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천연가스 대체해 EU LNG 수입 증가
요동치던 천연가스 가격, ‘하락 안정세’

[에너지신문] 금방 끝날 것 같았던 러-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이 넘었다.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EU에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줄이면서 수요가 많은 겨울철을 앞두고 EU의 천연가스 수급에 큰 우려를 낳았었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
러시아산 천연가스 EU 공급량은 전쟁 발발 이전 에는 일일 3억㎥ 이상(2021년 12월)을 유지하다 4월 이후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결제 방법 변경으로 공급을 줄였다. 

9월부터는 Nord Stream을 통한 공급도 중지되면서 2022년 말에는 일 6500만㎥까지 감소했다. 전쟁 이전 공급량 대비 3/4 감소한 천연가스가 유럽에 공급됐다.

EU의 수급 조절 노력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EU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공급량을 2022년까지 2/3수준까지 감축하는 계획을 수립했고 2030년까지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하지 않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러한 목표를 위해 어려움 속에 많은 노력을 통해 2022~23년 겨울철을 무난히 넘겼다. 겨울철을 넘겼던 노력 중 하나는 천연가스 소비 절감이다. EU는 2022년 8월~2023년 3월 천연가스 수요를 지난 5년 평균보다 15% 감축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최근(2022년 8월~2023년 1월)까지 천연가스 소비 실적은 과거 5년 평균 대비 19.3% 감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감축 노력이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노력은 재고 확충이다. 

겨울철 수요를 대비하기 위해 EU는 2022년 11월 1일 저장용량의 80%를 채우게 하면서 위기 극복에 노력했다. 

EU의 재고는 2021년 11월 평균 저장용량의 73%를 기록했지만 2022년 11월에는 목표치인 80%보다 높은 95%까지 높은 재고를 보였다. 

이러한 높은 재고 추세는 겨울철까지 이어지게 됐다. 이렇게 높은 재고를 보인 이유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대체하기 위해 LNG 물량을 포함해 충분한 천연가스를 확보한 것도 있지만 예상보다 온화한 겨울을 보이면서 난방용 수요가 감소한 덕분이기도 하다.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대체하기 위해 유럽은 LNG 도입량을 크게 늘렸다. 전쟁 이전인 2021년 유럽의 LNG 수입량은 약 8000만톤였지만 전쟁 발발한 2022년에는 1억 3100만톤으로 전년대비 5000만톤 증가했다. 

단순 계산하면 전월동기대비 월 400만톤 이상을 더 도입한 수치이다. 2022년 전세계 LNG 생산량이 전년보다 약 1800만톤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유럽은 생산 증가분에다 이전의 다른 국가에 도입됐던 물량도 상당 부분 도입된 것이다.

▲ 미국 사빈패스 LNG프로젝트에서 한국가스공사에 도입되는 LNG가 선적되고 있다.
▲ 미국 사빈패스 LNG프로젝트에서 한국가스공사에 도입되는 LNG가 선적되고 있다.

실제로 2022년 LNG 도입량을 비교해보면 유럽 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LNG 도입량이 감소했다. 

가장 큰 감소세를 보인 지역은 아시아지역으로 전년대비 2400만톤이 감소했다. 아시아에서 JKT(한국, 일본, 대만)의 수요는 크게 감소하지 않았지만 중국은 큰 감소세를 보이며 전년대비 약 1600만톤 감소했다. 중국은 코로나 제로 정책으로 지역봉쇄를 추진하면서 산업용 수요중심으로 천연가스 수요가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유럽으로 LNG를 공급한 국가는 미국, 카타르, 러시아 등으로 전체 LNG 도입량의 73%를 차지한다. 이중 LNG 프로젝트 수출 용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미국은 유럽 수요증가 및 유럽의 높은 천연가스 가격으로 많은 LNG를 유럽에 공급했다. 

2022년 미국 LNG 수출량은 8120만톤(약 10.6Bcf/d)으로 전년대비 약 610만톤(0.8Bcf/d) 증가했다. 이렇게 증가한 미국산 LNG는 전체 생산량의 64%인 5210만톤을 유럽으로 수출했다. 

특히 유럽 국가 중 프랑스, 영국, 스페인, 네덜란드에 집중 공급되면서 미국산 LNG의 유럽 수출량 중 74%를 이들 국가에 공급했다. 유럽으로 미국산 LNG가 많은 공급이 가능했던 것은 목적지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LNG 가격 변화 
유럽의 공급불안으로 유럽 천연가스 가격(TTF)과 동북아시아 천연가스 가격(JKM)은 역대 최고 가격은 물론 변동성도 크게 나타났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JKM 가격은 $84.76/MMBtu(2022. 3.7)를 기록한 이후 러시아산 공급에 대한 우려가 있을 때 마다 상승 및 큰 폭의 변동성을 보여 왔다.

유럽의 천연가스 공급 불안으로 TTF가 JKM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며 TTF상승에 JKM 가격도 동반상승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에도 미국의 Freeport LNG 가동 중단 사태(6월) 장기화로 유럽으로 LNG 공급여력이 줄어든 상태에서 Nord Stream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 감소 소식에 따라 JKM 가격도 변동했다.  

러시아가 EU에 천연가스 공급을 Nord Stream 용량의 40%로 감축했을 당시 JKM 가격은 $36.246/MMBtu(6.22), 20%로 감축했을 때 $42.570/MMBtu(7.22), 완전 공급 중단했을 때 $61.025/MMBtu(8.22)를 기록하면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전반적으로 유럽의 겨울철 온화한 날씨로 난방용 수요가 크게 증가하지 않아 높은 재고를 유지할 수 있게 됐고 따라서 TTF와 JKM 가격도 하락 안정세를 보였다. 최근에는 20개월 만에 가장 낮은 가격(JKM : $14/MMBtu, 2023.3.1)을 기록했다.

이러한 현물 가격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대부분이 유가 연동된 중장기 도입가격과 현물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지게 됐고 Nord Stream이 완전히 공급이 중단됐을 때 두 가격 차이는 $50/MMBtu(2022.8.25)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유가 연계 LNG 계약 조건 비율 상승세
미국 3세대 LNG 프로젝트 빠르게 진행

중장기 LNG 계약 동향
현재까지 EU의 겨울철 천연가스 수급상황은 우려와 달리 위기를 벗어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수급위기가 끝난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겨울철 위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IEA는 유럽의 천연가스 수요가 2023년 30Bcm이 부족하다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유럽 가스회사는 보다 안정적이고 저렴한 LNG도입을 위해 중장기 LNG계약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세계 4년 이상 SPA(Sales and Purchase Agreement) 체결물량은 2012년 이래 2021년 최고치에 이어 2022년에 5830만톤 기록했다. 

이렇게 높은 계약물량은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 국가 구매자들이 최근의 높은 현물가격 상승으로 중장기 계약시장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중장기계약 체결물량은 COVID-19 영향으로 수요가 감소했던 2020년 계약 물량 1860만톤보다 3배 증가한 수치다.

2022년 체결한 계약 물량의 70% 이상이 미국 LNG 프로젝트와 계약했다. 물론 미국 LNG 프로젝트는 자국 내 저렴한 천연가스를 활용, LNG 수출을 추가 계획하고 있고 또 전쟁 발발 이후 미국 정부와 EC는 2027년까지 새롭게 50 Bcm(3500만톤)을 공급하기로 약속한 바도 있다.

지역 내 천연가스 공급 불확실성, 높은 단기 계약 가격에도 불구하고 일부 구매자들은 중장기 계약 체결을 주저하고 있다. 

특히 일부 유럽 기업이나 일본 기업들은 자국 내 에너지 전환 추진에 따라 장기적으로 천연가스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 

더욱이 일본은 원전가동 시기 및 재생에너지 증가 속도에 따라 천연가스 수요가 변화하므로 장기적 천연가스 수요에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이와 같은 국가들은 최근의 높은 현물가격 상승으로 현물 및 단기 계약 대신 미국 LNG 프로젝트와 장기계약에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 LNG 계약 특징 중에 하나는 목적지 규정이 없는 물량이기에 확보한 물량을 지역 내 수급 상황에 따라 필요시 도입하고 여유 시 높은 가격을 보이는 지역으로 트레이딩이 가능하다.

따라서 장기적 수요 불확실성을 고민하고 있는 국가들에게 미국 프로젝트와의 장기계약은 하나의 해결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22년 미국 프로젝트와 가장 많은 계약을 체결한 기업은 유틸리티 회사가 아닌 포트폴리오 사업자이다. 전체 계약 물량의 거의 50%에 육박하는 물량을 체결해 향후 트레이딩에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최근(2021~22년) 아시아지역에서는 대부분 중국이 미국 LNG 프로젝트와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의 NOC(Sinopec, CNOOC)와 가스기업(Foran Energy, ENN Natural Gas)이 주도로 2021년 900만 톤을 계약했고 2022년에는 870만톤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구매자들은 미국산 LNG를 저렴한 가격에 확보하기 위해 많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 

2021년 계약에는 건설 중이거나 이미 가동 중인 미국 LNG 프로젝트와 계약을 체결했다면 2022년에는 건설 이전(최종 투자결정 이전)인 프로젝트 위주로 계약을 체결했다.  

유럽가스회사들도(PGNIG, RWE, INEOS, EnBW) SPA계약(4년 이상 계약)을 전쟁 발발 이전인 2021년 230만톤 체결했으나 전쟁 발발 이후에는 전년대비 4배 증가한 연간 890만톤을 체결했다. 

LNG 중장기 계약을 통해 부족 물량을 확보하려고 노력 중이며 대부분을 미국 LNG 프로젝트와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조건 변화
미국 LNG 가격 체계와 다른 대부분의 유가 연계 LNG 가격에서 유가 연계 비율은 시장 상황에 따라 변화한다.

타이트한 시장상황에서는 유가 연계 비율이 높아지고 COVID-19와 같이 LNG 수급이 여유로울 때는 유가 연계 비율이 낮아진다. 이는 보다 저렴한 가격에 도입을 원하는 구매자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이다.

LNG 시장에 수요가 감소했던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전인 2020년이나 2021년에는 유가 연동 비율은 10%초반까지 하락했지만 전쟁 발발 이후에는 물량을 확보하려는 구매자 증가로 타이트한 시장으로 전환하면서 유가 연계비율이 상승세로 전환됐고 2022년 12~14%까지 상승했다.

이러한 추세는 미국산 LNG 가격변화에도 나타나며 연도 별 미국산 LNG의 액화비용 변화를 통해 알 수 있다. 2014년 액화비용은 $4/MMBtu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 후 점차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는 미국의 많은 프로젝트가 개발 준비 중이었지만 프로젝트 개발을 위한 장기계약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구매자 확보를 위해 프로젝트 간 경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또한 COVID-19에 따라 LNG 수요 침체로 구매자 감소로 미국산 LNG의 액화비용도 하락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미국 프로젝트 중 Brown Field인 Lake Charles 프로젝트의 액화비용이 $2/MMBtu까지 하락했으며 Venture Global의 Plaquemines 프로젝트도 이와 비슷한 액화 비용으로 계약했다.

또한 개발자들은 이전의 방식이 아닌 모듈 형식으로 프로젝트를 개발하면서 액화비용 감소노력을 하고 있다.

이미 가동 중인 Calcasieu Pass 프로젝트 개발자인 Venture Global은 액화 플랜트 건설을 위해 이탈리아에서 모듈을 제작해 미국에서 조립 및 설치하는 방식으로 건설비용과 건설 기간을 크게 줄였다.

이런 모듈 방식을 선택한 Calcasieu Pass 프로젝트는 2022년 3월 LNG 생산을 시작했다. 이는 예상 가동 시기보다 9개월 빨리 가동한 것으로 프로젝트 허가 이후 2.5년(29개월)이 걸린 셈이다. 

미국의 다른 프로젝트는 통상 가동까지 당국의 허가 이후 4~5년 소요된다는 점에서 Calcasieu Pass 프로젝트는 매우 빠르게 LNG 생산을 시작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Calcasieu Pass 프로젝트는 일부 구매자들과 $2/MMBtu 정도의 액화비용으로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올해 미국 프로젝트 물량을 원하는 구매자들이 많이 생기면서 미국산 LNG 액화 비용도 상승세를 보였다. 액화비용(FOB)은 2021년 평균 $2/MMBtu까지 하락하다가 2022년에는 $2.2/MMBtu까지 상승했다. 

전년대비 액화비용 상승폭은 크지 않으나 하락하던 미국산 LNG 액화 비용이 상승으로 전환됐다는 점에서 향후 시장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고유가($80/ bbl 이상) 상황을 감안하면 미국산 LNG는 여전히 가격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미국 셰니어에너지의 사빈패스 액화확장 프로젝트.
▲ 미국 셰니어에너지의 사빈패스 액화확장 프로젝트.

미국 3세대 LNG 프로젝트
이러한 미국 LNG 프로젝트의 장기계약 증가가 향후 LNG 프로젝트 개발을 촉진시켰다. 이전에는 미국산 LNG 프로젝트 개발자들은 프로젝트 개발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장기 구매계약이 필요했지만 장기 계약 구매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산 천연가스 대체 물량을 구하려는 유럽가스회사, 중국 중심의 아시아 구매자들 그리고 포트폴리오 사업자들이 장기계약으로 미국산 LNG 확보 노력을 보임에 따라 이전보다 많은 프로젝트 개발이 가능해졌다.

Sempra의 Port Arthur LNG 프로젝트, Next Decade의 Rio Grande LNG, Venture Global의 Plaquemines LNG Phase 2는 이미 판매한 물량(SPA)이 프로젝트 용량의 60~80% 이상을 보임에 따라 빠른 최종투자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3곳의 프로젝트 생산량 합계는 연간 3800만톤으로 2026~2027년 생산될 전망이다. 2023년 3월, 올해 미국 LNG 프로젝트 처음으로 Venture Global의 Plaque mines Phase 2(용량 연간 670만톤)에 대한 최종투자 결정이 내려지며 미국 3세대 LNG 프로젝트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어 Sempra의 Port Arthur LNG(용량 연간 1300만톤)도 올 3월 20일 Conoco Phillips와 KKR에 각각 30%와 25~24% 지분 계약을 마무리 하면서 최종투자를 결정했다. 

이들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다른 미국 LNG 프로젝트도 올해 안에 최종투자결정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작년의 전 세계적인 최종투자 결정 프로젝트의 용량이 3200만톤을 감안한다면 앞서 언급한 3곳의 미국 LNG 프로젝트 용량이 이보다 더 크다. 

향후 미국 3세대 LNG 프로젝트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생산량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맺음말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유럽 공급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많은 유럽 가스회사들을 포함한 많은 구매자들로 인해 미국 LNG 시장은 다시 많은 관심을 받게 됐다. 

미국 프로젝트 초창기일 때 Sabine Pass 물량을 확보한 이후 물량 확보에 주춤한 우리나라도 이러한 시장 변화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도 기존 계약 만료로 많은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시점에서 최근 많은 기업이 관심을 보인 미국시장 및 시장 변화에 너무 늦지 않은 시점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구매자들과 장기계약 체결은 미국 LNG 프로젝트 개발자들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장기계약을 확보하지 못한 프로젝트도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동고하저의 패턴을 보이는 우리나라도 미국산 LNG의 특징을 활용한 물량확보(트레이딩 등)를 통해 보다 안정적이고 저렴한 가격으로 도입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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