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硏, 국내 최초 조사유기 응력부식균열 실증장비 구축
360℃ 및 200기압 원자로 내부 모사...방사화 소재 시험 가능

[에너지신문] 집에서 쓰는 수도꼭지가 시간이 흘러 녹슬듯 원전의 내부도 부식된다. 그중 원자로의 내부구조부품은 핵연료에서 나오는 중성자를 쬐고, 고온고압의 냉각재 환경에 계속 노출돼 손상이 빠른 편이다. 부식 속도를 정확히 예측해 제때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환경조건에 따라 변화하는 원전 부품의 특성을 파악하고 정비 보수하는 기술개발 연구가 활발한 가운데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국내 최초로 중성자 조사와 응력으로 인해 부식이 가속화되는 '조사유기 응력부식균열(IASCC, Irradiation-Assisted Stress Corrosion Cracking)' 현상을 실증하는 장비 구축에 성공했다고 17일 밝혔다.

▲ 중성자조사 소재 고온 고압 내환경 특성 실증 장비.
▲ 중성자조사 소재 고온 고압 내환경 특성 실증 장비.

원자력연구원 재료안전기술개발부 김성우 박사팀은 2018년부터 기관 주요사업 및 산업부 에너지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3년여간의 연구 끝에 해당 시험 장비를 개발했다.

연구원이 개발한 IASCC 설비는 '중성자조사 소재 내환경 특성 실증장비'로 원자로 내부 환경을 그대로 모사하고 방사화된 소재를 안전하게 실험할 수 있다.

원자로 압력용기에 해당하는 고온고압 반응기에 펌프와 냉각수 배관을 연결해 원하는 환경을 구현하고 실제 원자로와 같이 최대 온도 360℃, 압력 200기압 이상인 환경에서 시편을 실험할 수 있다.

또한 외부에서 원격 조종이 가능한 로봇팔과 반응기 밀봉 시 볼트를 정확하게 제어할 수 있는 반력 암(arm)을 설치했다. 덕분에 연구자는 방사능을 지닌 소재를 안전하게 실험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원자로 내부와 같은 고온, 고압 환경을 완벽하게 구현하고 방사화된 부품을 안전하게 실증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 사용한 원자로 부품은 중저준위로 방사화된다. 기존 실증 장비는 방사선 차폐가 되지 않아 실제 방사화 소재를 실험할 수 없거나, 고준위 시료를 취급하는 대형 콘크리트 핫셀 시설과 혼합돼 있어 교차 오염 가능성이 있었다.

▲ 중성자조사 소재 내환경 평가 실증 시험시설(2023년 구축 예정) 조감도.
▲ 중성자조사 소재 내환경 평가 실증 시험시설(2023년 구축 예정) 조감도.

반면 IASCC 실증 장비는 방사선 차폐 시설 내부에 구축할 예정으로 머리카락 굵기 1/100 수준인 수 마이크로미터(μm)의 부식 균열까지 정확하게 측정해낸다.

이 장비는 이달부터 일반 시험구역에서 1년간 시운전될 예정이다. 현재 연구팀은 2023년까지 방사선 시험구역에 IASCC 설비 2대를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중소형 납차폐 핫셀 구현을 준비 중이다.

김성우 박사는 "이번에 개발한 장비를 이용하면 고리1호기 인출 볼트의 손상 원인 분석, 혁신 SMR 재료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석 원자력연구원장은 "원전 안전성 향상을 위해 소재 연구는 필수"라며 "중성자조사 소재 내환경 평가 실증 시험시설이 구축됨에 따라 실질적인 서비스 제공 단계에 이르기까지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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