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GM과 25조원 규모 양극재 공급 계약
SK온, 美 웨스트워터社와 천연흑연 공급 받아
북미 전기차 시장 주도…미 기업과의 전략적 협력

[에너지신문] 국내 기업들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력을 한층 강화하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선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LG화학은 GM에 양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SK온은 美 웨스트워터社로부터 핵심소재인 천연흑연을 공급받아 소재 안정성을 확보했다. 국내 기업들은 미국 기업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북미 전기차 시장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IRA에 따르면, 2025년부터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을 외국우려기관(FEOC)에서 조달할 경우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그런데 음극재 핵심소재인 흑연의 경우 전세계 공급망이 FEOC로 규정된 중국 기업들에 완전히 의존하다시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배터리 업계는 새로운 기술과 공급처 확보를 위해 흑연에 대한 FEOC 적용을 2026년 말까지 최소 2년 유예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 테네시 양극재 공장 조감도.
▲ 테네시 양극재 공장 조감도.

우선 LG화학은 지난 7일 미국 1위 자동차 기업 제너럴 모터스(GM, General Motors)와 2035년까지 최소 24조 7500억원 규모의 양극재를 GM에 공급하는 ‘양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미국 테네시 양극재 공장을 중심으로 현지 공급망을 구축한 LG화학은 GM과 함께 북미 시장 협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양사가 거래할 양극재 물량은 50만톤 이상이 될 전망이다. 양극재 50만톤은 고성능 순수 전기차(EV, 500km 주행 가능) 약 500만대분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앞서 2022년 7월 양극재 장기 공급을 위해 포괄적으로 합의한 양사는 이번 공급 계약으로 협력을 강화하며 합의 물량 일부를 구체화했다.

LG화학은 테네시 양극재 공장이 본격 가동하는 2026년부터 GM에 북미산 양극재를 공급할 예정이다. 테네시 공장에서 생산한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양극재는 주로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Ultium Cells)에서 쓰일 전망이다.

공급계약이 GM과의 직접 계약인 만큼, GM의 다른 전기차 프로젝트에도 LG화학의 양극재가 사용될 수 있다. LG화학은 현지 공급망을 통해 GM 등 고객사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전기차 보조금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착공한 테네시 공장은 연간 6만톤의 생산 능력을 갖춰 미국 최대 규모 양극재 공장이 될 전망이다.

테네시 공장은 미국 내 중동부에 위치해 고객사 납품과 원재료 수입을 위한 지리적 접근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소성 공정 설계 기술을 고도화해 라인당 연산 1만톤의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경쟁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신학철 부회장은 “미국 1위 자동차 기업인 GM과 전략적 협력을 이어가며 북미 전기차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성과 글로벌 생산 거점 확대 등을 통해 LG화학만의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반면, SK온은 12일 미국 음극재 파트너사 웨스트워터 리소스(웨스트워터)로부터 천연흑연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안정적으로 핵심소재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 SK온이 미국 웨스트워터사와 천연흑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 SK온이 미국 웨스트워터사와 천연흑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웨스트워터는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앨라배마주 켈린턴 소재 정제 공장에서 생산한 천연흑연을 SK온 미국 공장에 공급키로 했다.

이는 개발 중인 소재가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사전 협의된 가격으로 구매하는 ‘조건부 오프 테이크’ 계약이다. 북미 전동화 시장 성장 속도에 따라 계약 기간 내 최대 3만 4000톤까지 구매할 수 있다.

양사는 지난해 5월 체결한 배터리 음극재 공동개발협약에 이어 파트너십을 더욱 확대하게 됐다. 양사는 웨스트워터에서 정제한 흑연으로 만든 음극재를 SK온이 개발 중인 배터리에 적용하고, 그 성능을 함께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음극재 원재료인 천연흑연 구매까지 협력을 확대함으로써 IRA 대응 역량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음극재는 양극재‧분리막‧전해질과 함께 리튬이온 배터리를 구성하는 4대 요소다. 배터리의 수명, 충전 속도 등을 좌우한다. 흑연은 음극재의 약 95%를 차지하는 핵심 원재료다. 음극재는 특히 중국 의존도가 가장 높은 소재로 꼽힌다. 전 세계 음극재 생산의 약 85% 를 중국이 차지한다.

SK온은 지난 2022년 호주 시라(Syrah)사와 천연흑연 수급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데 이어 지난해 1월 우르빅스(Urbix)사와도 음극재 공동개발협약을 맺었다. 양극재의 경우 칠레 SQM, 호주 업체들인 레이크 리소스, 글로벌 리튬과 잇따라 계약을 맺는 등 배터리 소재 확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박종진 SK온 부사장(Strategic구매 담당)은 “현지 유력 원소재 기업들과 협업을 꾸준히 추진해 IRA에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테렌스 크라이언(Terence Cryan) 웨스트워터 회장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는 SK온과 협력하고 SK온의 공급망 강화를 지원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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