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적자와 가스공사 미수금 에너지 요금 인상 요인 작용
반도체 등 수요 견인, 소비감소 석유화학 반등도 영향

[에너지신문] 올해 국내 총에너지 수요가 전년 대비 2% 증가한 3억500만 toe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강병욱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24년 에너지 수요 전망’을 통해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석유화학과 철강 등 에너지다소비 업종을 중심으로 제조업 생산활동이 크게 둔화돼 지난해에도 에너지 소비가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에는 내수 회복이 지체됨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해 제조업 생산활동이 회복되고 그에 따라 에너지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산업 부문에서는 전반적 생산활동 증가와 더불어 최근 에너지 소비 감소를 주도한 석유화학의 반등도 에너지 수요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송 부문에서는 제조업 경기 회복과 함께 화물 운송 수요가 증가해 에너지 수요가 소폭 증가하고 건물 부문에서는 기저효과와 난방도일 증가 등으로 에너지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발전 부문에서는 원자력과 신재생 발전량이 증가하는 가운데 수도권으로의 송전 제약 문제로 석탄 발전량이 빠른 감소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국내 에너지 소비는 대내외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 

대외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통화긴축 등은 전 세계 경기 둔화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생산활동이 빠르게 감소했다. 

이에 에너지 소비가 2022년 하반기에 산업 부문을 중심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한데 이어 2023년 상반기에는 4.0% 감소로 감소폭이 확대됐다. 

본고에서는 2024년의 에너지 수요가 어떠할 지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우선, 전망 전제에 대해 설명한 후, 총에너지, 최종 소비, 부문별 소비, 발전 믹스 등의 전망 결과에 대해 설명한다.

▷총에너지 및 최종 소비
2023년 총에너지와 최종소비는 각각 2%, 3% 수준으로 감소하지만 올해에는 각각 2%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에는 세계 경기 둔화로 제조업 생산활동이 위축되며 에너지 수요가 감소하지만 올해에는 수출 증가로 제조업 생산활동이 회복돼 에너지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산업, 수송, 건물 등 모든 부문에서 에너지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소비 비중이 높은 산업 부문 수요가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해 에너지 수요 감소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해에는 산업 부문이 2% 초반으로 증가하며 에너지 수요 반등을 주도하고 수송과 건물 부문 수요도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발전 부문에서는 2023년과 2024년 모두 원자력과 신재생 발전이 설비 증설의 효과로 증가하는 반면 수도권 송전 문제로 석탄 발전은 빠르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성장률과 총에너지‧최종소비 증가율 추이 및 전망
에너지원별로는 지난해 원자력과 신재생·기타가 증가하는 반면 화석연료인 석탄, 가스, 석유는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에는 석탄을 제외한 모든 에너지원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원자력과 신재생·기타가 빠르게 증가하고 석유와 가스도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종 소비 부문
산업 부문 에너지 수요는 2023년 3% 중반으로 감소하지만 올해에는 2%대 증가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경기 둔화로 산업 대부분의 생산활동이 부진한 가운데 특히 산업 부문 에너지 소비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석유화학의 업황이 상당히 부진해 산업 부문 에너지 소비가 빠르게 감소할 것으로 진단했다. 

최근 석유화학 업황 악화의 주요 원인은 중국의 자급률 상승에 따른 對중국 수출 감소와 국내 수요 산업 부진에 따른 내수 감소를 꼽았다. 

對중국 수출 감소는 중국 내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적 변화에 따른 것이므로 단기적 반등이 힘들겠지만 국내 수요는 기저효과와 수요 산업 회복 등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반도체 등 IT 산업을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하면서 제조업 생산활동이 회복돼 올해 산업 부문 에너지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4년 최종소비 에너지원별·부문별 수요 증감량 및 증가율
지난해 수송 부문 에너지 수요는 화물 수송 수요를 중심으로 감소하지만 올해에는 경기가 다소 회복됨에 따라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이후 전반적으로 이동 수요가 증가해 승용차의 에너지 수요는 증가하고 있으나 화물차의 에너지 수요가 경기에 따라 증감을 반복해 전체 수송 부문 수요는 2023년에 감소하고 2024년에는 반등할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 빠르게 증가해 온 전기차 보급은 보조금 감소, 배터리 안정성, 충전 인프라 부족 등의 문제로 보급 속도가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건물 부문 에너지 수요는 난방도일 감소와 요금 인상 등으로 감소하지만 올해에는 기저효과와 난방도일 증가 등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망 기간의 일평균 기온으로 과거 10년의 평균 값을 적용할 경우 난방도일은 2023년에 7.1% 감소한 후 2024년에는 2.1% 증가하는 것으로 전제됐다. 

난방수요 비중이 가장 큰 건물 부문 에너지 수요는 이러한 난방도일의 변화에 따라 2023년 감소 후 2024년 반등하는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역대 최대 규모로 누적된 한국전력의 적자와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은 2024년 에너지 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며 이는 건물 부문 에너지 수요 증가 폭을 제한할 것으로 예측했다.

▷발전 부문
총 발전량은 전기 수요 변화에 따라 지난해 소폭 감소하지만 올해에는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을 살펴보면 원자력, 신재생·기타, 가스는 발전 비중이 확대되지만 석탄 발전 비중은 빠르게 축소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원자력 발전이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석탄 발전을 추월하며 발전 비중 1위의 지위를 탈환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2000년대 초중반에는 원자력 발전 비중이 40% 전후 수준을 기록하며 가장 높았지만 2007년 석탄 발전이 원자력을 추월한 이후 현재까지 발전 비중 1위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으며 2023년에도 석탄이 최대 발전원의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원자력 발전량이 5% 이상 증가하는 반면 석탄 발전량이 6% 이상 감소하면서 원자력과 석탄 발전 비중이 각각 30%대 초반, 20%대 후반으로 역전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재생·기타 발전 비중은 정부의 무탄소 전원 확대 노력에 힘입어 2024년에 10%를 넘어서고 수도권 융통 선로가 부족한 가운데 대다수 발전기가 수도권 주위에 포진한 가스 발전의 비중도 20% 후반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 변화
원자력의 발전 비중이 전망 기간 빠르게 확대되는 것은 설비용량 증가의 영향이 크다.

2022년 12월 7일에 상업운전을 시작한 신한울1호기는 2023년 연중 원자력 발전량의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고 2024년 4월과 10월 각각 준공될 예정인 신한울2호기와 새울3호기는 2024년 원자력 발전량의 주요 증가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과거 경주·포항 지진 등으로 70% 초중반으로 하락했던 원전 이용률이 80% 수준으로 회복된 것도 원전 비중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석탄 발전 감소에는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크게 기여했으나 2022년 이후에는 송전 선로 문제가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는 2010년대 중반 이후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와 자발적 석탄 상한제 등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해 석탄 발전 제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석탄 발전 비중이 2017년 43.5%에서 2022년 32.7%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정책적 노력보다 수도권-동해안 및 수도권-충청-호남을 연결하는 송전 선로가 부족한 가운데 석탄보다 발전 순위에서 우위에 있는 원자력과 신재생 설비가 빠르게 늘어 석탄 발전 비중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한편 강병욱 에경연 연구위원의 이번 전망은 경제성장률 전제를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의 GDP가 2023년 1.4% 성장에 그치나 2024년 2.1% 성장하는 수치를 사용했다. 

또 대부분의 가격이 국제유가에 연동되는 것을 가정해 국제 유가는 두바이유 가격을 기반으로 하되 올해 상반기까지는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전망치를, 하반기에는 에너지정보청(EIA)에서 지난해 11월 발표한 단기 에너지 수요 전망(STEO, Short-term Energy Outlook)의 WTI 가격 변동률을 적용했다. 

이와함께 기온 변수로는 전국 일평균 기온을 사용해 지난 10년의 일평균 기온 평균 값이 유지되는 것을 가정해 지난해 냉방도일과 난방도일이 각각 5.8%, 7.1% 감소하고 2024년에는 냉방도일은 25.4% 감소하나 난방도일은 2.1% 증가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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