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목표설정·관리부실·각종 비위 등 적발
[에너지신문] 문재인 정부 시절 태양광 보급 목표를 무리하게 강행하는 과정에서 각종 부작용과 함께 사업 인허가 및 계약과 관련, 불법·비리 사례가 대거 드러났다.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고개를 숙였다.
감사원은 14일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약 4개월간 이뤄진 이번 감사에서는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한 △사업목표 수립·이행 △사업 인프라 구축 △사업 관리의 3개 분야에서 추진 과정 및 집행 전반을 조사했다.
▶ 무리한 목표 상향, 정책 혼선·신뢰 하락 초래
산업부는 지난 2017년 신재생 발전비중 목표를 기존 11.7%에서 20%로 상향했고, 이후 2021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 과정에서 30.2%로 추가 상향했다. 이처럼 무리하게 목표를 상향 조정하면서도 후속조치 이행에 소홀하거나 합리적 근거에 기반한 실현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았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당시 산업부는 신재생 비중 20%를 당시 연평균 보급량(1.7GW)의 2배(3.7GW) 이상을 늘려야 하는 ‘매우 의욕적인 목표’로 규정하고, 인프라를 확보하지 않을 경우 전력공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선제적 전력계통 보강, 백업설비 확충 등을 반영해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사원은 선제적 계통보강은 지역별·시기별 전망을 반영하지 않았고, 백업설비 용량이 과소 산정되는 등 후속조치가 미흡했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가운데 특정 지역 중심으로 소형 태양광발전소가 급증하면서 계통연계 지연, 기존 발전소 출력 제한 등 전력수급 안정성을 저해했다고 봤다.
2021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 논의 과정에서 산업부는 신재생에너지 최대 보급목표를 현실적으로 24.2%, 이상적으로도 26.4%에 불과하다고 검토했었다. 그러나 환경부 등이 NDC를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자 실현가능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목표를 30%로 상향한 후 이행방안을 추후에 찾기로 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자 산업부는 또다시 ‘탑-다운으로 설정된 과다한 수치’라며 2022년 11월 목표를 21.6%로 하향 수정했다. 결국 국가 주요 에너지정책이 면밀한 검토없이 결정됨에 따라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아울러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 2017년 산업부는 “향후 5년간 전기요금 인상은 없고 이후에도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전기요금 전망의 주요 변수인 신재생 정산단가를 현 수준 유지(고정)를 전제로 최대 40% 인상 가능성을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부적으로 추가 인상요인을 검토하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고 ‘인상요인이 크지 않다’는 기존 입장만 반복했던 것이다.
한편 2019년 산업부와 한전은 국회의 요구로 '전력구입비 연동제 연구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전기요금 인상 논란을 우려해 신재생 확대에 따른 67% 상당의 비용 증가 가능성 등을 삭제, 제출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 땜질식 계통보강에 13년전 자료로 잠재량 산정
감사원은 산업부가 지역별·시기별 신재생 보급전망을 통한 선제적 계통보강 없이 기존 설비 여유용량을 축소하는 등 임시방편 위주로 대처해 왔다고 밝혔다.
송변전 설비는 설치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신재생 설비 위치 및 시기 등을 전망해 계통보강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음에도, 산업부는 2017년 8차 전력수급계획 수립 시 설치가 확정된 신재생 설비 연계에 필요한 일부 송변전 설비 보강사업(8.4%)만 계획했다.
이후 대규모 사업이 중단·지연되고 소규모 태양광 급증, 특정지역 편중 등으로 송변전 설비 부족이 심화됐으나 보급 전망없는 소극적 행태를 반복했다. 한전은 계통연계 지연이 급증하자 기존 주변압기와 배전선로 연계용량 상향 등 ‘땜질식 대처’로 과부하·과전압 발생 위험을 높였다.

재생에너지 특성상 안정적 전력수급을 위한 백업설비(ESS, 양수)가 필수인데, 산업부는 9차 전기본 수립 과정에서 백업설비가 고장없이 연중 상시 가동된다고 가정하는 등 필요용량보다 부족하게 산정했다.
특히 제주지역의 경우 신재생 보급속도가 육지의 2.3배나 빨라 출력제한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음에도 확충계획을 차기로 넘기는 등 조정없이 추진을 강행했다.
뿐만아니라 산업부는 2027년과 2020년 2차례에 걸쳐 태양광 입지잠재량을 산정, 전기본 수립 기초자료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지자체 이격거리 규제 강화에도 이를 반영하지 않고 100m 이격거리를 일괄 적용했다. 산지 등 27개 지리규제도 최대 13년 전의 과거 자료를 그대로 적용, 잠재량을 산정했다.
감사원이 이격거리 규제 등을 현행화해 재산정한 결과, 당초 산정된 입지잠재량보다 77%나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 한국형 FIT 수혜 노린 ‘가짜농업인’ 속출
감사원은 공공·민간의 대규모 신재생 사업 및 소규모 태양광이 급증하는 과정에서 허술한 제도와 도덕적 해이를 집중 검검했다. 그 과정에서 다수의 위법·부정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부는 태양광사업 시행자의 부탁을 받고 유권해석 권한이 없음에도 ‘중요 산업시설’이라며 태양광 발전사업의 초지 전용이 가능토록 했으며, 태안군은 개발행위허가 심의를 받은 후 원상복구 조건을 임의 제외한 채 허가서를 교부했다.
군산시는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담당할 출자기관 설립 과정에서 채용에 부당하게 관여, 관련 자격이나 경력이 없는 시장 지인을 출자기관 대표로 선발했다. 또 입찰공고상 연대보증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불리한 조건으로 금융주선사를 바꾸면서 특정 업체들을 선정했다.
모 국립대 교수는 해상풍력업체를 실질적으로 소유, 경영하면서 이권만 노리고 허위 서류로 사업권을 편법 취득 후 착공하지도 않은 채 외국계 기업에 매각을 시도하기도 했다.
한전을 비롯한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정부 정책에 편승해 각종 위법·부당 행위를 한 사실도 다수 적발됐다.
한전 계통보강 담당자가 연계용량 정보를 이용, 사업에 유리한 부지를 매입하고 자기 발전소를 우선 연계시키거나 가족 명의의 차명법인을 통해 발전소를 운영하는 등 182명이 신고없이 부당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한전은 2017년부터 본인은 물론 가족 명의를 차용한 태양광 사업을 금지하고 있다.
감사원은 “8개 기관 총 251명이 가족사업 신고나 겸직허가 의무 등 내부규정을 위반하고 본인 및 가족 명의로 사업을 부당 영위하고 있음에도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산업부가 소형태양광 확대를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한 한국형 FIT는 농업인이 일반인보다 3배 더 참여(100kW) 가능토록 우대했다. 제도 시행 이후 농업인의 참여가 매년 40% 이상 급증했는데, 이 중 44%는 제도도입 이후 농업인 자격을 갖췄고, 37%는 타 직업 종사자였다.
농업인 자격으로 FIT에 참여한 이들 중 815명이 브로커 등을 통해 위조·말소된 등록서류를 제출하거나, 자격상실 후에도 FIT에 그대로 참여했다.
특히 가족관계가 확인된 발전소(2734개)의 85%는 가족들이 인근지역에서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중 95%가 인위적으로 용량을 분할, 같은 시기에 발전사업 허가를 받는 등 우대혜택을 노린 발전용량 편법분할 행태가 만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위법·부당 업무처리 관련자 17명에 대해 소속기관 등에 징계 또는 주의를 요구했다. 또 태양광 사업을 부당 영위한 공직자 240명에 대해서는 추가조사 후 징계키로 했으며 ‘가짜농업인’ 815명에 대해서는 계약 해지, 등록 말소 등 행정조치를 하도록 했다.
특히 범죄 혐의가 있는 공직자(7명), 민간사업자(40명), 태양광 분양업체 대표(2명)에 대해서는 고발 조치를 하도록 했다.
한편 산업부는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신재생에너지 정책 주무부처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신재생 정책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조속한 후속조치와 강도 높은 정책혁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신재생에너지의 정책과 사업 추진과정에서 철저한 사업관리와 감독을 통해서 위법·부당·부적정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각별히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