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대국민 토론회...학계·지자체, 조속 통과 ‘한목소리’
처분장 목표시점 명시·저장시설 주변지역 의견수렴 요청

[에너지신문] 고준위 방폐장 부지선정 및 유치지역 지원을 위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고준위법)’의 국회 통과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원전 소재 지방자치단체 및 원자력 학계가 일제히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거듭 촉구했다.

경주시, 기장군, 영광군, 울주군, 울진군의 5개 지자체로 구성된 원전 소재 지방자치단체 행정협의회는 방사성폐기물학회와 공동으로 16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대국민 심층 토론회’를 진행했다.

▲ 토론회에 참석한 국회의원, 지자체 및 학계 관계자들이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토론회에 참석한 국회의원, 지자체 및 학계 관계자들이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토론 참석자들은 포화가 임박한 원자력발전소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과 관련한 주민 수용성을 제고하고, 고준위 방폐장 부지선정에 조속히 착수하기 위해 고준위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행사에는 원전지역 주민, 전문가, 유관기관 관계자 등 150여명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손병복 울진군수(행정협의회장)는 “기후위기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원자력발전을 위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 문제는 시급히 해결돼야 할 국가적 사안”이라며 “미래세대를 위해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에 필요한 고준위법이 신속히 제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월성원전과 건식저장시설, 중저준위 방폐물 처분시설이 위치한 경주시의 주낙영 시장도 “경주는 지난해 3월부터 건식저장시설(맥스터)를 증설, 운영 중”이라며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 확보를 위해 고준위법 제정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지자체들의 적극적인 행보는 지난해 11월 국회 산중위 법안소위에 상정된 고준위법이 장기간 표류함에 따라 법 제정이 좌초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영구처분을 위한 △부지선정 절차 및 일정 △유치지역 지원 △독립적 행정위원회 설치 △원자력발전소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 설치 등이 골자인 고준위법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9차례에 걸쳐 법안소위 심의를 거쳤으나 여전히 제자리걸음에 머물고 있는 상황. 여·야가 그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핵심 쟁점에서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고준위방폐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모습.
▲ 지난 6월 국회에서 고준위방폐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모습.

이날 토론회에서 지자체들은 고준위법 통과를 위한 국회의 초당적 협력을 거듭 당부했다. 박종규 기장군 부군수는 “국회가 보다 큰 무게감과 사회적 책임감으로 연내 고준위법 제정을 위해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달라”고 촉구했으며 김석명 울주군 부군수도 “오랜 기간 사용후핵연료 위험을 떠안고 있는 원전소재 지자체 입장에서 고준위법 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의 영구화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고준위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자체 참석자들은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의 조속한 반출을 위한 중간저장시설 확보시점과 부지 내 저장시설 설치 시 지역주민 의견수렴 및 지원방안 등을 고준위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줄 것을 요구했다.

임동인 울진군 원전관련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법 제정 미비에 따른 부담이 원전소재 지역에 넘겨지고 있다”며 “사용후핵연료 반출 및 중간저장시설 운영시점,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에 대한 주민동의와 합리적 지원방안 수립을 위해서는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 조원호 기장군 장안읍 발전위원회 TF 대표는 “(고준위법에) 건식저장시설의 한시적 운영, 주변지역 지원에 대한 주민 의견수렴 방안이 법안에 명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채근 경주시 원전범시민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고준위법 제정은 촌각을 다투는 일”이라며 중간저장시설 및 최종처분시설의 확보시기 등을 명문화할 것을 촉구했다.

▲ 경주 방폐장에 반입돼 처분검사를 기다리고 있는 중저준위방폐물.
▲ 경주 방폐장에 반입돼 처분검사를 기다리고 있는 중저준위방폐물.

전문가들은 고준위법은 여야가 함께 발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지금이 법 제정을 위한 최적기임을 강조했다. 특히 현 세대가 원자력에너지를 통해 얻은 혜택의 부담을 미래세대로 넘겨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토론회에 앞서 발제를 진행한 정재학 경희대 교수는 “고준위 관리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관리시설 개발 절차 및 지역지원에 관한 근거 법률이 꼭 필요하다”며 “특별법 없이 불완전한 기존 법률에만 의존할 경우 효과적인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고, 주민의견 수렴이나 지역지원 체계 개선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 교수는 “(특별법안은) 길게 보면 20년, 짧게는 지난 10년 간 진보 및 보수 정부에서 각각 전국 규모로 진행한 2회의 공론화와 국회에서의 추가 논의를 통해 만들어진 완성도 높은 집단지성의 산물”이라며 “원자력발전의 혜택을 누린 현세대가 미래세대를 위한 의무를 다하고, 효과적인 주민의견 수렴 및 지역지원을 위해 특별법을 반드시 제정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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