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500억 자금 선물투자 여부 조사

검찰이 SK그룹 계열사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벌여 향후 SK그룹의 각종 경영현안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중희)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그룹 사옥에서 일부 계열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새벽 SK그룹 본사 사옥 29층과 32층에 있는 SK 홀딩스와 SK가스 사무실에 들어가 회계장부와 금융거래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압수수색은 최태원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와 최 회장의 선물투자금액 출처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계열사들이 창업투자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출자한 2800억원 중 500억원 정도가 자금세탁을 거쳐 최 회장의 선물투자에 동원되는 등 총수 일가가 회사 돈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압수수색과 관련 SK그룹 관계자는 "계열사들의 투자금을 최태원 회장이 유용하거나 다른 용도로 이용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SK 관계자는 "예전에도 이같은 소문이 있었지만 최 회장이 선물투자로 본 손해를 계열사들이 메우거나, 비자금을 조성하지는 않았다"라며 "앞으로 검찰 조사에 잘 응해서 의혹이 해명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SK그룹은 향후 수사 확대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검찰수사로 하이닉스 인수 등 경영현안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를 위한 본입찰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고 정유부문 사업강화, 해외 자원개발 확대, 윤활기유 등 해외시장 진출 등 진행 중인 사안도 상당히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31일 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소유를 금지하는 현행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SK네트웍스에 대해 SK증권 주식처분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SK증권의 향방이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이래저래 SK그룹이 진퇴양난이다.

SK그룹에 대한 검찰의 부정적 시각은 지난해 10월부터이다. 글로웍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창업투자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의 금고에서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의 수표 175억원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압수수색이라는 칼을 빼든 것은 의미심장하다.

검찰은 그동안 SK텔레콤과 SK C&C가 베넥스 창투조합에 출자한 500여억원이 돈세탁을 거친 뒤 2008년 10월경 김준홍(46ㆍ구속기소 재판 중) 베넥스 대표의 차명 계좌로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돈은 또 다시 최 회장의 선물투자를 맡은 SK해운 고문 출신 무속인 김모(50)씨 계좌로 들어간 걸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돈은 최 회장이 선물옵션에 투자했던 5000억원 가운데 일부일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또 이 500억원은 검찰 조사에서 SK가스, SK E&S, 부산도시가스 등 계열사 자금이 동원돼 한 달만에 다시 베넥스 계좌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고 베넥스 출자금 횡령 등의 사실을 숨기기 위한 정황으로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날 SK그룹과 계열사를 압수수색하면서 본격적인 공개수사에 나서고 있어 향후 어디까지 수사가 확대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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