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전력산업연구회 정책세미나서 지적
"기업들 숨통 틔우도록 정책 및 목표 수정 필요"

[에너지신문]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환경문제 해결을 동시에 이뤄내야 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현재 상황에서는 달성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의 에너지 관련 계획들 역시 실현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특히 기업들에게 NDC가 족쇄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이를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방법을 강요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사)전력산업연구회는 '2030 NDC 이행로드맵'에서 제시된 감축목표와 국내 에너지 관련 계획의 현실적인 제약을 따져보고, 그 개선방안을 주제로 한 정책세미나를 31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개최했다.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세미나에서는 조홍종 단국대 교수가 ‘NDC 목표의 허구성과 거시경제 불안정성’에 대해, 박호정 고려대 교수가 ‘NDC 법제화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해 각각 발표했다.

▲ 전력산업연구회 정책세미나에서 전문가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 전력산업연구회 정책세미나에서 전문가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NDC 목표는 과도하고 허구적인 계획

먼저 조홍종 교수는 "2030년 국내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과도함과 동시에 허구적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NDC 목표가 설정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근거도 찾을 수 없으며, 재원 마련과 비용에 대한 구체적 방안도 전무해 현실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글로벌 경제적 측면에서도 재생에너지 중심의 과도한 탄소중립 투자는 경제성을 담보하는 과정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닌 고비용 구조로 진행될 수 밖에 없고, 특히 열에너지 분야에 대해서는 대책이 불가하다고 전망했다.

특히 조 교수는 "국내 NDC 상향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조건은 결국 10차 전력수급계획 전원믹스의 비현실성을 낳게 됐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15차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이 '수급관리'라는 미봉책을 만들 수밖에 없도록 진행되는 점이 NDC 목표의 비과학성"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이러한 비계획을 비계획으로 메꾸는 비상식적 낭비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이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며 저출산, 노령화 가속화로 인한 인구소멸, 지방소멸과 국가 재정의 건정성까지 고려한 국내 거시경제적 파급효과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 경제적, 민주적 탄소중립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NDC 법제화의 문제점을 지적한 박호정 교수는 "2030년까지 NDC를 선언한 주요국 중 이를 법제화한 나라는 많지 않다"고 언급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NDC를 법제화하지 않은 대표적인 국가이며, 독일의 경우 연방기후보호법에 2030 NDC 목표를 담았지만 석탄발전 폐쇄는 우리나라처럼 기본계획이 아닌 시장 메커니즘의 경매방식을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에 의한 NDC 목표는 전력수급계획, 국토종합계획, 신재생기본계획, 수소경제이행기본계획 등 수많은 국가기본계획에서 의무적으로 따라야 하는 매우 중대한 기본계획이다.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은 날로 치열해지는 통상전쟁, 인구감소와 연금절벽, 잠재 성장률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이를 국가 장기성장 전략 차원에서 심도 있게 들여다보고 있지 못하다는 게 박 교수의 지적이다.

이러한 점에서 박호정 교수는 "NDC 목표설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차 조차도 여타 기본계획에서는 반영돼야 하기 때문에 정책 수립과정에서 오차가 증폭되는 현실을 겪고 있다"며 "NDC 목표수립이 근본적으로 이와 같은 이슈를 심층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지 못한다면 그 법적 위상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 과감한 투자로 기업에 신호 제공해야 

주제발표에 이은 토론에서 이동규 서울시립대 교수는 "NDC의 목표는 국가적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에는 의미가 있으나, 실제로 이 경로에 맞춰 저탄소화에 도달하는 것은 매우 도전적이며 실현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번 NDC 수정안에서 산업부문 감축수단의 경우 특정한 조건이 만족된다는 전제를 갖고 목표를 설정했으나, 각 산업에서 감축목표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것을 목표기간 내에 만족할 수 있을지는 부정적인 의견이 상당하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동규 교수는 "이것을 법적으로 다른 우리나라 에너지수급계획들과 연계를 시키도록 함으로써 해당 계획들도 비현실적으로 제시되기 시작했다"며 "경제적으로 볼 때 감축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은 각 부문별로 주어진 여건에서 최적화 과정을 거쳐야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는데, 경로까지 강제화하는 것은 비효율성을 낳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에너지와 산업부문의 탄소중립에 적극적 투자를 하고 있는 선진국의 사례를 볼 때 우리는 이미 늦은 출발"이라며 "이제라도 정부가 과감한 투자를 통해 기업에 분명한 신호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전환 부문처럼 감축수단이 있다고 감축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감축수단이 적시에 구현되기 위한 적절한 정책과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정책과 투자 둘 다 부족한 것이 우리나라의 현주소인 만큼 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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