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턱없이 미흡한 인상폭…하반기 조정도 불투명
원료비연동제 유보 상한제 신설·세제감면 검토 필요
정치화 탈피해 독립된 요금결정기구서 조정해야

[에너지신문] 2분기 전기 및 가스요금이 소폭 인상에 그치면서 에너지요금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5일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시(kWh)당 8원, 도시가스요금은 메가줄(MJ)당 1.04원 인상하는 ‘전기·가스요금 조정방안’을 발표했다. 4인 가구 기준(전력 사용량 332kWh, 가스 사용량 3,861MJ 가정) 전기요금은 월 약 3000원, 가스요금은 4400원 늘어나는 셈이다.

한전의 적자 해소와 가스공사의 민수용 미수금 전액 회수 및 원료비 연동제 정상화에는 매우 미흡하다. 향후 에너지요금 조정과 관련한 정책 방향이나 근본적 해결 방향조차 제시되지 않았다. 

에너지요금 조정, 이제 시작이다
한국전력공사는 2021년부터 2년간 38조 5000억원의 누적 영업적자에 이어 올해 1분기에만 6조 20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가스공사는 1분기 가스요금이 동결되면서 민수용 미수금은 지난해말 8조 6000억원에서 1분기3조원이 늘어나 11조 6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앞서 한전과 가스공사는 임원 임금 인상분 반납과 핵심 자산 매각 등 재정 건전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각각 25조 7000억, 15조 4000억의 자구안을 내놓았지만 누적 적자와 미수금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번 소폭 요금인상은 이미 예고된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1분기 전기 요금을 kWh당 13.1원 인상하고, 가스요금을 동결한 이후에도 에너지소비량이 많은 겨울철을 지나면서 ‘난방비’ 부담으로 인한 국민여론 악화는 정치권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은 서민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요금 인상의 폭과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와 여당도 지난 3월 서민 가계 부담 등을 이유로 1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 시점을 미뤘다. 이 과정에서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요금조정 결정권을 가진 기획재정부조차 정치적 판단에 휘둘리는 모양새였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을 미뤄온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를 비판하면서 ‘원가주의’ 원칙을 확립하겠다고 밝혀왔다. 올해에는 ‘경제정책방향’에도 에너지 공기업의 누적적자와 미수금이 오는 2026년까지 해소되도록 ‘전기·가스요금의 단계적 현실화’를 목표로 담았다.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국회 상임위가 열리면 단계적 요금조정의 필요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이번 전기 및 가스요금 인상 폭은 주무부처인 산업부와 에너지 공공기관의 요구에 한참 못 미쳤다. 

한전이 국회에 제출한 올해 연간 전기요금 인상 적정액은 kWh당 52.4원이다. 지난 1분기 때처럼 분기별로 kWh당 13.1원 인상이 필요했지만 미흡한 수준에서 결정됐다.

가스공사는 기재부 재정건전화계획 이행을 위해 빠른 미수금 회수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올해 최소 두자리수(10원/MJ 이상) 인상을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1분기 민수용 요금 동결에 이어 2분기 요금 인상폭도 턱없이 미흡했다. 

가스공사 미수금이 1분기까지 누적 11조 6000억원이라 전제하고, 민수용 도시가스 사용량이 연간 약 1000만톤으로 가정할 경우 누적된 미수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MJ당 최소 20원 이상의 인상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22년에 인상했던 MJ당 5.47원 수준 이상을 2026년까지 매년 인상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전 적자와 가스공사 미수금으로 인한 전기 및 가스요금 인상은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국제 천연가스 가격 인상이 그 중심에 있으며, 제때 원료비를 요금에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은 2021년 2분기부터 급상승하기 시작해 러-우 전쟁 등을 거치면서 2022년에는 2021년 1분기 대비 최대 10배 이상 급등하기도 했고, 올해들어 가격이 안정화 추세에 있긴 하지만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천연가스 수입량은 2021년 4593만여톤에서 지난해 4639만여톤으로 1%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수입액은 2021년 254억 5278만달러에서 지난해 500억 2218만달러로 약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1분기 국내 천연가스 수입량도 1394만여톤으로, 지난해 1분기 1324만여톤보다 3.8% 소폭 증가했지만 수입액은 155억 4254만달러로, 지난해 동기 136억 5619만달러보다 약 19억달러(13.8%)가 증가했다. 

문제는 에너지요금 정상화를 위해서는 앞으로도 수년간 요금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고,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와 미수금이 지속적으로 누적되면서 재무구조가 계속 악화되면 신용도 하락과 금융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안정적인 전력 구매와 안정적 천연가스 도입이 어려워져 또다시 국민부담이 심화되는 악순환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산업 생태계가 위협받고, 금융시장도 불안정할 수 있다.

하반기 요금 조정 전망은?
2분기 전기 및 가스요금 인상폭이 소폭에 그치면서 하반기 요금 인상 압박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미 2분기 요금조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은터라 하반기 요금조정도 험난해 보인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연내 추가인상 계획에 대해 “현재로서는 예단하고 있지 않다”라며 “글로벌 에너지 가격 동향, 에너지 공기업들의 재무상황 개선 정도 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하겠다”고 밝힌 것도 하반기에도 요금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준다.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 등을 우려해 대통령실과 여권의 정치적 판단이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하반기 요금 조정 시기와 조정폭을 가늠키 어렵게 한다.

여야 정치권은 여전히 ‘네 탓’ 공방이다. 여당은 지난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과 국제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적기 원료비 미반영 등으로 한전 적자와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천문학적으로 누적됐다고 강조한다. 야당은 전기 및 가스요금 인상에 대해 민생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을 가져야 한다며 비판 수위를 높인다. 공공요금 인상은 어느 정권에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야가 책임을 나누는 모습도 기대하기 어렵다.

여론을 의식해 2분기 전기·가스 요금 인상 발표를 미뤄왔기에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하반기 큰 폭의 요금조정 또한 어려운게 현실이다.

해결책은 없나?
누적된 한전 적자와 가스공사 미수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기업의 자구노력이 우선돼야 겠지만 적절한 시기와 폭의 요금 조정은 불가피하다. 

요금조정에 앞서 당장은 잘못된 제도를 손봐야 한다. 그동안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기에 과도하게 원료비연동제를 유보해 왔던 잘못된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원료비연동제를 유보하더라도 기준원료비를 적정수준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원료비 연동제 유보 상한선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팔수록 손해’가 나는 잘못된 구조는 바로잡아야 한다. 

천연가스 수입가격 상승으로 인해 서민들의 난방비 부담과 영세사업자의 위기가 심화됐지만 에너지 가격안정을 위한 세제 감면은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다.

연구기관에 따르면 2020년 천연가스를 수입할 때 관세 2000억원, 개별소비세 8500억원, 수입부과금 4600억원, 부가세(매입세액) 1조 8300억원 등 제세부담액이 3조 3500억원이었다. 

그러나 에너지가격이 급등한 2022년에는 관세에 대해 할당관세 영세율을 적용받았는데도 불구하고 개별소비세 1조 200억원, 수입부과금 5500억원, 부가세 6조 3300억원 등 총 7조 9100억원으로 2년만에 4조 5500억원의 제세부담액이 증가했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의 한 전문가는 정부가 민생경제 안정을 위해 천연가스 제세금 감면 등 정부 재정을 부담한다면 상당폭의 요금인상을 억제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특히 올해 3월 적용기한이 종료된 할당관세 영세율을 재시행할 필요가 있고, 한시적으로 개별소비세 면제와 부가세 영세율 적용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주장은 정부 입장에서 세수 감소 우려가 있기 때문에 모두 수용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주택용 등 가격 인하효과로 서민 물가안정에 기여하고 가처분 소득 증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정부가 신중히 검토해 볼 만한 제안이다.

실제 해외 에너지 요금 재정지원 사례를 보면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서민 부담 완화를 위해 영국 38조원, 프랑스 62조원, 독일 88조원, 일본 10조원(동절기 3개월간) 등 정부가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정부 지원은 에너지요금 상한제 시행 후 초과분에 대해 공급자에게 지원하거나 에너지 바우처 소비자 지급, 세제 감면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행하고 있다.

에너지요금정책은 정치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는 궁극적으로 에너지 요금조정이 더 이상 정치 도구화되지 않고, 독립된 결정기구에서 시장 메커니즘을 반영해 결정되도록 세밀하게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때다.

저작권자 © 에너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