택한 이유는 희토류자석 모터에 비해 낮은 효율, 미세한 제어 어려움, 무거움 등의 단점이 존재하는 대신 △기계적 강도 확보△용이한 제작 △열에 의한 성능 문제가 적음 △과부하에 강함 △별도의 드라이브 불필요함(드라이브 사용하더라도) △센서 의존도 낮음 △단순한 구조로 저렴한 시스템 가격 등의 장점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희토류자석 모터를 도입하기 시작한 것은 2017년, 모델3을 출시하면서부터였다. 본격적인 전기차 경쟁이 시작됨에 따라 연비 아닌 전비(키로와트당 주행가능 거리)를 높이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중형 세단인 모델3의 앞바퀴에는 비록 유도 모터를 유지했지만, 뒷바퀴에는 희토류자석 모터를 적용, 뒷심을 높여주었다. 두 종류의 모터를 복합적으로 적용함으로써 효율성과 전력 밀도를 높이고 무게까지 줄인 셈이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성능, 차량 무게, 히트펌프 같은 온도 제어 기술이 전비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같은 차종이더라도 휠이 작고, 모터 등 구동 제품이 가볍고 적은, 뒷바퀴굴림 차량이면 전비가 높다.

그렇다면 차세대 차량에 ‘희토류자석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테슬라의 계획은 ‘과거의 유도 모터로 돌아갈 것’이라는 의미일까? 실제로 벤츠, BMW, 아우디, 르노 등도 중국의 희토류 공급망을 벗어나기 위해 일부 전기차 모델에 유도 모터를 채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테슬라가 유도 모터를 다시 적용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가 실제로 원하는 것은 ‘릴럭턴스 모터(SynRM: synchronous Reluctanc Motor)’ 또는 ‘스포크 타입(Spoke type) 모터’일 것으로 예측된다. 스포크 타입 모터는 희토류자석 대신 ‘페라이트 자석’을 적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다면 스포크 타입 모터가 그동안 대중화 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동일 크기에 출력은 10% 정도 떨어지거나 동일 출력이면 크기가 10% 정도 커지고 모터 제어 반도체가 비싸진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기존 모터 사업자들이 생산라인을 재투자 해야 한다는 것. 세번째는 모터 개발자들이 익숙하지 않은 설계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네 번째는 페라이트 자석의 형상이 직육면체가 아닌 곡선이라 가공 난이도가 높고 단가가 비싸진다는 점이다. 마지막은 진동에 대한 내구성 검증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번 테슬라의 선언은 스포크 타입 모터의 문제점들을 극복하는 시점이 이제 코 앞에 다가왔다는 의미가 아닐까. 실제로 테슬라가 스포크 타입을 도입하게 되면, 다른 업체들도 곧 뒤따를 것은 자명하다. 

그렇게 된다면 현재 전기차 구동모터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희토류자석 모터’에 대한 수요도 그만큼 줄일 수 있을 것이고, 전기차 업계도 중국의 희토류 패권주의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국내에서도 희토류 독립을 향한 자석 연구는 활발히 진행 중이다. 희토류 자석의 자력(35~50MGOe)에 비하면 페라이트 자석의 자력(3~5MGOe)은 10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서 개발 중인 ‘세륨(Ce)자석’이나 ‘희토류free 자석’은 페라이트 자석의 자력을 4~6배로(20~30MGOe)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목표가 실현될 경우, 스포크 타입이 아닌 기존의 모터 타입(SPM이나 IPM)에도 설계가 가능해진다. 국내 전기차 업계가 테슬라보다도 먼저 중국의 희토류 패권주의로부터 자유로워질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물론 중국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글로벌 희토류자석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이 희토류자석에 중희토류 첨가율 높이고 가격까지 대폭 낮추는 등 공격으로 마케팅을 펼친다면, 테슬라가 과연 희토류자석 제로 방침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앞으로 테슬라가 전기차 업계의 나침반 역할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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