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난립·SMP 급락 등으로 ‘붕괴 직전’
단순 보급 확대보다 송배전망 구축이 먼저

[에너지신문] 국내 태양광 산업은 제조업, 발전사업을 불문하고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그간 보급에 치중하면서 전국에 설치된 설비 규모는 큰 폭의 성장을 기록했으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다르다.

국내 태양광 산업은 금리 상승, 수입산 모듈의 저가공세 등 대외적 환경변화와 함께 이격거리, 농지규제 등 지속된 입지규제와 한국형 FIT 일몰, SMP 상한제, RPS 의무공급 목표 하향 등 정책환경의 영향으로 시장이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

특히 태양광 발전 수익의 척도인 SMP(계통한계가격) 평균가는 2022년 12월(육지 기준) 267.55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한 이후 지난해 2월부터 급락하기 시작, 2023년 11월 기준 120.82로 1년이 채 안 된 기간 동안 50% 넘게 떨어졌다.

▲ SMP 가격 동향.
▲ SMP 가격 동향(출처: 전력거래소).

2022년은 러-우 전쟁 등으로 국제유가를 비롯한 연료비가 급등했던 시기다. 특히 러시아가 공급을 좌우하던 유럽 LNG(액화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면서 국제 시세도 크게 올랐다. 이는 연료가격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 SMP의 상승으로 이어지게 됐다.

그러나 러-우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2023년부터 LNG 가격도 큰 폭으로 내려감과 동시에 SMP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결국 SMP와 REC(신재생공급인증서)에 좌우되는 태양광 발전의 수익률도 함께 떨어지는 처지가 된 것이다.

제조업의 경우 중국의 저가공세로 고전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태양광 발전소는 크게 증가했으나, 다수가 중국산 제품들을 쓰고 있어 국내 제조업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주무부처인 산업부에 고충을 토로하고, 보다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촉구하고 있으나 별다른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태양광 제조기업들은 △한국형 FIT 일몰에 대한 대책 △수입산 모듈 반덤핑 조치 △태양광 국가전략산업법 제정 △산단 태양광 활성화 추진 △업(리)파워링 시장 활성화 △탄소등급제 강화 등을 추진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연일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 산업 육성 및 보급 확대 등 국내 태양광 산업에 대한 국가 지원을 강화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는 내용을 담은 ‘태양광 국가전략산업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국내 태양광 시장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불안감이 커지기 시작했다. 에너지정책의 포커스가 태양광과 LNG에 맞춰졌던 문재인 정부와 반대로 윤석열 정부는 원전 생태계 부활을 최우선 기조로 천명했다.

물론 태양광 산업도 원전과 함께 키워나간다고 공약했으나, 현시점에서 그 공약은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 맥 못추는 한화큐셀

국내 대표 태양광 기업인 한화큐셀은 지난해 하반기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한화큐셀이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한화큐셀 측은 “태양광 모듈 수요가 크게 위축됨에 따라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며 “생산 축소 및 생산직 근로자들에 대한 희망퇴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태양광 산업의 침체기가 지속될 경우 세계적인 기업인 한화뿐만 아니라 중소·중견 모듈, 인버터, 구조물 제조기업이 사업을 철수하는 등 벼랑 끝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EPC, O&M 시스템 등 태양광 기업 전반에 연쇄 폐업 또는 부도 도미노 현상도 우려된다.

업계는 태양광 산업이 발전하려면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처럼 산업 육성 및 보급 확대 등 정부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태양광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 보호하는 등 국가의 체계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 이와 함께 세계 시장에 국내 태양광 기업의 진출 기회를 늘릴 수 있도록 해외 공급망 구축 등 수출 확대를 위한 무역지원책도 마련돼야 한다.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글로벌 태양광 시장 및 관련 산업은 큰 폭으로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만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뒤쳐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국내에서도 기후위기 대응, 에너지 안보 확대, 수출 산업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강력히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화큐셀 진천공장 전경.
▲ 한화큐셀 진천공장 전경.

감사원 감사로 이미지 ‘타격’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감사원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에서 다수의 불법·비위 행위가 적발되면서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일례로 산업부는 태양광사업 시행자의 부탁을 받고 유권해석 권한이 없음에도 ‘중요 산업시설’이라며 태양광 발전사업의 초지 전용이 가능토록 했으며, 태안군은 개발행위허가 심의를 받은 후 원상복구 조건을 임의 제외한 채 허가서를 교부했다.

군산시는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담당할 출자기관 설립 과정에서 채용에 부당하게 관여, 관련 자격이나 경력이 없는 시장 지인을 출자기관 대표로 선발했다. 또 입찰공고상 연대보증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불리한 조건으로 금융주선사를 바꾸면서 특정 업체들을 선정했다.

한전 계통보강 담당자는 연계용량 정보를 이용, 사업에 유리한 부지를 매입하고 자기 발전소를 우선 연계시키거나 가족 명의의 차명법인을 통해 발전소를 운영하는 등 182명이 신고없이 부당 행위를 저질렀다. 

산업부가 소형태양광 확대를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한 한국형 FIT는 농업인이 일반인보다 3배 더 참여(100kW) 가능토록 우대했다.

이에 따라 제도 시행 이후 농업인의 참여가 매년 40% 이상 급증했는데, 농업인 자격으로 FIT에 참여한 이들 중 815명이 브로커 등을 통해 위조·말소된 등록서류를 제출하거나 자격상실 후에도 FIT에 그대로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가족관계가 확인된 발전소(2734개)의 85%는 가족들이 인근지역에서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중 95%가 인위적으로 용량을 분할, 같은 시기에 발전사업 허가를 받는 등 우대혜택을 노린 발전용량 편법분할 행태가 만연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출력제한 이슈도 논란거리

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 발전의 출력제한 문제도 이슈가 되면서 논란이 컸다. 출력제한(정지)은 전력 공급량과 수요량의 불일치로 인한 전력계통의 불안정 방지를 위해 발전사업자에게 출력 정지 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출력제한이 가장 빈번한 제주지역의 경우 출력제한 횟수는 2021년 1회를 시작으로 2022년 28회, 지난해 상반기에만 51회로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발전사업자들은 출력제한 조치에 대해 강한 항의와 함께 법적 대응도 불사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발전사업자 11명이 법률에 근거없이 계통운영의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 등은 위법하다는 이유로 정부를 상대로 출력차단 처분의 취소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상황에 대비해 국가와 전력당국이 미리 송배전망 확충에 나서야 했으나 그러지 못하면서 전력이 남는 지역은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버리게 되고, 전기 소비량이 많은 지역은 화석연료에 의존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제주도청 및 의회는 최근 각각 100MW와 48MW 규모의 대형 태양광발전소와 100MW급 해상풍력단지까지 건설을 연달아 최종 승인, 발전사업자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전문가들은 출력제한이 무리한 보급 확대가 불러온 부작용으로,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설비 용량만 늘리는 게 아닌, 계통 확보에 더 집중해 이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정부, 사업자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것이다.

▲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 없음.<br>
▲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 없음.

국내에선 붕괴 직전, 미국에서는 ‘승승장구’

이처럼 위기에 봉착한 국내 태양광 시장과 달리 해외에서는 이미 시장이 꽃을 피우고 있다. 미국의 경우 태양광 시장 규모가 향후 5년간 3배로 성장, 2028년에는 378GW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10년간 미국의 연평균 태양광 성장률이 11%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대로라면 오는 2050년 태양광은 미국 내 원별 발전용량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미국 태양광 산업 성장의 주 요인은 가격 하락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태양광 설치비용은 지난 10년간 50% 이상 하락했다. 주거용 태양광 전력 가격은 2010년 6.65달러/W에서 2022년 3.21달러/W로 감소했고, 유틸리티 규모의 가격은 같은 기간 4.4달러에서 0.96달러로 크게 하락했다.

지난 2년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운송 제약, 공급망 문제 등으로 태양광 산업 전반에서 가격 상승세가 나타났으나, 올해 공급망 문제가 완화되고, 바이든 정부의 태양광 관세유예 조치와 함께 모듈 수입이 늘면서 지난해 1분기부터 가격인상 추세가 완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힘입어 1분기 미국 내 태양광 신규 설치량은 분기별 역대 최고치인 6.1GW을 기록, 총 149GW의 누적 용량을 달성했다.

다만 미국 역시 급증하는 태양광 설비를 뒷받침하기 위한 송전망 연계가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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