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유, 의무사용 규제 강화로 패러다임 전환 가속화   
정유4사, 친환경 항공유 인프라 구축…자리 선점 기대 

[에너지신문] 글로벌 탄소중립 시대가 다가오면서 ‘화이트 바이오유’가 미래 새로운 먹거리를 고민하는 정유업계의 희망으로 떠오르며 ‘지속가능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 SAF)’ 개발과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은 바이오항공유 의무사용 규제를 도입하며 오는 2025년부터 EU 역내에서 급유하는 항공기는 바이오 항공유를 2% 이상 의무적으로 혼합해야 한다는 강력한 규제계획을 내놨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SAF 도입을 위한 제반 인프라와 환경 조성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SAF는 항공기 운항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석유나 석탄 등 기존 화석 자원이 아닌 동·식물성 기름, 해조류, 도시 폐기물 가스 등 친환경 원료로 만들어지며 탄소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

향후 글로벌 화이트 바이오 시장 전망은 밝은 편이다. EU는 수송부문 에너지 사용량 중 재생에너지 비율을 2020년 10%에서 2030년 28%로 상향했고, 국제해사기구는 선박유에 바이오 연료를 시범 도입하기 시작했고 국제민간항공기구도 바이오 항공유 보급 목표를 2025년 2%, 2040년 32%, 2050년 50%로 설정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 바이오 선박유와 항공유가 전체 시장에서 20%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S-OIL·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항공유 비율을 계속해서 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에서 발표한 올해 상반기 석유 수출량에 따르면, 석유제품 수출량은 2억2850억배럴, 수출금액은 218억 11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는데, 이중 항공유는 약 19%를 차지하는 할 만큼 ‘수출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항공유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있다. 생존을 위해서는 바이오유 개발은 필수요소”라고 강조했다. 정유업계의 바이오유 생산은 ‘반드시 가야할 길’이 되고 있고, 이에 발맞춰 정유업계 전환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바이오유 상용화 ‘걸음마’ 이제 시작이다    
지난 6월 2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등 3개 부처가 ‘친환경 바이오연료 활성화 얼라이언스’ 제3차 전체회의를 열고, 바이오항공유, 바이오선박유 실증연구 추진 계획을 확정했다. 

이는 항공과 해운 부문에서 환경규제가 날로 강화되면서 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바이오 항공유와 선박유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실증연구 추진방안을 논의한 것.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지난 8월, 올해부터 국제 운항 항공기와 선박에 각 바이오항공유, 바이오선박유를 투입해 시범운항을 시행한다. 우선 항공유는 9월 5일부터 3개월간 인천→LA 노선(화물기)에 바이오항공유(SAF)를 급유, 시범 운항한다.

첫 시범 운항은 9월 5일 17:45분 인천에서 LA로 가는 대한항공 KE207편(B777 화물기)이며, SAF 2%를 혼합한 항공유로 총 6차례(월 2회, 3개월) 실시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실증연구를 통해 국제환경규제에 적극적,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감으로써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실증은 우리나라의 SAF 상용화를 위한 첫걸음으로써, 신성장 사업을 향한 도약하는 될 것으로, 정부는 탄소감축을 위한 세계적 추세에 맞춰 우리나라에서도 SAF의 생산 및 사용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적극 뒷받침할 계획이다. 

진화하는 정유업계, 脫정유 해법 ‘바이오유’에서 찾다 
정유업계의 화두는 탄소중립, 에너지전환 대응 등 미래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자 ‘脫정유’화를 통해 해법을 찾고 있다. 특히 화이트 바이오 생태계 구축을 위해 바이오디젤, 바이오선박유, 바이오항공유 등 바이오 사업 전반에 대한 밸류체인(Value chain) 구축을 위해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분야의 핵심 주자는 GS칼텍스다. GS칼텍스는 최근 정부에서 추진한 SAF 실증사업에 참여했다. 이에 GS칼텍스는 대한항공이 국내 최초로 바이오항공유 실증 추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업무협약에 따라 총 6번의 시범 운항을 진행한다.

GS칼텍스는 세계 최대 바이오연료 생산 기업인 핀란드 네스테(NESTE)社가 생산한 바이오항공유를 국내 최초로 공급을 받았으며, 이번 실증을 위해 LA행 대한항공 화물기에 네스테社가 공급한 바이오항공유를 급유했다.

또한 GS칼텍스는 지난달에는 바이오연료와 관련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 정유사 최초로 바이오연료에 대한 국제 친환경 제품 인증제도인 ISCC EU를 취득했다.

김창수 GS칼텍스 부사장은 “우리나라가 항공산업에서의 탄소저감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데 GS칼텍스가 기여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에도 바이오항공유 활성화 기반 조성을 위해 고객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GS칼텍스는 글로벌 바이오연료 시장 변화와 정부의 활성화 정책에 따라 바이오 사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추진,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HD현대오일뱅크도 일찌감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차세대 화이트 바이오 사업’을 본격 추진하며, 로드맵을 수립했다. 

1단계로 2023년까지 대산공장 1만㎡ 부지에 연산 13만톤 규모 차세대 바이오디젤 제조 공장을 건설하고 2024년까지 대산공장 내 일부 설비를 연산 50만톤 규모 수소화 식물성 오일(HVO, Hydrogenated Vegetable Oil) 생산설비로 전환할 예정이다.

2단계로는 HVO를 활용한 차세대 바이오 항공유를 생산,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선다. HVO를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에도 원료로 투입해 바이오 기반 석유화학 제품까지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2026년까지 글리세린 등 화이트 바이오 부산물을 활용한 바이오 케미칼 사업을 추진, 2030년까지 연간 100만톤에 달하는 화이트 바이오 생태계를 구축하는 목표까지 큰 그림을 그렸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석유를 원료로 하는 정유 및 석유화학 사업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블루수소, 친환경 화학‧소재와 함께 화이트 바이오사업을 미래 신사업 중 하나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항공 분야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SAF 생산 기반 구축’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우선 2027년까지 울산콤플렉스(울산CLX)에 SAF 생산 설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지난해 7월 세계 최초로 생활 쓰레기를 이용해 항공유를 만드는 데 성공한 미국의 펄크럼 바이오에너지(Fulcrum BioEnergy)에 대한 투자와 기술 제휴에 성공했다. 

SK이노베이션은 펄크럼 투자로 폐기물 가스화 기술 경쟁력을 확보, SAF 시장 확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이 기술을 고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합성 원유를 SAF로 만들어 세계 항공유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밖에 지난해 10월 액체연료 합성 공정 기술을 보유한 미국 인피니움에 투자하는 등 이퓨얼(e-fuel) 기술을 확보해 직접 생산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S-OIL은 폐식용유나 동식물성 유지 등 폐기물 기반 바이오 원료를 기존 석유정제 공정에서 처리하는 실증사업을 추진, 저탄소 친환경 신에너지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기존 석유정제 공정에서 바이오 기반 원료 및 폐플라스틱 열분해유와 같은 대체 원료를 원유와 함께 처리해 휘발유, 등유, 경유, 나프타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기존 연료유, 석유화학 제품과 동일한 품질이지만 탄소집약도가 낮은 제품 및 중간원료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바이오 기반 원료 및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기반으로 생산한 제품들은 지속가능성 국제 인증(ISCC PLUS)을 받아 탄소배출 감축 효과를 구체화하고 저탄소, 순환 경제에 이바지할 것으로 S-OIL은 기대하고 있다.

S-OIL 관계자는 “저탄소, 순환형 신에너지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 ‘최고의 경쟁력과 창의성을 갖춘 친환경 에너지 화학기업’이라는 회사의 비전을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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