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시대 脫정유 경쟁…정유사, 주유소 신사업 찾기 혈안
도심물류허브·에너지슈퍼스테이션·복합공간 ‘신사업 다각화’

[에너지신문] 탄소중립, 친환경 등의 환경 변화로 내연기관차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주유소의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이 확산될수록 휘발유·경유 소비량이 줄어드는 건 변할 수 없는 사실. 실제로 지난해말 기준 전국 주유소는 1만 1402개로 1년새 96곳이 문을 닫았다.

국내 정유사들은 ‘탈(脫) 정유’ 경쟁에 나섰다. 이미 비정유 영역인 태양광, 바이오, 수소 등 친환경 사업 전환에 속도를 내며 친환경 이미지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렇다고, 본캐인 주유사업에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을 터. 때문에 주유소가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미 꽤 오래전부터 시작됐지만, 이제 변화는 필수가 됐다. 에너지슈퍼스테이션에 적극 나서거나, 주유소를 활용한 사업 신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 SK에너지,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박미주유소'
▲ SK에너지,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박미주유소'

SK에너지, 에너지와 행복 나누는 공간
SK에너지는 주유소를 활용한 신사업 개발에 본격 나서고 있다. 지난해 SK에너지가 지분을 투자한 세차 전문 스타트업 ‘Autostay’와 협업하고, Autostay 社 매장 직영 및 가맹 확대를 통해 매장을 늘려 당사 친환경 모빌리티 서비스 이용 고객층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주유소 중심 차량 통합관리 플랫폼인 ‘머핀(Muffin)’을 활용, 스마트한 주유 이용을 선사한다.  SK에너지 주유 고객들이 사전에 설치한 앱에 차량번호, 주유패턴(유종, 주유량, 금액 등) 및 결제수단을 등록하면, 주유소에서 차량번호 입력만으로 주유 주문과 결제까지 한 번에 진행되는 서비스다.

이를 통해 주유는 물론 차량관리까지 원스톱으로 진행, 주유소를 편안한 공간을 완성할 방침이다.

SK에너지는 무엇보다 주유소의 최대 장점인 넓은 부지를 활용한, ‘도심 속 물류거점’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LDP(Local Delivery Platform) 사업은 SK에너지 주유소 공간에 초소형 물류기지인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를 운영, 네이버‧쿠팡 등 국내 이커머스 업체에게 배송추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빠르고 차별화된 배송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전국 3000여개 주유소 네트워크를 활용, MFC를 개발하고, 굿스플로의 물류 및 IT 역량을 기반으로 주문관리/재고관리/배송관리 등 MFC 운영해 ‘친환경 도심물류 Hub’를 빠르게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태양광 산업에도 뛰어들었다. SK에너지는 17개 주유소·서비스센터의 옥상, 유휴부지를 활용, 총 2.2MW 규모의 태양광 발전 시설을 운영 중이며 연말까지 전국 직영주유소 50여곳에 태양광 시설을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또한 주유소를 ‘친환경 에너지 생산 거점’을 본격적으로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실증사업을 통해 연내 규제개선에 대비 지난해 모집 완료한 Equity/Debt 투자자와 함께 주유소들에서의 연료전지 본사업 성공적 추진을 위한 1차 SPC(특수목적법인)를 설립했다.

이외에도 SK주유소를 지역 안전거점으로 활용하는 사회공헌사업 ‘우리 동네 응급처치소’는 현재 전국 직영주유소 162곳으로 확대돼 교통사고, 자연재해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시민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SK주유소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에너지 공급이라는 본연의 역할 뿐아니라 ‘삶의 에너지와 행복을 채우고 나누는 공간’으로 고객에게 다가가기 위한 혁신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 HD현대오일뱅크가 카트라이더 IP를 활용, 국내 최초 게임 테마 주유소를 오픈했다.
▲ HD현대오일뱅크가 카트라이더 IP를 활용, 국내 최초 게임 테마 주유소를 오픈했다.

HD현대오일뱅크, 주유소에 새로움을 입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를 ‘국내 최초’ 새로움을 선보이는 특별한 무대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주유소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시도다.

우선 국내 최초로 게임 IP(지식재산권) 테마를 적용한 주유소를 선보였다. 넥슨, 피치스와 함께 서울 소재 직영 ‘한남동주유소’에 카트라이더 IP를 활용한 ‘파츠(PARTS) 오일뱅크’를 오픈, 기존 주유공간에 게임 조형물, 그래피티 아트, 팝업 스토어가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 ‘파츠 오일뱅크’로 재탄생했다.

‘카트라이더 IP’의 카트를 연상하게 하는 모형차와 게임 내 인기캐릭터인 ‘배찌’ 조형물을 설치했고, 중앙 벽면에는 그래피티 아트를 전시, 주유소 캐노피(주유소 지붕)에는 반응형 LED를 설치해 차량 진입 시 다양한 홍보 영상을 재생했다.

기존 사무공간도 리모델링해 굿즈샵과 라운지도 마련했다. 1층 굿즈샵에서는 후드, 비니, 헬멧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2층 라운지는 포토존과 휴게공간으로 운영했다.

이전에는 서울 사당셀프주유소 벽면에 옥외형 LED디스플레이를 설치하고 디지털작품을 전시하는 ‘디지털아트 갤러리’로 변신하기도 했다. 당시 한달 동안 디지털아트 플랫폼 ‘세번째 공간’과 제휴해 100여점의 디지털작품을 전시해 158인치의 디스플레이에 40초마다 새로운 작품이 재생했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거나 세차를 기다리는 시간을 좀 더 색다른 경험으로 채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전시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한 캠핑족들을 위해 캠핑카 제조/렌털업체인 ‘K-CAMP(케이캠프)’와 제휴, 샘터주유소에 캠핑카의 오폐수를 처리하고 깨끗한 물을 채우는 시설인 ‘덤프 스테이션’을 오픈하기도 했다. 캠핑 오폐수를 처리할 시설이 부족한 것을 감안. 덤프스테이션을 오픈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앞으로 캠핑장비 대여, 보관, 판매 등 캠핑과 주유소를 접목한 다양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이외에도 부산, 경남 주유소 곳곳에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홍보 현수막을 붙여 주유소 방문 고객뿐 아니라 지역 시민에게도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홍보를 진행하는 등 주유소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와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 GS칼텍스 ‘파주운정드림 주유소‧충전소’
▲ GS칼텍스 ‘미래형 첨단물류 거점’ 조감도.

GS칼텍스, 도심 물류허브로 재탄생
주유소에 생활물류 기능과 로봇‧드론 등 첨단기술을 결합해 ‘미래형 첨단물류 거점’으로 만드는 실험을 이어온 GS칼텍스가 주유소 픽업센터를 전국 주요 시/도에 1개소 이상 확대해 운영, 도심 물류허브로 재탄생을 노리고 있다.

이케아코리아와 굿럭컴퍼니(Goodlugg)와 손잡고, 진행하는 이 사업은 주유소 네트워크를 활용한 도심지 소형 물류허브 역할을 하는 곳으로 지난 2021년 서울 강남구 소재 삼성로 주유소에서 최초로 시작한 이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케아 코리아는 공식 온라인 몰 또는 앱을 통해 주문한 제품을 자동으로 주소지에 가까운 GS칼텍스 주유소 픽업센터로 매칭, 고객이 차량으로 직접 픽업하거나 저렴한 배송비용 9000원(제주 2만 9000원)으로 제품을 수령할 수 있는 배송옵션으로 운영하고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주유소는 차량 진입이 용이하고, 물품의 보관과 적재가 편리하며, 전국적으로 분포돼 있어 물류 거점으로서의 가치가 높다”며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이 변화함에 따라 GS칼텍스는 기존 주유소를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확장하고자 여러 기업들과 주유소 픽업 센터를 통한 다양한 협업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현실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2019년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시작한 GS칼텍스는 현재 전국 70여개 주유소와 LPG충전소에서 전기차 충전기 100여기를 운영하고 있다.

GS칼텍스는 태양광 패널과 전기차 충전시설, 첨단물류 체계를 동시에 갖춘 미래형 복합주유소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기존의 주유소 기능을 유지하면서 전기차 충전시설과 드론·로봇을 이용한 물건배달 및 따릉이(서울시 공공자전거) 등 공유 이동수단을 활용할 수 있는 복합공간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S-OIL, 주유소 본연에 집중하다
S-OIL은 주유소 본연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품질을 보증하는 ‘믿음가득 주유소’를 운영하고, 품질 철학인 ‘좋은 기름’과 브랜드 본질인 ‘긍정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광고 캠페인, ‘구도일’ 캐릭터를 활용한 SNS 활동 등을 통해 차별화된 브랜드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주관한 ‘2022년 고객이 가장 추천하는 기업’ 평가에서 주유소 부문 7년 연속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여기에 소비자 모바일 이용 트렌드에 맞춘 비대면 주유 앱 ‘구도일 Zone’을 선보이며,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 제공에 힘쓰고 있다.

이 앱은 전국 S-OIL 주유소 약 200개소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서비스 가능 주유소를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앱을 통해 유료 주차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향후 타이어 교체, 세차 등 다양한 제휴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S-OIL은 복합에너지스테이션을 구축, 친환경차 시대에 미리 대비하고 있다. 이미 2020년 초대형 복합 에너지 스테이션인 ‘파주운정드림 주유소‧충전소’를 열며, 친환경차 충전 인프라 구축에 힘을 실은 바 있다. 이를 통해 전기차 인프라 시장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 다양한 고객군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복합에너지스테이션으로 거듭나겠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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