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보고’ 발언에 최 장관 발끈 … 정회되기도

▲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상초유의 정전사태를 둘러싸고 19일 지식경제부에서 열린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의 지경부 국감은 책임 공방으로 시작부터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성토장으로 변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회의원들은 정전사태에 대한 책임 소재와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관련기관을 성토했다.

질의 도중에 최중경 지경부 장관과 강창일 민주당 의원이 '대국민 허위보고'라는 표현을 놓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또 여야 의원들은 정전사태에 대한 감사원 감사 촉구를 거론하기도 했다.

▲ 여야 국회의원들은 정전사태에 대한 책임 소재와 원인을 직접적으로 성토했다.
■ 정전사태 성토……여야 충돌도

지경부 국감은 지난 15일 정전사태에 대한 책임 공방이 뜨거웠다.김재균 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정전사태의 책임을 지고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가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사진행발언이 아니다"며 강하게 항의하며 고성이 오갔다.

타 지경부 산하기관 업무보고가 서면으로 대체된 가운데 한전 사장과 전력거래소 이사장이 직접 나서 정전 관련 상황을 보고하며 사과했다.

노영민 민주당 의원은 "15일 발생한 정전대란은 이명박 정권의 총체적인 국가위기관리능력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기본이 안 된 인사로 인해 초래된 인재"라며 "사고발생 1시간이 지난 뒤 보고를 받고 청와대 만찬에 참석한 지경부 장관도 무책임하지만, 주무장관을 만찬장에 부른 대통령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전기 관련 13개 공기업 감사 중 한나라당 관련 인사가 11명이며, 전기에 관한 기초지식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며 지경부의 전력 관련 인사를 전면적으로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강창일 민주당 의원은 "전력예비력 조작은 지경부와 전력거래소가 모두 아는 불법적 관행"이라며 "이는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이자 국가적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최 장관은 전력거래소가 허위보고했고 발전사가 발전대기를 하지 않아 정전사태가 발생한 것처럼 책임을 전력거래소와 발전소에 돌렸다"며 "이는 지경부가 전력예비력 조작을 묵인해왔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질타했다.

또 "최 장관이 정전사태가 있은 지 한 시간이 지난 오후 4시 처음 보고를 받으면서도 일부 지역에 정전이 됐다는 보고만 받고 예비전력 부족에 따른 비상 순환정전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정전사태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 청구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대한민국 전체가 블랙아웃으로 갈 뻔 했다"라며 "어제 지경부는 허위보고가 있었다고 밝혔는데, 그처럼 허위보고를 서로 주고받았다면 이것은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감사원 감사 청구를 요청했다. 이에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과 김재균 민주당 의원도 감사원 감사 청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김영환 지경위원장은 여야 간사 간 협의를 거쳐 감사원 감사 청구에 대해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사태 당시 실제 예비력이 24만kW라는 사실을 허위보고로 파악하지 못했더라도 국회 긴급점검회의가 열린 16일까지도 몰랐다면 정부 사후 점검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는 얘기"라며 "한전과 발전자회사 등이 자발적으로 보상재원을 마련하는 쪽으로 논의했다는데 적자에 허덕이는 한전이 재원을 마련할 여력이 있느냐"고 따졌다.

지경부와 전력거래소의 전력예비력 집계가 엇갈렸던 부분에 대해서 질타가 이어졌다.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은 "지경부 자원에너지실장과 전력과장 등 전력 라인이 전력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 의원은 지경부 전력산업과장과 한수원 사장, 전력거래소 운영본부장 등을 대상으로 정전이 발생한 15일 당시 상황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한편 최 장관은 정전사태 피해보상 재원과 관련 한전과 전력거래소 등 전력 관련기관들이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한전과 전력거래소, 발전 자회사들이 조금씩 책임을 공유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들 관련기관끼리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대국민 허위보고'라는 강창일 의원의 표현을 놓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 ‘대국민 허위보고’ 발언에 최 장관 ‘발끈’

이날 오후 국감에서는 강창일 의원의 전력예비율 '대국민 허위보고' 발언에 최 장관이 발끈하며 10여분간 국감이 정회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강창일 민주당 의원이 "전력 예비력 수치가 다르다"며 허위 보고라고 지적하자 최중경 장관이 "국무위원이 국민들에게 허위 보고했다는 그 말에 대해 책임질 수 있냐"며 강하게 맞받아쳤다.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열리는 국감에서 행정부 장관이 국회의원에게 반발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은 이례적이었다.

이에 강 의원은 "지경부가 책임 안 지는 자세라는 말"이라며 "장관이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판에 국회의원에게 책임질 수 있느냐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종혁 한나라당 의원과 김태환 한나라당 의원이 "국무위원이 국민에게 허위 보고했다는 말은 문제가 있다"고 나서자 강 의원이 또 다시 반발하면서 "국감을 혼자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김영환 지경위원장이 정회를 선언하고 10여분후 최중경 장관이 강 의원에게 사과하면서 사태가 마무리됐다.

정회 후 속개된 감사에서 김영환 지경위원장은 "6·25 사태 후 최대의 위기인 블랙아웃(완전정전)에 직면한 데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것"이라고 말하자 최 장관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반성하겠다"고 사과하면서 일단락됐다.

■ 고유가 등 에너지 정책도 도마

전기요금, 고유가, 신재생에너지 문제 등 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노영민 민주당 의원은 “2008~2010년 3년간 삼성전자의 경우 3922억원을 비롯해 현대제철 2623억원, 포스코 1979억원, LG디스플레이 1358억원의 전기료 감면혜택을 받았다”라며 “이는 전기사용량이 많은 대기업에 전기요금의 특혜가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한전의 적자발생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권 한나라당 의원은 "국제원유가가 리터당 105원 상승하는 동안 국내휘발유가는 2배가 넘는 213원이 상승했다"라며 "이런 와중에 정유사와 주유소, 카드사, 정부까지 모두 수익이 증가했다"고 따졌다.

이 의원은 "정유사 마진이 최근 3년 사이 36% 증가했고 정부의 세금도 매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라며 "진정 국민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다면 유류세 인하 등을 통해 서민들의 고통 해결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창일 민주당 의원은 “현행 11.37%(리터당 529원)인 교통에너지환경세의 탄력세율을 말 그대로 탄력적으로 적용해 기본세액인 475원으로 인하할 경우 기름값은 리터당 약 83.75원(휘발유 기준) 내려가고
-11.7%인 421원으로 인하할 경우 기름값은 약 167.5원으로 뚝 떨어지게 된다”라며 “유류세 인하에 다른 세수 부족분은 정부가 정유사와 주유소를 압박했듯 유사석유유통 및 무자료 탈세에 대한 시장 감시와 행정지도 등 단속강화로 충분히 채울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경태 민주당 의원은 "기름 값 수준이 전 세계에서 제일 높은 수준이며 유류세율이 우리나라가 소득 수준에 비해 너무 높다"라며 "교통에너지환경세가 탄력세율인데 이것만 조절해도 리터당 200원 인하 효과가 생긴다"고 밝혔다.

김낙성 자유선진당 의원은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책임의식을 갖고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보급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며 “정권이 바뀌더라도 이를 지속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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